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42

[용문객잔]과 [안녕, 용문객잔]의 결말에서 드러나는 장르적 구조과 감정

(과제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호금전의 [용문객잔]과 이를 인용한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은 동일한 결말의 구조와 샷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사라짐이라는 샷이다. 그리고 이 사라짐이라는 샷에는 공통적으로 애잔함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애잔함의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게 흥미롭다. [용문객잔]의 결말에선 영화 내내 조소겸으로부터 충신 우겸의 자식들을 지키던 협객들이 동료의 희생을 겪으면서까지 조소겸을 물리치는 컷이 나온 직후 살아남은 협객들이 떠나가는 뒷모습이 나온다. 여기엔 어떤 내러티브적인 설명이나 이별의 대사도 없다. 심지어 그전까지 중요한 인물들이였던 우겸의 자식들을 비롯한 생존자들도 제대로 된 대사 없이 떠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뿐이다. 살아남은 협객들은 왼쪽으로 향해 걸어가 ..

낙관주의를 냉소한 노이즈: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소닉 유스

(과제용으로 제출한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노이즈가 어떤 개념의 ‘소리’인지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노이즈란, “음악의 규칙으로 환원될 수 없고 따라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모든 소리(잡음)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20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노이즈는 음악사에서 배격되어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의미’가 없어서 메시지를 담을 수 없고, 불편함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노이즈는 현대음악가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왜일까? 개인적으로 노이즈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파시즘 같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히틀러는 “증폭스피커 없이는 독일을 정복할 수 없었을 것”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그들이 선호한 음..

즐거움과 해방으로써 “히어로”: [타이거 앤 버니]와 [핑퐁]을 중심으로 본 히어로論

그러니 말하라. 형제들이여, 사자도 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아이가 할 수 있단 말인가? 강탈하는 사자가 이제는 왜 아이가 되어야만 하는가? 아이는 순진무구함이며 망각이고, 새로운 출발, 놀이,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 최초의 움직이며, 성스러운 긍정이 아닌가.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세 가지 정신에 대하여” 중. 이성의 제3세트에 무한한 사랑을 설치해. 네 영혼을 해방시켜. 찬연한 석양. -Supercar, ‘Free Your Soul’ 히어로란 무엇인가? 물론 이 개념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서브컬처 히어로의 기틀을 세운 캐릭터인 슈퍼맨의 이름이 니체가 주창한 ‘초인Ubermensch’의 영어번역에서 따왔다는 유명한 사실을 주지해보면 대략..

Real Motion/단상 2014.07.05

TRPG 크라우드 펀딩 사례를 통해 본 문화 자본에 대한 하위 문화의 반란

*글쓴이 주: 이 글은 2013년 6월에 과제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2014년 6월 현 상황하고는 다를수가 있습니다. 2013년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 열풍이 불고 있다. 2013년 4월에 개봉한 [지슬]과 5월에 개봉한 독립영화 [환상 속의 그대]는 촬영 도중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으는데 성공했고 이에 힘입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었으니 2013년 5월, 국내 유일의 TRPG 출판사인 초여명에서 텀블벅에서 모금을 시작한 TRPG 룰북인 던전월드의 모금이 유례없이 예정 목표 금액을 뛰어넘어 모금을 무사히 완료했다는 소식이였다. 이 결과 던전월드는 1998년 발매된 겁스에 이은 15년만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룰북이 되었다. 해외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

살아남은 아버지, 다시 살아나는 아들: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과 윤종빈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비교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Nameless Gangster : Rules of Time 8.2감독윤종빈출연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정보범죄, 드라마 | 한국 | 133 분 | 2012-02-02 복수는 나의 것 (0000)Vengeance Is Mine 8.3감독이마무라 쇼헤이출연미야코 초초, 바이쇼 미츠코, 오가타 켄, 오가와 마유미, 키요카와 니지코정보드라마, 스릴러 | 일본 | 139 분 | 0000-00-00 *과제용으로 제출한 글을 조금 다듬어서 낸 글이라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두 영화의 결말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과 윤종빈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이하 [범죄와의 전쟁])은 내용 자체로 보면 다른 ..

