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The Notorious Byrd Brothers] / [Satanic Panic in the Attic] /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

giantroot2010. 5. 30. 16:28

사실 제가 가장 관심이 있는 뮤지션 패밀리는 바로 Byrds 패밀리입니다. 음악을 듣다보니 버즈 본가부터 시작해 틴에이지 팬클럽, 엘비스 코스텔로, 걸스, 디비스, 빅 스타, 핫피 엔도, 카우보이 정키스, 윌코, 신즈, XTC, 플릿 폭시즈, (조금 장르는 다르지만) 오브 몬트리올까지 Byrds거나 Byrds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밴드들을 꾸준히 찾게 되더라고요. 제가 델리스파이스와 블러로 음악 듣는 것에 입문해서인지, 기타 중심의 팝 사운드에 향수를 느끼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리뷰도 그 버즈 일가에 대한 것입니다.

The Byrds - [The Notorious Byrd Brothers] (1967, Columbia)

-이 앨범은 본가 버즈가 남긴 최고의 앨범을 꼽으라면 [Younger Than Yesterday]와 더불어 꼭 꼽히는 앨범입니다. 허나 두 앨범은 다릅니다. 버즈 특유의 쟁글쟁글거리는 포크 록을 기조로 컨트리, 사이키델릭을 섞는 것은 여전합니다만 작법상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Younger than Yesterday]가 파퓰러한 감수성을 뽐냈다면, [The Notorious Byrd Brothers]는 그보다 사이키델릭와 컨트리에 방점을 찍은 앨범입니다.

-물론 그램 파슨스 가입 직후 나온 [로데오의 연인]처럼 '내래 본격 인민의 컨트리 락을 하깄어!'로 일관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좀 더 유연하고 진보적이라고 할까요. 마지막 'Space Odessey'에서 무그 신시사이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전작 'C.T.A.-102'나 'Mind Garden'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앨범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군가 이 앨범을 코스모-컨트리-사이키델릭 팝라고 정의했는데, 거의 일치합니다.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알딸딸한 영적 기운이 느껴지는 목가적 쟁글 팝 앨범입니다.

-첫 트랙 'Artificial Energy'는 여러모로 전작의 첫 트랙이였던 'So You Want to Be a Rock 'n' Roll Star'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둘 다 힘찬 금관악기가 분위기를 띄운뒤 넘치는 훅으로 낚아채는, 바이브 넘치는 곡입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후자는 몽키즈를 조롱하던 신랄한 에너지로 가득찬 곡이지만, 전자는 마약/속도 중독으로 휘청거리는, 도취되어 있지만 즐겁지는 않은 곡입니다.

-이는 이어지는 제리 고핀/캐롤 킹 콤비가 제공한 'Goin' Back'에서 확실해집니다. '순수의 비가'인 이 곡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나요'라고 외치는 전작의 두번째 트랙하고 확실하게 다릅니다. 이후 이어지는 곡들 역시 다소 내향적인 곡들인데 'Draft Morning', [이지 라이더]에 삽입된 'Wasn't Born to Follow'나 인상적인 도입부를 지닌 'Old John Robertson', 사이킥한 'Dolphin's Smile'까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잠해 있습니다.

-이 차이는 곧 [Younger than Yesterday]하고 결정적인 차이이기도 하고, 베트남전이 얼마나 당시 미국 청년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또는 앨범 제작 도중 퇴출된 데이빗 크로스비와 마이클 클락 때문에 싸했던 밴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지도요. 끊어지지 않고, 하나의 메들리로 흘러가는 60년대 팝의 만가라는 점에서 이 앨범은 [Abbey Road]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물론 로저 맥귄의 쟁글쟁글한 기타는 여전히 인상적인 멜로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Goin' Back' 같은 다른 사람이 제공한 곡도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해내고 있으며, 사이키델릭과 컨트리,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버즈 뿐만 아니라, 전작부터 참여한 프로듀서 게리 어셔를 찬양해야 마땅할 듯 싶습니다. 그는 버즈의 조지 마틴이였는데, 딱 적당한 수준의 스튜디오 기술(테이프 루핑, 에코, 소리의 벽 등등...) 을 통해 원래 버즈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와 훅에 중용의 미학을 아는 인상적인 사이키델릭을 덧입혔습니다. 전작 [Younger than Yesterday]와 더불어 이 작품은 그가 만든 버즈의 앨범 중 최고라 할 만합니다.

-정리하자면 [Younger than Yesterday]가 버즈주의Byrdsism의 우파에 속하는 밴드들의 교과서가 됬다면, 이 앨범은 버주주의의 좌파에 속하는 밴드들의 교과서라 할 만합니다. 전통적인 기타 팝보다, 사이키델릭한 팝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준 앨범입니다.

-데니스 호퍼의 명복을 빕니다.

of Montreal - [Satanic Panic in the Attic] (2004, Polyvinly)

of Montreal -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 (2007, Polyvinly)


-자 그래서 이번엔 위의 앨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밴드의 앨범 두 개에 대한 감상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브 몽레알입니다.

-오브 몽레알을 알게 된 것은 3년 전 L모님이였는데 그 땐 제가 관심사가 다른데에 있어서 구입을 못했습니다. 최근에 MGMT 리뷰 쓰다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오브 몽레알이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구입을 결심하게 됬습니다.

-먼저 2004년작 [Satanic Panic in the Attic] 이야기를 해봅시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위의 버즈 앨범에 우울함 대신 낭만적인 멜랑콜리와 키치한 매력을 대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XTC와 플레이밍 립스, 그리고 벡의 혁명을 거친 네오 사이키델릭과 인디 팝, 신시사이저의 언어로 번역했다고 할까요. 실제로 스튜디오 기술을 이용해 사이키델릭을 만들어내는 방법에도 연결고리가 보입니다. 직접 들어보시면 압니다.

-AMG에선 디비스DB's도 언급하고 있는데,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디비스의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She's Not Worried'나 'Cycles Per Second' 같은 크리스 스태미의 실험주의에 영향을 받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물론 'How Lester Lost His Wife'처럼 하드 록 같은 다른 장르를 이끌어들이는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브 몽레알이 이 앨범이 제공하는 사이키델릭은 굉장히 만화적이고 유희적입니다. 유머러스하다고 할까요. 'Rapture Rapes the Muse' 나 'My British Tour Diary', 'Your Magic is Working' 같은 곡들은 디오니소스적인 방탕한 쾌락과 사이키델릭으로 가득합니다. 왕가위와 그리스 신들, 루이스 브뉘엘, 아폴리네르와 바타이유를 언급하는 가사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세대가 쓸 법한 유희로 가득합니다. 그러면서도 'Disconnect the Dots'나 'Eros' Entropic Tundra', 'City Bird' 같은 단아한 멜랑콜리에도 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7년작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의 기본적인 재료과 지향성(미쳐날뛰는 글램 인디 팝)은 사타닉 앨범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를 좀 더 종합화하고, 곡 구조의 복잡화을 한 앨범입니다. 프로그레시브하다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11분짜리 대곡 'The Past Is A Grotesque Animal'이 그렇습니다. 심지어 'Gronlandic Edit'에선 일렉트로닉클래시 영역으로 미끌어들어갑니다.

-비교는 애시당초 할 생각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팝이라는 명제에 충실한 사타닉 앨범에 정감이 갑니다. 호오는 둘째치고 오브 몽레알이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이 바닥에서는 전설로 남을 듯 싶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케빈 반즈를 보면 '후로게이 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스웨덴인 아내에 딸까지 있는데, 정말 거침 없는 모습을 보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그 모습과 별개로 존경합니다. 형님.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