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There/생각

TRPG 크라우드 펀딩 사례를 통해 본 문화 자본에 대한 하위 문화의 반란

giantroot2014. 6. 5. 23:03


*글쓴이 주: 이 글은 2013년 6월에 과제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2014년 6월 현 상황하고는 다를수가 있습니다.


2013년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 열풍이 불고 있다. 2013년 4월에 개봉한 [지슬]과 5월에 개봉한 독립영화 [환상 속의 그대]는 촬영 도중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으는데 성공했고 이에 힘입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었으니 2013년 5월, 국내 유일의 TRPG 출판사인 초여명에서 텀블벅에서 모금을 시작한 TRPG 룰북인 던전월드의 모금이 유례없이 예정 목표 금액을 뛰어넘어 모금을 무사히 완료했다는 소식이였다. 이 결과 던전월드는 1998년 발매된 겁스에 이은 15년만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룰북이 되었다.


 해외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는데,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는 1990년대를 풍미했던 컴퓨터 게임 개발자 팀 쉐퍼의 신작 게임 프로젝트가 예상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340만 달러에 성공하고 나아가 또다른 유명한 옛날 컴퓨터 게임인 웨이스트랜드 후속작 역시 300만 달러로 모금에 성공하는 등 1990년대 컴퓨터 게임의 복권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국내외 컴퓨터 게임 언론들은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이 글은 이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성공한 문화 투자 사례들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에서 문화 자본은 어떻게 형성이 되며, 이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나아가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주류 문화 자본에서 배척받은 소수 문화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새로운 대안 투자 문화를 통해 부활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문화자본이 흥행이 안 된다고 판단한 프로젝트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크라우드 펀딩이란 무엇인가? 통칭 소셜 펀딩이라 말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이다. 


 현재 자리잡은 크라우딩 펀딩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다.

 지분투자 : 신생 기업 및 소자본 창업자를 대상으로 엔젤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유형으로 투자금액에 비례한 지분 취득.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오퍼튠이 여기 속한다.

 대출 : 인터넷 소액대출을 통해 자금이 필요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에 자금을 지원하는 유형으로 대출에 대한 이자 수취가 목적. 온라인 마이크로크레딧, P2P 금융(Peer to peer finance)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오퍼튠, 머니옥션, 팝펀딩이 여기 속한다.

 후원 : 다수의 후원자들이 모금자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금전적보상 이외의 형태로 일정 부문 보상받는 유형. 공연, 음악, 영화, 교육, 환경 등의 분야에서 주로 활용. 텀블벅, 펀듀, 팝펀딩이 여기 속한다.

 기부 : 후원 형식의 소셜 펀딩과 유사하지만 후원자들에 대한 보상을 조건으로 하지 않고 순수 기부의 목적으로 지원하는 유형이다. 해피빈이 여기 속한다. 


 이 중에서 우리가 살펴볼 크라우딩 펀드의 양태는 바로 후원 부문이다. 왜냐하면 서문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위해 돈을 모아주고 그 댓가로 결과물에 플러스 알파를 얻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후원 형태 사이트 중에 한국에서 가장 유명세를 얻고 있으며 서문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프로젝트를 올려 성공한 사이트인 텀블벅의 구조를 살펴보자. 텀블벅은 독립적인 문화창작자들을 위한 온라인 펀딩 플랫폼을 모토로 건 사이트다. 제한 시간동안 목표 금액을 모집한 뒤 기한 내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기부자가 등록한 카드 혹은 계좌에서 일괄 자동이체가 된다. 반대로 모금에 실패할 경우 예약은 없었던 일로 되며 이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5%의 수수료를 제외한다면 텀블벅은 어떤 비용을 요구하지 않으며 프로젝트에 대한 권리도 온전히 등록자 자신의 것이라고 인증해주고 있다.


