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Bert Jansch - [Bert Jasch] (1965)

giantroot2010. 5. 15. 22:51

브리티시 포크는 대략 두 부류로 나눌수 있을 것 같다. 페어포트 컨벤션처럼 영국/미국 전통 음악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과, 닉 드레이크나 바시티 버넌처럼 좀 더 모던한 스타일로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이들로. 물론 도노반같이 히피즘의 감수성과 정치성, 내밀한 감정을 섞은 특이한 케이스도 있으나 제외. 사실 이 둘은 서로 교류관계가 있었으니 (페어포트 컨벤션은 닉 드레이크를 발굴하기도 했다. 바시티 버넌 1집 프로듀서는 닉 드레이크와 페어포트 컨벤션 프로듀서였던 조 보이드였고 결정적으로 닉 드레이크의 영웅은 버트 잰시였다.) 이렇게 딱 분류하는것도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한다만.

스코틀랜드에 온 버트 잰쉬(본인 말로는 얀시에 가깝다지만) 는 그 중간자적인 음악을 하던 사람 아니였나 생각이 든다. 1965년에 발표한 그의 첫 앨범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블루스, 포크, 재즈, 컨트리, 영국 전통 음악의 영향이 제법 느껴지는 세밀한 기타 연주는 페어포트 컨벤션을 떠올리게 하지만, 가사와 음악이 내뿜는 내밀한 정서, 밴드 포맷보다 솔로 포맷에 가까운 음악 구성은 닉 드레이크에 가깝다. 다만 닉 드레이크보다는 덜 자학적이고 관조적이며 기타 연주도 한 수 위 아닌가 싶다. 백밴드나 오케스트라 없이 즉흥 연주와 재빠른 핑거링으로 정념을 창출하는게 제법이다.

첫 곡 'Strolling Down The Highway' 에서 기타를 들고 느긋하게 연주하면서 고속도로를 향하는 것 같다. 스코틀랜드에서 히치하이킹을 해 런던으로 왔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생각해보면 이 곡은 그 트라비아를 담고 있던 거 아니였을까. 물론 나름 인기 레퍼토리로 잡게된 'Needle Of Death'은 닉 드레이크 풍으로 상념에 잠긴듯한-하지만 마조히즘적 청취욕구 대신 따스한 위안을 안겨주는-모습 역시 멋들여지게 소화한다.  앨범 전체가 이런 느긋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관조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아파트 방에서 녹음기와 기타 한 대로 녹음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왠지 수긍이 간다. 브리티시 포크를 좋아한다면 필히 들어봐야 할듯 싶다.

그가 후일 결성한 펜탕글이라는 밴드도 상당하던데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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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을 들은 뒤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를 다시 들었는데, 왜 지미 페이지가 존경하는 기타리스트 중 하나로 버트 잰시를 꼽은지 알게 되었다. 지미 페이지의 그 현란한 기타 솜씨는 버트 잰시의 핑거링을 많이 훔쳐온듯 했으며, 종종 들려주는 포크 성향의 음악 역시 페어포트 컨벤션과 버트 잰시를 맨 위에 올려놓고 숭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