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 629

The Peppermint Rainbow - Will You Be Staying After Sunday

비록 196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필 스펙터가 영향력을 잃어가긴 했지만 능력있는 프로듀서가 이끄는 10대 중심의 달달한 팝은 꾸준히 수요를 얻어왔습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버블검 팝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해 빠르게 10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거든요. 메릴랜드에서 결성되어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캐스 앨리엇의 지지를 받으며 메이저 데뷔한 페퍼민트 레인보우는 버블검 팝의 전형으로 볼 수 있는 그룹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레몬 파이퍼즈가 훨씬 중요하긴 하지만 (공교롭게 페퍼민트 레인보우 역시 레몬 파이퍼즈의 곡을 커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버블검 팝의 전형으로 들 수 있는 밴드인것 같습니다. 싸이키델릭한 현악 연주, 가벼운 보사노바 리듬, 아름다운 하모니와 소리들을 겹겹이 쌓아올려 만드는 ..

The Left Banke - [Walk Away Renée/Pretty Ballerina] (1967)

잊혀졌던 바로크 팝의 경전 미국 뉴욕 출신의 레프트 뱅크는 버즈와 러빙 스푼풀이 한창 일궈놓고 있었던 포크 록과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영감을 받아 등장한 밴드다. 실질적인 리더였던 마이클 브라운과 톰 핀이 중심이 된 이 밴드는 'Walk Away Renée'라는 데뷔 싱글이 히트치면서 일약 히트를 쳤다. 러빙 스푼풀의 멜로디를 비치 보이스의 하모니와 풍성한 소리들의 담은 뒤 클래식한 하프시코드와 플룻으로 (이 플룻 솔로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채색하면서 르네라는 여성을 향한 브라운의 절절한 짝사랑을 담고 있는 이 곡은 곧 짝사랑을 다룬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다. 심지어 당시 인기 그룹이였던 포 탑스도 가져가 히트를 쳤을 정도다. 그렇게 ..

Anita O' Day - It's Delovley / Love for Sale

아니타 오'데이는 스윙 시대부터 활동한 이름있는 재즈 보컬이지만, 빌리 홀리데이 - 사라 본 - 엘라 피츠제럴드로 대표되는 대표적인 디바에 비하면 인지도는 낮은 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엘라 피츠제럴드 과에 가까워요. 모던 재즈보다는 빅밴드에 활동하면서 스탠더드 팝을 주로 노래했으니깐요. 아니타 자신도 빌리 홀리데이와 엘라 피츠제럴드에 대한 존경을 표했으니... 물론 엘라가 여전히 흑인 보컬 특유의 끈적한 블루스와 가스펠의 향취가 남아있다면, 백인인 아니타는 훨씬 가볍고 산뜻합니다. 블로썸 다이어리처럼 롤리타 목소리까지는 아니지만 품위있으면서도 사뿐히 날아다닌다고 할까요. 콜 포터의 유명곡인 Love for Sale과 It's Delovely를 해석하는 아니타의 목소리는 당당하면서도 고상한 품위를 지닌 ..

XTC 재발매: Nonsuch+Skylarking 완전판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XTC 리이슈가 조금씩 진척되고 있나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XTC#Reissue_program 이렇게 따로 적혀있을 정도로 나름 큰 계획이였고 실제로 2010년에 다른 페르소나였던 듀크스 오브 스트라토스피어 앨범하고 본인들 의 최고작 아닌가하는 스카이라킹이 완전판 (LP 한정)이 나오긴 했습니다. 정작 한창 소식이 없었죠. 그러다가 2013년에 넌서치 앨범이 재믹싱되어 (멀티채널화) 리마스터링된게 나왔고 다음주 21일에 스카이라킹 완전판 CD로 나온다고 합니다. 일단 넌서치 같은 경우엔 블루레이 포함반도 발매되었고, 스카이라킹 완전판 CD 버전은 LP 버전처럼 동일하게 트랙 리스트 수정에 (Dear God이 올라가고 Sacrificial Bonf..