 사실 크라우드 펀딩이 각광 받기는 요 근래에 들어서이지만 크라우드 펀딩 개념 자체는 상당히 오래된 편이다. 펀딩에 관한 이념이 발전하면서 소액금융, 소액대출, 개인 대 개인 대출 같은 은행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1:1 혹은 1:다수 형식의 펀딩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크라우드 펀딩의 효시를 중세 유럽의 한 유명 작곡가의 경우 창작악보나 초연티켓을 사전에 후원 그룹에 한정 판매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향후 ‘Threshold Pledge System(혹은 Street Performer Protocol)’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하기도 했다.1602년에 세계 최초의 거래소인 암스테르담 주식거래소를 통해 상장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합자동인도회사)의 주식은 기업의 영업활동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서의 크라우드 펀딩 사례라고 할 수 있다.이 회사는 아시아까지의 위험하고 값비싼 항해 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주식을 공모했는데 이를 통해 일반인들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현재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만들어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킥스타터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등장하고 여기서 모집을 시작한 프로젝트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크라우드 펀딩이 2010년대 들어서 각광을 받게 됬는가? 우선 2000년대에 들어선 웹 2.0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에 따른 영향이 크다. 생산자가 데이터를 갱신하는 웹사이트들의 집합체가 웹 1.0이였다면 웹 2.0은 웹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하나의 완전한 플랫폼을 의미한다. 즉 웹 2.0은 주체가 생산자이며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를 재생산하며,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그 사회적인 네트워크로 2000년대부터 도래한 것이 바로 소셜 네트워크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주지하다시피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같이 “사회적 연결에 의해 유대를 맺고 있는 인자(actor)들이 형성한 네트워크로서 개인적인 영역 속에서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 네트워크의 주요 특성으로는 사용자와 미디어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빠른 확산 속도와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소셜 네트워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전문화되어 생산적인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었다. 소셜 네트워크로 자신과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고 나아가 피드백을 얻는 문화는 이제 2000년대에는 흔한 형태가 되었다. 무수한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트위터들이 그것을 반증한다.


 텀블벅이나 킥스타터 같은 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들의 대부분이 소셜 네트워크 비중이 크다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들 사이트 대부분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텀블러, 블로그로 퍼갈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는 것도 사회적 연결에 의해 유대를 맺고 있는 인자들을 통해 무한정 퍼져나가 잠재적 투자자가 보고 찾아와 투자 할 수 있도록 ‘바이럴’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상품 크라우드 펀딩의 역사와 의의

 물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올라온 프로젝트들 중엔 문화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들에 대한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이 많긴 하지만 이 보고서는 텀블벅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문화 상품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 사례들을 중점으로 살펴 볼까 한다.


 문화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은 1997년 마릴리온이라는 영국 밴드의 미국 공연 자금을 위해 인터넷 캠페인을 연 것을 시초로 보고 있다. 이 사례는 밴드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순전히 팬들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사례는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의 프로토타입으로 꼽히며 이후 영미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릴리온의 성공은 곧 팬 펀딩이라는 개념으로 몇몇 사이트에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킥스타터 같이 전문적으로 모아서 크라우드 펀딩을 가능하게 하는 사이트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킥스타터라는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등장하고 여기서 프로젝트 투자가 성공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의 사례를 꼽으라면 2000년초에 유행했던 네티즌 펀드를 그 시초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심마니 엔터펀드와 인츠필름이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99년 인츠필름에서 펀드레이징을 한 반칙왕이 97% 수익률로 대박을 낸 후 본격화하기 시작하여, 공동경비구역JSA 150%,친구 293.63% 등이 대박 신화를 이끌면서 2000년대 전반기에 제작된 유명한 영화들이 이 네티즌 펀드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자금을 성공적으로 모집한 사례가 있다.실제로 네티즌펀드는 영화자금을 모은다는 개념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었으나 (투자자에게 영화표 1매 제공,이를 통해 추가 매출 및 홍보 효과 발생) 규모가 커지면서 풋옵션,원금보장형 등의 수익성 중점 펀드들이 등장하였고,금융감독원이 이들을 유산수신행위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서기 시작 하였다. 또한 영화 자체로는 수익이 났으나 기획사들의 투명하지 않은 회계처리로 인하여 실제로 통장에는 자금이 남아있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많은 네티즌펀드 전문 회사들은 문을 닫게 되었다.


