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음악 53

Towa Tei - Luv Pandemic

사실 일본 갔을때 구하고 싶었던 음반 중 하나가 토와 테이의 근작 [Cute]랑 토와 테이랑 YMO 멤버들, 오야마다 케이고 등등이 참여한 프로젝트 밴드 METAFIVE 앨범이였는데, 중고는 잘 안 돌아다녀서 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Sound Museum]은 구했습니다만.토와 테이 음악은 뭐랄까 기본적으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만드는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이 곡만해도 드르륵하는 EDM 비트와 치고 빠지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 후반부에 등장하는 토와 테이 특유의 경쾌한 라운지풍 브라스가 꽤 톡톡 튀는 매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최신 트렌드를 섭렵하면서도 자기 색깔을 잃지 않았다'는 상투구가 잘 어울리는 곡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뉴 오더의 근작들이나 핫 칩, 아스트로 비츠하고 비교..

くるり - [図鑑] (2000)

쿠루리의 데뷔작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은 약간 울적하면서도 솔직한 에너지로 가득찬 로큰롤 앨범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앨범의 프로듀서인 사쿠마 마사히데는 요닌바야시라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출신 뮤지션이다. 프로듀서를 제외하더라도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에 실린 'ブルース'나 'ハワイ・サーティーン'은 로큰롤적 상궤에서 많이 벗어난 작곡 패턴을 보면 쿠루리는 좀 더 큰 야심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2집 [図鑑]은 그런 야심이 본격화된 앨범이라 할 수 있다.2집 [図鑑]의 도입곡인 'イントロ'는 그 점에서 의도가 명백하다. 1집에 실린 '虹'을 인용하다가 볼륨을 확 죽여버린다. 그리고 불길하고 쓸쓸한 무드를 강조하는 오케스트라와 멜로트론 간주로 이어진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andymori - Life Is Party / 1984

앤디모리는 일본의 리버틴즈라 불리는 밴드입니다. 쿠루리랑 미스치루 좋아한다고 하니깐 라스트 에프엠에서 추천해줘서 들어봤는데... 제가 느끼기엔 리버틴즈 영향도 있긴 하지만-중얼거리며 내뱉는 몇몇 곡들의 창법은 확실히 리버틴즈에 감명받은듯한 부분이 있었습니다.-그것보다는 소위 시모키타자와계 적통을 잇는 밴드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기 시작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밝은 느낌에 진보적인 사운드메이킹에 집중했다면 앤디모리는 좀 더 나카무라 카즈요시나 엘리펀트 카시마시, 하츠코이노 아라시 쪽의 애절한 전통을 잇는 쪽에 가깝습니다. 묘한 뽕끼가 느껴지는 보컬 창법이라던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가사가 그렇습니다. 하츠코이노 아라시의 환생...이라고 하면 과장일지도 몰라도 첫 시작부터 쓸쓸한 서정성에 에네..

キリンジ - エイリアンズ

이젠 고전이 된 곡이죠. 토미타 케이이치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를 기용해 만든 키린지의 [3]은 뉴 뮤직 시절 야마시타 타츠로나 이토 킨지 같은 AOR 튠을 기반으로 컨트리, 포크, 소울 등을 이용해 굿타임 팝스의 느지막한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앨범입니다. 실제로 호리고메 야스유키는 '말의 뼈'라는 유명 AOR 곡에서 이름을 따온 (불행히도 부른 가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죠. 송라이팅도 송라이팅이지만 가사나 목소리 모두 완벽하죠. 이 곡에서 들려주는 쓸쓸한 감수성이야말로 가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 괴랄한 앨범 커버만 제외하면.... 최근에 리마스터링반이 나왔다고 하는데, 비싸서 손만 빨고 있습니다. 환율 자비 좀....

Electric Glass Balloon - Summer King

플리퍼즈 기타가 거대한 폭탄을 던지고 해체된 뒤, 일본의 기타팝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보통 시부야계라고 뭉뚱그려 얘기되곤 하지만, 일렉트릭 글래스 벌룬은 여러모로 당대의 플리퍼즈 기타의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수 있는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당대 UK 기타 팝스러우면서도 보컬의 창법과 은은하게 깔리는 80년대 신스에서 플리퍼즈 기타의 영향력을 찾는건 어려운 일은 아니죠. 사실 그렇게까지 대박을 친 밴드는 아니였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L-R과 더불어 멜로디 메이킹이 탁월했던 숨겨진 밴드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이 밴드는 후대 시모키타자와 록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데 이 밴드 멤버가 탈퇴후 서니 데이 서비스로 들어가면서 플리퍼즈 기타와 분카이 록 간의 연결다리를 만들어주는 계기..

