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리뷰 94

[간단리뷰] 조정치 - [미성년 연애사] (2010)

-처음에 표지 봤을때 황신혜밴드 그런 스타일인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오히려 품위있는 어쿠스틱 팝이라고 해야 되겠군요. 단아한 기타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곡을 풀어내는 스타일인데, 보사노바, 칼립소 ('마성의 여인') 같은 이질적인 장르를 넘나드는 조정치의 작곡 능력은 안정적이면서도 감수성을 효과적으로 자극하고 있습니다. 편곡도 잘 되어 있는데, '사랑은 한 잔의 소주'는 정말 기똥차게 뽑혀진 올해의 한국 가요 싱글이고, 'Waltz for Sue' 후반부의 오케스트라는 정말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한 스케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치있지만 조근조근 일상사를 풀어내는 가사도 좋습니다. 진도가 안 나가는 사랑 떄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후회를 해보지만" 결국 다시 술을 들..

쿨라 쉐이커.

제가 브릿팝 이런 쪽을 좀 좋아하는지라, 음반도 꽤 모으고 있습니다. 마스터했다곤 죽어도 말은 못하지만, 그래도 주요 음반들을 죽죽 흩어보니 대략적으로 어느 파에 속하는지 대충 감이 잡히더라고요. 최근에 내한을 성황리에 마친 쿨라 쉐이커는 대략 버브나 샬라탄즈 쪽에 가깝습니다. 60년대 사이키델릭의 그 거칠고 몽롱한 뼈대를 가져와 쿨하게 이식하는 것 말이죠. 석원님 말대로 1990년대 브릿팝 운동은 어떤 면에서는 1960년대 사이키델릭의 부활이였습니다. 버브, 샬라탄즈, 쿨라 쉐이커는 그 부활의 중심에 있었던 밴드였습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이식시켰는가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버브는 순도높고 드라마틱한 백인 기타 팝을 들려줬고, 샬라탄즈는 댄스 그루브를 만들었습니다. 쿨라 쉐이커는... 에스닉과 하드 록..

카테고리 없음 2010.08.10

From Bandiera With Two Pop Albums.

1. Gigi - [Maintentant] (2010, Tomlab) 적어도 이 블로그 방문객 중에서 팝 싫어하시는 분은 없을것이라 봅니다. 물론 팝도 무수한 장르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앨범은 5-60년대 스펙터리안 팝에 속합니다. 필 스펙터라는 천재가 창조하고 로네츠 같은 가수로 흥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사라진 그 팝 장르입니다. 이 장르는 소박하지만 다양한 악기를 겹겹이 쌓아올린 소리의 층과 결로 승부하는게 목적인데, 이 점에서 이 음반의 제작자인 콜린 스튜어트와 닉 커고비츠가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수록곡이 많은 편이고, 제작 기간도 상당히 길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앨범 곳곳에 장인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특히 'No, My Heart Will Go On'의 보드라운 질감의 드럼에 맑게 울려퍼..

스마일즈의 스트로베리 TV 쇼우-

본격 뒷북 음반 감상 시간 (하나도 안자랑)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이야 서전음과 TV 옐로우, 3호선 버터플라이, 줄라이하트 등이 합류하면서 인상이 많이 바뀌였지만, 한때 저에겐 비트볼은 복고적인 이미지의 레이블이였습니다. 몽구스 3집, 스마일즈와 피들밤비가 데뷔 앨범을 내던 2006-07년이 절정이였던 것 같네요. (이렇게 적고 보면 굉장히 과거처럼 느껴지네요.) 당시엔 다른데에 관심이 있어서 이 음반을 구매하지 못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며칠전에야 지르게 되었습니다. 스마일즈는 당시 비트볼의 복고적인 이미지를 정석적으로 따라가는 밴드입니다. 제대로 향수(?!)를 자극하는 뒷면의 프로듀서 해설도 그렇고 (전형적인 한국 올디즈 LP 슬리브 디자인이죠. 양희은의 1991 앨범에도 실려있던...) 표지 사진..

[간단리뷰] LCD Soundsystem - [Sound of Silver] (2007)

-3집 발매 기념으로 뒤늦게 질렀습니다. -매드체스터/더 폴 풍 댄스 리듬에 번쩍거리는 질감을 올려놓는 작법은 1집하고 동일합니다. 단지 변한 것이라면 ‘소리’와 ‘멜로디’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곡 위주로 사고된 앨범입니다. 한마디로 매끈합니다. 전작 ‘Never As Tired As When I’m Waking Up’같은 곡에서 무의식적으로 능숙한 사운드/멜로디 메이킹을 드러냈는데, 이 앨범에서는 그 능수능란함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고, 대부분 성공적입니다. -특히 매끈한 멜로디를 자랑하는 'North American Scum'나 'All My Friends'부터 시작해, ‘Someone Great’나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