 비록 네티즌 펀딩은 여러 제재와 문제들로 한계로 금세 사그라들었으나 대한민국 역시 해외의 사례들처럼 한국의 소비자들 역시 어떤 간접적인 매개체 없이 문화 생산자에게 직접 모금을 하고 싶은 욕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금융법에 걸리지 않고도 네티즌 펀딩 회사를 통하지 않고도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1대 1 연결을 하는 킥스타터를 위시한 소셜 네트워크 기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에서 등장하기 시작했고 킥스타터의 성공을 본받아 위에서 텀블벅 같은 사이트가 한국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정받지 못한 하위 문화상품들, 그리고 반란

 그렇다면 서문에서 언급한 사례들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한 문화 상품들이 처한 환경을 살펴보자. 크라우드 펀딩에 올라온 문화 상품 기획들 대부분 은 기존 문화 자본에게서 제대로 투자 받기 힘든 것들이 많다. 서문에서 언급한 [환상 속의 그대]나 [지슬] 같은 독립 영화는 기획에서 시작해 재정적 벌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미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바다. 또한 마사토끼 같은 인터넷에서 유명한 만화가 역시 웹툰 연재처의 지배에서 벗어난 만화를 그리기 위해 한 화 단위로 펀딩을 해 성공적으로 종료된 사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위의 사례들의 성공은 아직 그 문화의 근본적인 체질까지 바꾸지는 않았기에 TRPG와 1990년대 복고 컴퓨터 게임의 크라우드 펀딩은 여러모로 놀랍다. 먼저 이 보고서의 시발점이 된 TRPG 문화를 살펴보자. 한국 TRPG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198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온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수준이였다가 1990년대에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를 통해 소개되면서 활황이 불었다. 그 이후로 게임매거진 등 TRPG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일본이나 영미권과 달리 그 수요가 턱없이 적었기 때문에 곧 하향세에 들어선다. TRPG 서적을 보급하는데 적극적이였던 출판사 커뮤니케이션 그룹이 들어와 사업을 벌였지만 이 출판사는 곧 사업을 접으면서 소수만이 즐기는 문화로 전락했다. 이제 와서 정식으로 관련 책이 출판될리도 없었고 실제로 이번 모금을 주도한 초여명 역시 적은 인원 (사원이 단 두 명이라고 한다.) 때문에 무리한 출판 대신 명맥을 유지할수 있는 정도로 관련 상품만 출판을 해왔다. 


 그러던 중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몇몇 개인이 주도한 시스템 발행 프로젝트인 ‘Dawn of FATE’가 목표 금액의 500%를 넘는 소소한 성과를 거두자 초여명은 텀블벅을 통해 출판 자금을 모금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처음엔 TRPG 시장의 협소함 때문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으나 그 결과 ‘Dawn of FATE’보다 3배에 넘는 1900%를 돌파하게 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는 지금까지 진행됬던 텀블벅 프로젝트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이런 던전월드의 성공은 새로이 출범한 TRPG 출판사인 롤과 롤이 추구하는 TRPG 룰북 프로젝트인 ‘고민해결! 마법 해결서점’ 역시 무난하게 예상 금액을 돌파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야말로 크라우드 펀딩이 죽어버린 한국 TRPG 문화를 어느정도 살려놓는데 성공한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지원받은 컴퓨터 게임 쪽도 그 체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케이스다. 먼저 서문에 언급된 팀 쉐퍼는 1990년대 초중반에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했고 판매량도 좋았던 소위 유명 컴퓨터 게임 제작자였다. 그는 조지 루카스가 만든 루카스아츠라는 게임회사에서 일하면서 무수한 게임들을 만들어 히트를 쳤고, 게임 평론가들에서는 위대한 게임 개발자 중 한 명으로 꼽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게임들이 2000년대 컴퓨터 게임 유행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 되는 바람에, 신작 제작 비용을 투자자들에게 얻기 어려워졌다. 


 [웨이스트랜드 2] 같은 경우는 1980년대에 나온 유명 컴퓨터 RPG 게임 [웨이스트랜드]의 후속작이다. 이 게임은 핵전쟁이라는 당시 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설정을 극도로 살려 TRPG 특유의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도’와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평론가와 게이머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 역시 판권 문제로 난항을 겪다가 시간이 지나가버려 게임업계의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는데다 기획으로 나온 게임 난이도 어렵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기존 게임 자본에 투자를 받지 못하고 번번히 엎어져야 했다.


이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뤄진 ‘후원’ 대부분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판명되어 가장 기초가 될 제작비용에 투자를 받지 못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속성은 어떤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고 들어가볼까 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사회학과 경제학을 설명할 때 등 헤겔이 한창 활동하던 시기 이후로 등장했다. 처음엔 헤겔의 변증법-그것도 가장 급진적인 헤겔 좌파-에서 출발한 마르크스는 그러나 헤겔의 변증법이 가지고 있는 현실 안주적인 사상을 거부하고 헤겔의 변증법과는 다른 새로운 변증법과 포이어바흐가 주창한 유물론을 결합해 독자적인 철학을 만듬과 동시에 그 철학을 통해 사회를 종횡적으로 분석하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마르크스는 사회학과 정치학, 경제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 인물이 되었다.


