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브릿팝 이런 쪽을 좀 좋아하는지라, 음반도 꽤 모으고 있습니다. 마스터했다곤 죽어도 말은 못하지만, 그래도 주요 음반들을 죽죽 흩어보니 대략적으로 어느 파에 속하는지 대충 감이 잡히더라고요.
최근에 내한을 성황리에 마친 쿨라 쉐이커는 대략 버브나 샬라탄즈 쪽에 가깝습니다. 60년대 사이키델릭의 그 거칠고 몽롱한 뼈대를 가져와 쿨하게 이식하는 것 말이죠. 석원님 말대로 1990년대 브릿팝 운동은 어떤 면에서는 1960년대 사이키델릭의 부활이였습니다. 버브, 샬라탄즈, 쿨라 쉐이커는 그 부활의 중심에 있었던 밴드였습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이식시켰는가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버브는 순도높고 드라마틱한 백인 기타 팝을 들려줬고, 샬라탄즈는 댄스 그루브를 만들었습니다.
쿨라 쉐이커는... 에스닉과 하드 록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1집 [K]와 올해 나온 4집 [Pilgrim's Progress]를 들어보고 나름 정리한 결말입니다.
영쿡 애들이 동양의 영적 세계관에 허우적거리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불교와 힌두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많이 이뤄진 나라가 바로 영쿡이랍니다.), 나라 자체가 은근히 전설이니 신화니, 더 나아가 괴담에 매혹된 걸 (요정을 찍었다고 나라가 떠들썩했던 적도 있었죠.)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깐 영적인 것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고 할까요. 쿨라 쉐이커의 리더인 크리스판 밀스도 그 중 하나입니다.
[K]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인도 풍의 현악 편곡과 와와풍의 하드한 기타입니다. 'Sleeping Jiva'나 (아예 산스크리트 어로 불러버린) 'Gondiva'는 전자에 속할 것이고, 후자는 'Hey Dude'나 'Grateful When You're Dead / Jerry Was There'가 그렇습니다. 'Tattva'에서 이 두 방향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한마디로 'Tattva'는 흐느적거리는 인도풍 사이키델릭 로큰롤입니다. 앨범도 그 방향에 맞춰져 있고요. 제리 가르시아와 시바/칼리가 만났다고 하면 이 앨범의 분위기가 어떤지 이해가 가실겁니다.
이 점 때문에 쿨라 쉐이커는 당시 브릿팝 신에서도 독특한 위치을 점하게 됩니다. 1960년대 히피 문화의 사이키델릭 록이 이국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했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쿨라 쉐이커는 그 점을 꽤 정확하게 간파하고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리더인 크리스판 밀스가 정말로 인도 문화의 정신에 접근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전 조금 반신반의입니다.), 적어도 어느 누구도 제대로 발굴하지 않았던 부분을 발굴해내고 집중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그가 꽤 좋은 송라이터/편곡자였다는 점도 빼놓으면 안되겠죠. 60년대 모드 로큰롤와 사이키델릭, 인도 음악에 모두 뿌리를 두고 있는 밀스의 송라이팅은 현재와 과거를 잘 아우르고 있습니다. 로킹하면서도 몽환적이며, 에스닉하면서도 동시에 쿨합니다. 시크하게 질주하는 'Knight On The Town' 같은 곡이 그렇습니다.
워낙 블러와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펄프, 버브가 지분을 높게 차지하고 있고, 성공에 비해 덜 조명받는듯 하지만, 그 쟁쟁한 밴드가 탄생하던 시절에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했다는 것은 분명히 높게 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는 그저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올해 나온 4집 [Pilgrim's Progress]는 꽤 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인도에서 영미 루츠에 대한 탐사가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영국 문화의 아이콘 중 하나인 피터 팬과 오필리아를 인용하는 첫 두 곡 'Peter Pan R.I.P.'과 'Ophelia'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최고 곡이라고 생각합니다.)는 굉장히 영국적인데, 특히 후자는 닉 드레이크의 서정적인 브리티시 포크를 바탕에 슬며서 울먹이는 기타와 은은한 플루트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후반부로 가면 미국 루츠에 대한 관심이 더욱 강조되는데, 'Cavalry'를 비롯해 'All Dressed Up', 'When a Brave Meets a Maid' 같은 곡은 거의 컨트리라 할 정도로 굉장히 룻시한 감성을 들려줍니다. 이 중 가장 이채로운 곡은 연주곡인 'When a Brave Meets a Maid'입니다. 정통적인 컨트리인 나머지 두 곡과 달리, 원시적인 드럼 비트와 슬라이드 기타, 목관악기가 서부극 사운드트랙의 바이브를 재현하는게 꽤 재미있습니다. 물론 모드 로큰롤에 블루스적 색채를 강화시킨 'Mordern Blues'처럼 전작과 연관성이 느껴지는 트랙도 있습니다.
[K]가 워낙 팬들의 기대치를 그런 쪽으로 잡아놔서 그렇지, [Pilgrim's Progress]도 괜찮은 앨범입니다. 영미 루츠 뮤직을 느긋하게 탐사하며 일관된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는것도 나쁘지 않군요. 브리티시 포크와 컨트리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게 들으실수 있으실겁니다. 평단 반응이 별로 없다는 것은 안타깝습니다만.
