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90

달의 사막 [月の砂漠 / Desert Moon] (2001)

달의 사막 (0000)Desert Moon 0감독아오야마 신지출연미카미 히로시, 나츠야기 이사오, 카시와바라 슈지, 아키요시 쿠미코, 하기와라 켄이치정보드라마 | 일본 | 128 분 | 0000-00-00 아오야마 신지의 [달의 사막]은 도입부에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인물들을 보여 준 뒤 달을 아래로 수직 이동하면서 찍은 샷에 타이틀이 뜨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비치 보이즈의 'Caroline No.'가 깔리는 와중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장면들은 뉴스 클립들과 주인공이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 주인공 가족의 개인사들을 담은 영상과 사진들을 엮은 몽타주들이다. 첫 두 샷이야 그렇다쳐도 영화 내용을 생각해보면 뉴스 클립들의 등장은 조금 이례적이다 할 수 있는데, 아오야마 감독은 이 뉴스클립이라는..

사탄의 가면 [La Maschera Del Demonio / Black Sunday] (1960)

사탄의 가면 Black Sunday 0감독마리오 바바출연바바라 스틸, 존 리차드슨, 안드레아 체키, 이보 개러니, 아르투로 도미니치정보공포 | 이탈리아 | 87 분 | - 마리오 바바의 [사탄의 가면]은 공식적으로 이탈리아 호러의 시조로 불리는 영화다. 지알로로 대표되는 무자비하면서도 과시적인 슬래셔로 유명해진 이탈리아 호러 영화였지만, 처음부터 지알로로 시작한 것은 아니였다. 사실 [사탄의 가면]은 고골리의 [비이]를 원작으로, 해머 영화사가 만들어놓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고딕 호러에 가까운 영화다. 허나 영화는 고골리의 [비이]하고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외려 이 영화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나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를 닮아있는데 우선 마녀와 영주의 딸의 존재가 분리가 되었으며 신학생 무등을 타고 달리..

악마의 등뼈 [El Espinazo Del Diablo / The Devil's Backbone] (2001)

악마의 등뼈 (0000)The Devil's Backbone 8.2감독길예르모 델 토로출연마리사 파레데스,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페데리코 루피, 호세 마누엘 로렌조정보공포 | 멕시코 | 106 분 | 0000-00-00 기예르모 델 토로의 [악마의 등뼈]는 유령의 기원과 감정을 논하며 시작한다. 그는 여기서 "죽은 건 어쩌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정의한다. 도입부의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델 토로의 유령들은 구로사와 기요시의 유령들처럼 산 자의 장소와 자신의 흔적을 서성이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왜 [악마의 등뼈]의 유령 소년 산티는 산 자의 공간을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집어야 할 부분이 있다. 기요시의 유령들이 지극히 도회적인 공간에 배치되어 있었다면 델 토로의 유령들은 ..

헬프리스 [Helpless] (1996)

헬프리스 (2000)Helpless 4.5감독아오야마 신지출연미츠이시 켄, 이사야마 히로코, 츠지 카오리, 아사노 타다노부, 사이토 요이치로정보범죄 | 일본 | 80 분 | 2000-03-00 아오야마 신지의 데뷔작 [헬프리스]는 키타큐슈 상공을 날아다니는 조감 샷으로 시작한다. 허나 이 영화는 그런 시작과 달리 얼마 안 되는 장소를 옮겨다니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첫 영화답게 돈은 별로 들인 티가 안 보이고 장소는 한정되어있는데다 인물들도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는 그러나 어떤 팽팽한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 1989년 여름 키타큐슈. 야스오라는 야쿠자가 형기를 마치고 키타큐슈로 돌아와 죽은 보스를 찾는다. 하지만 옆에서 진실을 알려줘도 야스오는 그 사실을 믿지 않고 오히려 잔인한 폭력을 휘..