 마르크스가 유달리 독보적인 이유는 이전 철학들을 종합하면서도 그 관심사가 기존의 철학자들하고 달랐으며, 그 시선이 가지고 있는 통찰력이 혁신적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는 아담 스미스와 리카르도를 통해 제시되어 한창 각광 받고 있던한 자본주의 사회의 메카니즘을 규정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마르크스의 철학은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당대 경제 순환을 이해하기 위해 공식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 공식을 성립하는데에는 동료였던 경제학제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영향과 도움도 컸다.


 마르크스의 자본 순환 공식은 

 M->X-LP…C’…-> M’ (M+ △m)

 -MP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M=화폐자본, C=상품, LP=상품1 (노동력), MP=상품2 (생산수단), △m=잉여가치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수단은 에너지, 자연자원, 기계류, 토지, 건조환경 등으로 나눠지며 노동력은 노동력의 상품으로의 전환은 시초축적의 수탈과정에 의해 형성된다. 즉 이 공식을 풀이해보면 자본가가 화폐자본을 투입해 상품1인 노동력과 상품2인 생산수단을 사들여 잉여가치를 얻은 화폐자본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중심이 되는 화폐 가치론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가? 가치론에 대한 기호언어학은 겉으로 드러난 표현과 속 내용으로 나눠진다. 이 두 가지는 다시 질료, 형태, 실체로 다시 나눠지는데 표현의 질료, 형태, 실체는 화페의 물질성, 가격 (교환가치), 화폐체계로 나눠지며 내용의 질료, 형태, 실체는 미분화된 노동, 가치, 분화된 노동으로 나눠진다. 이 중 가치는 교환가치(표현-형태)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심층적인 형태인데 질료는 노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를 통해야 드러나는 표현의 형태는 화폐 그 자체다. 


 그렇다면 텀블벅에서 올라오는, 사회에서 교환가치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화 프로젝트 중에서 TRPG, 구식 컴퓨터 게임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서브컬처, 하위 문화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하위 문화는 어떤 것인가?


 하위 문화 또는 서브컬처(subculture)는 한 사회에서 정통적・전통적인 위상을 지닌 문화에 대해, 그 사회의 일부 집단에 한정하여 일정한 위상을 지닌 문화를 가리킨다. 그 예로는 대중문화, 도시문화, 청소년 문화 등이 있다. 지배적인 문화나 체제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서브컬처는 카운터컬처(대항문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위문화 또는 부차적 문화라는 역어로 불리기도 한다. 


 용어의 기원은 1950년에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사용한 것이 최초이다. 의미는 ‘주류문화에 반하는 개인의 모임’이었다. ‘서브’(sub)란 사회적 주류 문화와 가치관으로부터 일탈한, 인종적으로 소외된 그룹이나 스트리트 칠드런(street children), 동성연애자 등의 하위집단이란 의미로, 미디어 문화 이외의 가치관과 행동양식, 언어 등, 원래의 ‘문화(컬처)’에 대응하는 의미에서 서브’컬챠’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문맥상으로 주로 다음과 같은 용법이 있다. 

 1. 사회의 지배적 문화로부터 일탈한 문화 양태, 언어, 종교, 가치관 등을 포함하고, 사회학 분야에서 주류 문화와의 상대 개념으로 이용된다. 

 2. 회화나 순문학, 클래식 음악 등의 하이 컬처에 대하여, 주로 소수파에 속하고 취미성이 강한 문화를 가리킨다. 

 3. 만화,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 특촬물, 피규어 등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한 오타쿠 문화를 가리키기도 한다. 