[The Notorious Byrd Brothers] / [Satanic Panic in the Attic] /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

사실 제가 가장 관심이 있는 뮤지션 패밀리는 바로 Byrds 패밀리입니다. 음악을 듣다보니 버즈 본가부터 시작해 틴에이지 팬클럽, 엘비스 코스텔로, 걸스, 디비스, 빅 스타, 핫피 엔도, 카우보이 정키스, 윌코, 신즈, XTC, 플릿 폭시즈, (조금 장르는 다르지만) 오브 몬트리올까지 Byrds거나 Byrds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밴드들을 꾸준히 찾게 되더라고요. 제가 델리스파이스와 블러로 음악 듣는 것에 입문해서인지, 기타 중심의 팝 사운드에 향수를 느끼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리뷰도 그 버즈 일가에 대한 것입니다. -이 앨범은 본가 버즈가 남긴 최고의 앨범을 꼽으라면 [Younger Than Yesterday]와 더불어 꼭 꼽히는 앨범입니다. 허나 두 앨범은 다릅니다. 버즈 특유의 쟁글쟁글거..

Bert Jansch - [Bert Jasch] (1965)

브리티시 포크는 대략 두 부류로 나눌수 있을 것 같다. 페어포트 컨벤션처럼 영국/미국 전통 음악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과, 닉 드레이크나 바시티 버넌처럼 좀 더 모던한 스타일로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이들로. 물론 도노반같이 히피즘의 감수성과 정치성, 내밀한 감정을 섞은 특이한 케이스도 있으나 제외. 사실 이 둘은 서로 교류관계가 있었으니 (페어포트 컨벤션은 닉 드레이크를 발굴하기도 했다. 바시티 버넌 1집 프로듀서는 닉 드레이크와 페어포트 컨벤션 프로듀서였던 조 보이드였고 결정적으로 닉 드레이크의 영웅은 버트 잰시였다.) 이렇게 딱 분류하는것도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한다만. 스코틀랜드에 온 버트 잰쉬(본인 말로는 얀시에 가깝다지만) 는 그 중간자적인 음악을 하던 사람 아니였나 생각이 든..

[The Good, The Bad & The Queen] / [Idealism]

-간단히 말해서 고릴라즈에서 쳤던 데이먼 알반의 장난을 좀 더 진지하게, 복고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80년대 중세풍 어쿠스틱 고릴라즈...라면 말이 되려나요. 적고보니 말이 안 되는군요. 고릴라즈 2집 프로듀서인 데인저 마우스가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합니다. -물론 고릴라즈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이 다릅니다. 클래쉬-폴 시모논, 아메리카'80 (펠라 쿠티의 밴드)-토니 앨런, 버브-사이먼 통, 블러-데이먼 알반... 이건 뭐 슈퍼뮤지션대전 알파 플러스죠. 한마디로 The Good, the Bad & the Queen는 슈퍼 밴드입니다. 음악도 엄격하게 통제하기 보다 느긋하게 멤버들의 실력과 재능에 맡겨둔다는 인상이 강하고요. 그 중 'Herculean'은 천의무봉에 이른 대가들이 펼..

MGMT의 [Congratulations] 간단리뷰: 내가 이 앨범을 환영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혹은 실패한 비평의 단편)

-최근 3명의 라이브 멤버가 정규 멤버로 합류했다고 합니다. -뭐랄까...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게 정말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 답이 딱 안 나온다고 할까요. (류사부님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알량한 지식이 또 한번 깨지는 순간입니다. -확실한 건, 앨범 전체로 들었을때 인상이 강한 앨범입니다. 정말 앤드류 말처럼 "앨범 전체를 듣기를 권합니다."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인 'Flash Delirium' (저번에도 감상 평을 적었지만)는 유년기의 악몽과 싸구려 묵시룩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빅뱅을 일으키는 멋진 곡입니다. 'Siberian Breaks'나 'Lady Dada's Nightmare'의 도입부 멜로디는 너무나 매혹적이여서 자연스럽게 이끌려들어갑니다. -하지만 매혹은 여기까지. MG..

2010년 4월 New Music Machine

*이름도 없이 연재하던 신보 간단 감상기가 마침내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뭔가 좀 정리가 안된다는 느낌이였는데 이제 정리가 되네요. 참고로 코넬리우스의 곡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Charlotte Gainsbourg - [IRM] (2010, Because Music) 8.6/10.0 적어도 패리스 힐튼이나 스칼렛 요한슨보다는 상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가? 그리고 벡은 먼치킨이다. 스테디한 창작의 힘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줄리아 하트 (Julia Hart) - [B EP] (2010, 비트볼 뮤직) 8.6/10.0 조금 낯간지럽긴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럽다. 젊음이 있는 가정이라면 하나씩! EP이지만, 음악의 포만감이 상당하다. 이 정도라면 정규 앨범이 기대된다. MGMT - [Congratul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