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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망하면 어쩌나

첨단 자본주의의 음험한 폐기물 멜론 어스크가 트위터를 강제 점유한 이후로는 트위터도 예전 같지 않네요. 트위터가 생긴 이후로는 일상 잡담은 전부 그쪽에다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 블로그가 많이 뜸해지기도 했습니다. 블로그에 긴 글 쓸만한 기력이 좀체 나지 않기도 했고, 그렇다고 내밀한 글을 쓰기엔 어느정도 열려있는 공간이라 이래저래 계속 손을 놓고 있었네요. 제가 지금까지 아마추어로서 글을 쓰고 있다면 어떻게든 블로그를 살려볼 것 같긴 한데, 애매한 입장이 되어버려서 블로그를 살리기 미묘한 것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트위터가 진짜로 망하면 여기가 다시 제 전초기지가 되겠죠. 블x스x이나 마x토x 계정을 만들긴 하겠지만 거의 17년을 써온 블로그이다 보니, 일단은 여기서 관망할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평생..

비디오 게임의 효과음은 어떻게 게임 속 가상의 육체와 상호작용하는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허구와 '재현 불가능한 것': 모든 영화는 무성영화의 변주에 불과하다’라는 영화 음향에 대해 급진적인 주장을 한다. 하스미는 이 글에서 유성 영화의 도래 이후로도 영화의 기본 형태와 진행 방식은 무성영화에 머물러 있으며, 영상과 음향은 최근까지도 분리되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대한 논거로 그는 유성 영화 기술이 발명된 이후로도 슬레이트 및 녹음 같은 도구들을 인공적인 사후 녹음 및 동기화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영화 제작 현장에서 녹음은 촬영보다 뒷순위에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21세기 들어 촬영과 녹음이 동시에 가능한 디지털 자기 테이프가 들어서야 이 장벽이 낮아지고 새로운 방법론이 등장했지만, 그럼에도 하스미는 영화가 ‘시청각’ 예술이라는 개념을 ..

Fight Test/단상 2023.01.07

전후 현대 영화 속 소외자/소수자의 “질주하는” 신체에 대하여:『네 멋대로 해라』, 『400번의 구타』, 『장거리 주자의 고독』, 『황해』, 『밤의 다이아몬드』, 『이센셜 킬링』을 중심으로

1872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설립자 릴랜드 스탠퍼드는 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스탠퍼드는 달리는 말이 네 발이 지면에서 모두 떨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직접 확인하기로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탠퍼드가 선택한 방식은 사진이었다. 풍경 사진가 에드워드 J. 머이브리지에게 말이 달리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달라고 요구했고 머이브리지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1878년 스탠퍼드가 소유한 경주 트랙에 카메라를 여러 개 설치하고, 셔터에 실을 달아 말이 달리는 순간마다 끊게 만들어 사진을 찍게 했다. 이 사진은 곧 『움직이는 말 The Horse in Motion』이라 불리게 되었고. 머이브리지는 이 실험을 종합해 1879년 주프락시스코프라는 말이 달리는 이미지를 연속으로 보여주는, 초창기 영사기를 발명..

실리아 [Celia] (1989)

앤 터너의 [실리아]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인물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죽음 이후를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을 다루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런데 [실리아]가 처음으로 보여주는 받아들임은 ‘괴물’이다. 실리아는 자던 도중 괴물 손이 창문을 침범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비명 소리에 달려온 엄마랑 함께 실리아는 ‘괴물’이 다시 나타나는 걸 보게 된다. 요컨데 [실리아]는 죽음 이후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에 매달리는 여자 아이에 대한 영화다. 그렇다면 실리아는 왜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실리아]는 포크 호러로 분류되는 영화지만, 실상은 포크 호러라는 장르에서 기대할만한 폐쇄적인 시골 공동체나 광기어린 소수 종교 집단은 중요하게 등장하지 않는 영화다. 오히려 이 영화의 배..

사랑받는 방법 [Jak być kochaną / How to Be Loved] (1963)

뒤에 만들게 되는 『사라고사 매뉴스크립트』나 『모래시계 요양원』과 달리, 보이체크 하스의 『사랑받는 방법』은 명료한 서사와 순차적인 플래시백라는 비교적 익숙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카자미에시 브란디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성우로 성공한 펠리시아가 프랑스 파리로 가면서, 전쟁 당시와 이후를 배경으로 있었던 비극적인 연애담을 다루는 이 영화는 살아남기 위해 굴욕적인 선택을 감내해야 했던 한 여성의 멜로드라마를 그려낸다. 이런 멜로드라마를 통해 하스는 민족주의 저항이라는 민족 집단이 가진 환상 뒤 현실을 감내해야 했던 소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먼저 눈에 띄는 지점이 있다면, 파편적이고 추상화된 공간과 숏을 활용해 영화 전체를 기억의 순간들로 구성된 영화적인 신체로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 영화..

20210812 근황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트위터 보시는 분이라면 새삼스럽겠지만) 코로나19는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8개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선 제가 얀센 백신을 맞아서 코로나19 걱정은 덜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큰 문제는 아니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제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제 하고 싶은 거랑 돈 버는 것 하고는 거리가 참 머네요. 그래서 마음이 심란하고 글도 쓸 여유가 나지 않아서 블로그 운영에 소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불안정한 상황이라서 고민입니다. 제 앞가림하는 게 힘들다는 걸 깨닫는 요즘입니다. 와중에 2차 도메인을 끊어서 (망할 티스토리가 2차 도메인 관련으로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

사마에게 [من أجل سما / For Sama] (2019)

1990년대, CNN이 걸프 전쟁을 생중계하면서 세계인들이 전쟁을 감각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사실 영상으로 전쟁을 감각하는 방법은 이전부터 뉴스 릴 같은 방식이 있었지만 CNN은 종군 기자에게 생중계 방송 카메라를 들려줬고, 사람들은 현장에서 채집된 전쟁의 이미지를 안방에서 즉각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CNN의 중계는 미국의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주는데 치중한, '자극적이고 편향된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바야흐로 갱 오브 포가 예측했던 '게릴라전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CNN 쇼크는 많은 창작자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었고, 그 중엔 ' 극장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를 만든 오시이 마모루도 있었다. 오시이 마모루는 '비디오 이미지'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플롯으로,..

20201109 코로나-19 시대의 일상

블로그에다 일상 보고를 시시콜콜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제 일상이 변한 기록을 남겨야 되겠다 싶어서, 이번 기회에 적습니다. 이 사태가 터진지도 벌써 9개월이 넘어가고 얼마 안 있으면 1주년을 맞이하겠네요. 솔직히 싫네요. 일단 나가는게 무지 귀찮습니다. 가볍게 나간다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는 느낌. 나갈땐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들어올땐 손을 씻어야 합니다. 물론 예전에도 나갔다 오면 손 씻긴 했는데 이젠 안 하면 죽는다라는 느낌이라서 압박감이 심해졌다고 할까요. 의외로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즐겨하더라고요. 거기선 전염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그런데 등산이나 산책할때 마스크 끼고 하는게 참 고역입니다. 운동을 안 해서 체력이 떨어진 것도 있는데 숨쉬기 정말 힘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