스플라이스 [Splice] (2009)

스플라이스 (2010)Splice 5.2감독빈센조 나탈리출연애드리언 브로디, 사라 폴리, 델핀 샤네끄, 아비게일 추, 데이빗 휴렛정보SF, 판타지, 스릴러 | 캐나다, 프랑스, 미국 | 104 분 | 2010-07-01 큰뿌리: 그래서 돌아왔습니다.폴라곰: 이번에 같이 리뷰할 작품은 [스플라이스]이군요. 큰: 뭐 그렇죠. 감독은 빈센초 나탈리인데 세련되고 기발한 호러 데뷔작인 [큐브]로 한때 큐브 열풍을 불게 했던 장본인입니다. 정작 본인은 속편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지 잽싸게 [큐브]를 떠나 새로운 영화들을 하나 둘 씩 만들었죠. 다만 영화 제작에 좀 난항을 겪는 스타일인지 이번 [스플라이스]하고 [낫씽] 사이엔 6년이라는 공백이 있었습니다. 논 건 아니였는데...폴: 영화계엔 그런 감독들 많죠. 게..

일대종사 [一代宗師 / The Grandmaster] (2013)

일대종사 (2013) The Grandmaster 8감독왕가위출연양조위, 장쯔이, 송혜교, 장첸, 조본산정보무협, 액션 | 중국, 홍콩 | 122 분 | 2013-08-22 왕가위의 [일대종사]는 엽문과 주변 무술가들에 관한 영화다. 물론 엽문에 관한 영화는 이미 시리즈화 될 정도로 나왔지만 왕가위 성향을 생각해보면 그가 그 시리즈처럼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건 확실했고 [일대종사]는 그 확신을 확인시켜줬다. 한마디로 [일대종사]는 무협 영화가 되기엔 패셔너블한 영화다.물론 [와호장룡]처럼 주류 무협 영화와 다른 우아한 선과 안무를 자랑하는 영화가 있었지만 [일대종사]는 그 길조차 가지 않는다. 그러기엔 무협을 다루는 [일대종사]의 태도는 그닥 무술에 대해 신경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사실 신경쓰지..

서사와 장면, 그리고 흐름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는 3시간짜리 영화다. 보통 영화 길이가 2시간 안팎이라는걸 생각해보면 [유레카]의 영화 길이는 이례적으로 길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장면들도 한 사건을 길게 보는 롱테이크가 많으며 대사도 그리 많지 않다. 아오야마 감독이 내한했을 당시 씨네21에서 [유레카]를 왜 그렇게 찍었나, 라고 물어보니 아오야마는 '삶의 노이즈를 찍고 싶어서 그렇게 찍었다.'라고 말했다.아오야마는 왜 그런 '노이즈'가 낀 긴 서사를 선택한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그 이유는 아오야마의 선배이자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에게 같이 사사받았던 동료였던 쿠로사와 키요시가 쓴 '영화 수업'에서 그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글에서 '흐름'이 영화와 각본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보고 있다. ("설..

절규 [叫 / Retribution] (2006)

절규 (0000)Retribution 5.7감독구로사와 기요시출연야쿠쇼 코지, 코니시 마나미, 하즈키 리오나, 이하라 츠요시, 히라야마 히로유키정보미스터리 | 일본 | 105 분 | 0000-00-00 (누설이 있습니다.) 쿠로사와 키요시의 [절규]는 그야말로 슈퍼 호러 쿠로사와 키요시 대전이라 할만한 영화다. 우선 [큐어]의 야쿠쇼 코지와 그가 연기했던 신경증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형사, 불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자들의 연쇄 살인 사건이 있다. 세상의 법칙이 붕괴하는 과정을 다뤘던 [카리스마]도 있고 죽음과 영원한 고독 속에 갖혀 사람들과 시스템을 유혹하는 [회로]의 귀신도 있다. 심지어 끝없이 인간에게 죄책감을 일깨우는 [강령]의 귀신도 슬그머니 나타난다. 따라서 이 요소들을 모두 종합하면 이런 내..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

그을린 사랑 (2011) 9감독드니 빌뇌브출연루브나 아자발, 멜리사 데소르모-풀랭, 막심 고데트, 레미 기라드, 압델가포르 엘라지즈정보드라마 | 캐나다, 프랑스 | 130 분 | 2011-07-21 (강력한 누설이 있으니 영화 보실 분들은 피해주세요.) 많은 서사들이 다양한 질문들을 다뤘지만 '인간사에 잠식한 끊을 수 없는 비극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만큼 사람들의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서사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은 그리스 비극들, [돌아가는 펭귄드럼],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유레카]... 더 꼽으라면 더 꼽을수도 있다. 드니 빌뇌브의 [그을린 사랑]도 그런 끊을수 없는 악순환과 비극에 잠겨 있는 영화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는 아랍계 쌍둥이에게 얼마전 돌아간 어머니의 유언이 전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