최근에 내한을 성황리에 마친 쿨라 쉐이커는 대략 버브나 샬라탄즈 쪽에 가깝습니다. 60년대 사이키델릭의 그 거칠고 몽롱한 뼈대를 가져와 쿨하게 이식하는 것 말이죠. 석원님 말대로 1990년대 브릿팝 운동은 어떤 면에서는 1960년대 사이키델릭의 부활이였습니다. 버브, 샬라탄즈, 쿨라 쉐이커는 그 부활의 중심에 있었던 밴드였습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이식시켰는가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버브는 순도높고 드라마틱한 백인 기타 팝을 들려줬고, 샬라탄즈는 댄스 그루브를 만들었습니다.
쿨라 쉐이커는... 에스닉과 하드 록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1집 [K]와 올해 나온 4집 [Pilgrim's Progress]를 들어보고 나름 정리한 결말입니다.
영쿡 애들이 동양의 영적 세계관에 허우적거리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불교와 힌두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많이 이뤄진 나라가 바로 영쿡이랍니다.), 나라 자체가 은근히 전설이니 신화니, 더 나아가 괴담에 매혹된 걸 (요정을 찍었다고 나라가 떠들썩했던 적도 있었죠.)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깐 영적인 것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고 할까요. 쿨라 쉐이커의 리더인 크리스판 밀스도 그 중 하나입니다.
[K]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인도 풍의 현악 편곡과 와와풍의 하드한 기타입니다. 'Sleeping Jiva'나 (아예 산스크리트 어로 불러버린) 'Gondiva'는 전자에 속할 것이고, 후자는 'Hey Dude'나 'Grateful When You're Dead / Jerry Was There'가 그렇습니다. 'Tattva'에서 이 두 방향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한마디로 'Tattva'는 흐느적거리는 인도풍 사이키델릭 로큰롤입니다. 앨범도 그 방향에 맞춰져 있고요. 제리 가르시아와 시바/칼리가 만났다고 하면 이 앨범의 분위기가 어떤지 이해가 가실겁니다.
이 점 때문에 쿨라 쉐이커는 당시 브릿팝 신에서도 독특한 위치을 점하게 됩니다. 1960년대 히피 문화의 사이키델릭 록이 이국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했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쿨라 쉐이커는 그 점을 꽤 정확하게 간파하고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리더인 크리스판 밀스가 정말로 인도 문화의 정신에 접근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전 조금 반신반의입니다.), 적어도 어느 누구도 제대로 발굴하지 않았던 부분을 발굴해내고 집중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그가 꽤 좋은 송라이터/편곡자였다는 점도 빼놓으면 안되겠죠. 60년대 모드 로큰롤와 사이키델릭, 인도 음악에 모두 뿌리를 두고 있는 밀스의 송라이팅은 현재와 과거를 잘 아우르고 있습니다. 로킹하면서도 몽환적이며, 에스닉하면서도 동시에 쿨합니다. 시크하게 질주하는 'Knight On The Town' 같은 곡이 그렇습니다.
워낙 블러와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펄프, 버브가 지분을 높게 차지하고 있고, 성공에 비해 덜 조명받는듯 하지만, 그 쟁쟁한 밴드가 탄생하던 시절에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했다는 것은 분명히 높게 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는 그저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올해 나온 4집 [Pilgrim's Progress]는 꽤 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인도에서 영미 루츠에 대한 탐사가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영국 문화의 아이콘 중 하나인 피터 팬과 오필리아를 인용하는 첫 두 곡 'Peter Pan R.I.P.'과 'Ophelia'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최고 곡이라고 생각합니다.)는 굉장히 영국적인데, 특히 후자는 닉 드레이크의 서정적인 브리티시 포크를 바탕에 슬며서 울먹이는 기타와 은은한 플루트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후반부로 가면 미국 루츠에 대한 관심이 더욱 강조되는데, 'Cavalry'를 비롯해 'All Dressed Up', 'When a Brave Meets a Maid' 같은 곡은 거의 컨트리라 할 정도로 굉장히 룻시한 감성을 들려줍니다. 이 중 가장 이채로운 곡은 연주곡인 'When a Brave Meets a Maid'입니다. 정통적인 컨트리인 나머지 두 곡과 달리, 원시적인 드럼 비트와 슬라이드 기타, 목관악기가 서부극 사운드트랙의 바이브를 재현하는게 꽤 재미있습니다. 물론 모드 로큰롤에 블루스적 색채를 강화시킨 'Mordern Blues'처럼 전작과 연관성이 느껴지는 트랙도 있습니다.
[K]가 워낙 팬들의 기대치를 그런 쪽으로 잡아놔서 그렇지, [Pilgrim's Progress]도 괜찮은 앨범입니다. 영미 루츠 뮤직을 느긋하게 탐사하며 일관된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는것도 나쁘지 않군요. 브리티시 포크와 컨트리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게 들으실수 있으실겁니다. 평단 반응이 별로 없다는 것은 안타깝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