 1항이 원래의 의미로, 경제 성장과 도시화, 그에 따른 대중문화 저변의 확산 등으로 인해 2나 3항에 해당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어느 경우에도 ‘기성문화에 대비되는 2차적인 측면’이라는 함축적인 뜻이 있다. 한자어로 ‘하위문화’라는 번역이 통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또, 미대생이나 아티스트 지망생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나 문화를, 상업성에 기반한 기존의 문화와 구별하려는 뜻에서, 컬처럴 스터디스(cultural studies)적인 의미를 담아서 서브컬처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 점에서 보자면 언급한 TRPG나 게임은 2, 3번에 속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서브 컬처에 대한 개념과 마르크스의 이론을 통합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살펴보자면 크라우드 펀딩에 올라온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상품에 대한 계획도 있고 노동력과 생산수단에 대한 계획도 있는데 잉여가치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한 ‘주류’ 투자 자본 권력에서 버려진 ‘하위 문화’들이며, 크라우드 펀딩은 그 기존 투자 자본 대신 새로운 투자 자본을 얻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하위 문화가 주류에게서 교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니다. 비디오 게임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새로이 떠오르는 문화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엄청난 거금이 투입되어 게임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웨이스트랜드2 역시 그 교환가치를 인정받을 뻔 했다. 한국의 TRPG 책들 역시 크라우드 펀딩으로만 나온 것도 아니다. 당장 이번 레포트의 주인공인 초여명 역시 자비로 겁스GURPS라는 룰북을 기존의 출판 방식으로 번역 출판한 선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례에서 언급한 198-90년대 컴퓨터 게임들은 그 거금의 투자에서 항상 제외되어 왔으며 한국 TRPG 서적 판매량은 처참하거나 간신히 적자를 메꾸는 수준이여서 2013년 6월 현재까지 서점엔 겁스 한 권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나마 주류 문화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영화나 음악 같은 경우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TRPG나 비디오 게임은 아직까지 주류 문화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기에 상업적인 자본에 100%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텀블벅이나 킥스타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크라우드 펀딩은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기존 투자 문화에 대한 역습이라 할만한다. 그렇다면 점으로 살펴본 문화 산업 같은 경우엔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문화하고도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다. 컴퓨터 게임 분야는은 애시당초 컴퓨터 기술에서 출발한지라 이런 쪽은 발달되어 있는 편이다. 게임 제작자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피드백하는 등 활발한 의견 주고 받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그 문화나 생태가 잘 안 알려진 TRPG는 어떤가? 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TRPG 문화 같은 경우엔 TRPG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RPG세션이라던가 네이버 TRPG 카페를 통해 구인글을 올려서 구인을 하는 형식으로 플레이어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를 TRPG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 (ex. 초여명, 롤) 역시 주목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이 사람들은 이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텀블벅 프로젝트를 오가며 분주히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 유저들은 그것들을 보고 후원을 하고 관심이 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다른 사회적 인자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정리하자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이 발달하고 그 하위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층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정착하고 나아가 소셜 네트워크를 향유하게 되면서 크라우드 펀딩 열풍에 기여를 한 게 된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하고는 큰 관계가 없지만, 이런 과거 하위 문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후원자들 대부분이 한때 유행했던 당시 하위 문화의 향유자이며 대부분 사회에 들어서면서 재력이 생겼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대표적으로 팀 셰퍼의 후속작이라던가 웨이스트랜드2 같은 8-90년대 어드벤처/게임 후속작에 대한 폭발적인 크라우드 펀딩 열풍은 8-90년대 게임을 즐기며 자라왔던 영미권의 1-20대들이 나이를 먹어 사회에 진출해 돈을 모았다는게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 생각한다. 한국 TRPG 출판 크라우드 펀딩 열풍 역시 1990년대 잠깐 불었던 한국 TRPG 열풍 당시에 향유층이였던 젊은 세대들이 나이를 먹고 어떤 사업에 투자할 재정적 여력이 됬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 두 케이스에서 새로 들어온 젊은 세대의 투자 비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운동 자체가 어떤 향수나 복고하고 연관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TRPG나 198-90년대 컴퓨터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RPG 게임들은 다시 첨단 유행을 탈 것 같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결론

 보통 TRPG나 컴퓨터 게임 같은 게임 문화는 문화 연구에서 생각보다 많이 다뤄지지 않는 분야였다. 이는 하위 문화 연구에서도 이 두 문화는 아직도 초기 연구 단계이기도 했고, 두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저급 문화’에서 많이 못 벗어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두 하위 문화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신의 문화 자본과 체질을 혁명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두 사례는 마르크스가 얘기한 자본주의의 착취에서 벗어난 생산자와 소비자의 1대 1 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의 예시가 될 지도 모른다. 물론 단점도 있고 (Dawn of Fate는 진행 미숙으로 많이 구설수에 올랐다.)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는 중요한 변화라 생각한다. 


 본디 이 보고서는 독립 영화나 음악도 다루려고 했으나 다뤘다간 자료가 방대해서 산만해질 것 같기 때문에 제외했으며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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