피터 새빌과 팩토리 레코드 음반 디자인 분석

(과제용으로 제출한 글을 수정없이 올려서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앨범 커버란 보통 음반 내용물을 보호하고 이 음반이 어떤 뮤지션이 만들었으며 음악의 성격이 어떤지 설명해주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삼는 이미지이다. 즉슨 ‘표현의 매개체’, ‘예술’이라기 보다는 ‘기능의 매개체’,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운 이미지인 것이다. 이 때문에 앨범 커버에 담긴 이미지나 텍스트, 그리고 그 간의 결합 (표현의 매개체)은 보통 그 중요성에 비해 쉽게 간과되거나 무시당해왔다. 1960년대에 나온 비틀즈를 비롯해 옛 가수들의 앨범 커버들은 미학보다는 이 음반이 어떤 곡들을 담고 있는지, 가수가 누군지를 강조하는 텍스트들로 이미지가 가득차 있었다. 블루 노트와 버브, 선구자적인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앨범 커버는 정보가 담겨있..

Go To Fly/기타 2014.02.09

9/11 이후 밀리터리 게임 미디어에서 소모하고 있는 ‘미국 본토 침공’이라는 외설적 환상에 대해

(과제용으로 제출한 걸 그대로 올립니다. 따라서 오류가 많습니다.)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터진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향한 테러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정신 체계를 바꾸어놓았다. 9.11 테러는 멕시코 혁명 도중 판초 비야가 이끌었던 멕시코 혁명군의 뉴멕시코 주 침공과 2차 세계 대전 때 있었던 일본의 진주만 침공 이후로 이뤄진 미국 본토가 공격받은 사태라 그 충격은 컸다. 곧 2000년에 갓 집권한 조지 W. 부시가 이끄는 정부 시책들하고 연결되어 국가주의적인 상상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부시는 이 시류에 힘입어 패트리어트 액트Patriot Act라는 법령을 발휘해 국가 위기 사태에 대해 대비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국토안보부라는 초법률적인 기관이 만들어졌다. 곧이어 미국은 테러 집단의 배후로..

Fight Test/단상 2014.01.23

'루이 뤼미에르: 영화 최초의 버추얼리스트?' 정리

이 글은 [디지털 시대의 영화] (1995, 한나래)에 실린 토마스 앨새서의 '루이 뤼미에르: 영화 최초의 버추얼리스트'를 과제를 위해 읽고 정리한 글입니다. 번역투에 어색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토마스 앨새서의 '루이 뤼미에르: 영화 최초의 버추얼리스트?'는 1995년 장 두셰가 조르주 멜리에스와 루이 뤼미에르 간의 논쟁을 지적하면서 시작한다. 두셰는 ‘가상 현실로의 변화란 한 종류의 사유에서 다른 종류의 사유로의 변화이고, 인간이 실제적인 것과 맺는 관계를 바꾸고, 교란하고 심지어는 국해하려는 목적을 갖는 변화’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바쟁이 옹호했던 뤼미에르주의자이 실천했던 영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앨새서는 두셰의 이런 주장과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끌어온 뤼미에르..

그들은 왜 돌아와서 왜 떠나가는가?

[수색자]가 [라스트 오브 어스], [스플린터 셀: 컨빅션], [인간 합격], [유레카]에 드리운 트라우마와 재생의 그림자존 포드의 [수색자] (1958)는 서부극 영화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영화다. 시대착오적 영웅인 에단 에드워즈가 기나긴 시간에 걸려 코만치 부족에게 납치당한 조카딸을 찾느라 5년동안 수색을 벌인다는 내용의 영화다. 존 포드는 이 영화는 끔찍한 시간과 사건을 넘기 위한 한 영웅의 내외적 투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투쟁으로 인해 그가 얼마나 망가져가고 그가 증오하는 대상과 닮아가는지 보여준다.[수색자]에서 매력적인 부분이라면 엔딩일 것이다. 트라우마의 시간을 넘어서 가족들과 공동체는 다시 한 곳으로 모인다. 허나 그 트라우마의 시간을 넘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인 영웅은 뒤돌아서 ..

서사와 장면, 그리고 흐름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는 3시간짜리 영화다. 보통 영화 길이가 2시간 안팎이라는걸 생각해보면 [유레카]의 영화 길이는 이례적으로 길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장면들도 한 사건을 길게 보는 롱테이크가 많으며 대사도 그리 많지 않다. 아오야마 감독이 내한했을 당시 씨네21에서 [유레카]를 왜 그렇게 찍었나, 라고 물어보니 아오야마는 '삶의 노이즈를 찍고 싶어서 그렇게 찍었다.'라고 말했다.아오야마는 왜 그런 '노이즈'가 낀 긴 서사를 선택한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그 이유는 아오야마의 선배이자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에게 같이 사사받았던 동료였던 쿠로사와 키요시가 쓴 '영화 수업'에서 그 맥락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글에서 '흐름'이 영화와 각본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보고 있다.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