中村一義 - [ERA] (2000)

1990년대 일본 컬리지 록, 사이키델릭 팝으로 진화하다. 나카무라 카즈요시의 [ERA]는 100s 체제로 들어가기 전에 만든 솔로 앨범이다. 데뷔때부터 일본의 토드 런그렌이라 불렸던 그는 첫 두 앨범인 [金字塔]과 [太陽]에서 앨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오만하지만 당당하게 6-70년대 영미권 선샤인 팝, 핫피 엔도와 아라이 유미, 야마시타 타츠로를 비롯한 197-80년대 뉴 뮤직, 컬리지 록, 쟁글 팝 등을 가져와 마구 가지고 놀았다. 그 점에서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1990년대에 등장한 일본 분카이 (컬리지) 록 뮤지션들 중에서도 가장 유희적이다. 첫 앨범 [金字塔]이 집에서 혼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처럼,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그동안 축적된 음악적 전통을 지독하게 파고들고 재구성해 궁극적인 팝을 노렸다는..

中村一義 - 主題歌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서니 데이 서비스라던가 쿠루리, 하츠코이노 아라시와 같은, 소위 "일본 컬리지 록" 계열로 분류할만한 뮤지션입니다. 등장 시기도 쿠루리랑 거의 동시였고요. 사실 국내 인지도는 이 쪽이 훨씬 높은거 같은데 정작 들어본건 이번이 처음이였습니다. 이 곡은 정규 앨범에 실리지 않은 싱글인데, 가사는 위에 언급한 뮤지션들에 비해 좀 괴랄하고 유니크하긴 해도 (일본인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전 일본어가 조금 익숙한 수준이니깐... 나쁜건 아니지만 R.E.M.처럼 뜻보다는 언어 그 자체의 흐름에 중점을 맞춘 가사라고 할까요.) 인생을 긍정하고 앞으로 나가려는 밝은 가사와 멜로디를 브라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수려한 편곡이 참 매력적이라고 할까요. 이 정도라면 90년대 일본 컬리지 ..

Perfume - レーザービーム

퍼퓸을 알게 된 계기는 대략 GAME 앨범이 나왔을 무렵에 음악 듣던 다른 분들이 오오 퍼퓸 오오 그러면서 알게 됬습니다. 그때 들었던 Butterfly가 제법 인상이 깊어서 팬이 됬지만 이때 퍼퓸은 도쿠마 소속인지라 앨범이 너무 비싸 (...) 애태우고 있다가 JPN 앨범이 한국에 나오고 눈물을 흘리면서 샀습니다. 퍼퓸의 매력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역시 YMO와 쇼와 아이돌의 결합이라 할만하겠죠.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가 뽑아내는 음악은 YMO에서 영향을 받아 전자음이 뿅뿅 거리는 일렉트로닉-팝 (wonky-pop라고 하나요?)과 마츠다 세이코 같은 쇼와 아이돌 특유의 상큼한 매력이 이들의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확실히 지금 일본 아이돌 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

凛として時雨 - telecastic fake show

요새 사이코-패스라는 애니 주제가를 맡으며 다시 한번 주가가 올라간 일본 밴드 린토시테시구레의 예전 곡입니다. 고옥탄가의 훅이 있는 로큰롤이라는 점에서 블랭키 젯 시티, 시 미셸 건 엘리펀트, 넘버 걸에서 시작해 아지캉, 9mm 파라벨럼 불렛로 이어지는 일본 록의 한 장르에 충실한 후계자이기도 하죠. 다만 이들은 저기에 언급된 밴드보다 훨씬 프로그레시브 록 영향이 많이 느껴지는, 복잡한 구조의 곡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슷한 음악 동지인 9mm가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들은 능수능란하게 모아서 확 터트린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9mm에서는 볼 수 없는 애절한 멜로디 라인도 제법 보입니다. 'abnormalize'나 'make up syndrome'같은 곡에서 처절한 멜로디와 푹푹 찔러대는 속도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