Blue Magic - Sideshow

물론 소울에도 제법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필리 소울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주로 프로듀서와 작곡자 위주로 돌아가는 이 장르는 달콤한 멜로디에 현악과 소울 하모니가 겹쳐져 은은한 싸이키델릭 필을 뿌리는 그런 장르로 유명합니다. 나중에 AOR 장르라던가 디스코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죠. (야마시타 타츠로라던가 램프가 영향을 받았습니다.) 로레타 할러웨이라던가 살소울 오케스트라, 오'제이스, 패티 라벨, 스타일릭티스 같은 뮤지션들이 유명합니다. 블루 매직도 필리 소울 장르에 속하는 뮤지션인데, 이 트랙은 그야말로 필리 소울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하프 간주가 살살 청자를 간지립히는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발라드라고 할까요. 당시엔 상당한 히트 싱글이였다고 합니다. 이 곡이 수록된 [Blue Magic]도 ..

中村一義 - [ERA] (2000)

1990년대 일본 컬리지 록, 사이키델릭 팝으로 진화하다. 나카무라 카즈요시의 [ERA]는 100s 체제로 들어가기 전에 만든 솔로 앨범이다. 데뷔때부터 일본의 토드 런그렌이라 불렸던 그는 첫 두 앨범인 [金字塔]과 [太陽]에서 앨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오만하지만 당당하게 6-70년대 영미권 선샤인 팝, 핫피 엔도와 아라이 유미, 야마시타 타츠로를 비롯한 197-80년대 뉴 뮤직, 컬리지 록, 쟁글 팝 등을 가져와 마구 가지고 놀았다. 그 점에서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1990년대에 등장한 일본 분카이 (컬리지) 록 뮤지션들 중에서도 가장 유희적이다. 첫 앨범 [金字塔]이 집에서 혼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처럼,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그동안 축적된 음악적 전통을 지독하게 파고들고 재구성해 궁극적인 팝을 노렸다는..

Blossom Dearie - Lover Man

블로썸 다이어리는 비밥과 쿨 재즈 시대에 활동하던 여성 재즈 보컬입니다. 그리고 지금 올린 곡은 버브하고 계약을 맺은 처음으로 발표한 동명 음반에 실린 곡입니다. 원곡은 빌리 홀리데이 꺼. 보통 이 시절 백인 재즈라면 보컬이나 연주 가리지 않고 진득한 리듬이나 바이브로 꽉 찬 임프로바이제이션 (종종 소울풀하다고 하는) 보다는 깔끔하면서도 우수에 찬 서정을 기대하게 되는데 (빌 에반스나 쳇 베이커), 그 점에서 블로썸 다이어리는 그런 서늘한 감수성을 잘 전달하고 있는 가수입니다. 우아하게 울리는 베이스와 잔잔히 항해하는 피아노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곡의 진짜 주인공은 블로썸의 목소리입니다. 귀여우면서도 약간의 음예한 어두움을 지닌 목소리는 곡이 가지고 있는 공기를 함뿍 드러내고 있습니다. 유러피언 쿨링 머..

Dungen - Ta Det Lugnt

KDungen (던겐? 뭐라 발음해야하는지 아는 분 정보 좀...)라는 밴드는 스웨덴 밴드인데, 스웨덴어로 부르면서도 국제적으로 성공한 특이 케이스입니다. 아무튼 그들을 유명케한 앨범이 2004년에 발표한 [Ta Det Lugnt] (Take It Easy)인데 뭐랄까 진짜 괴상한 앨범입니다. 소문만 듣다가 이렇게 들으니 충격이더라고요. 테임 임팔라나 서울 전자 음악단처럼 1960년대로 돌아가겠다는, 소리의 장난과 어우러진 약빨이 좍좍 오른 사이키델릭 록/팝 앨범입니다. 갈갈거리며 찢어지는 드라이브 걸린 기타와 명징하게 울리는 피아노가 한치도 긴장을 잃지 않고 후련하게 내려치며 능글능글 농락하는게 마치 검객의 칼끝을 연상케합니다. 가사가 스웨덴어여서 무슨 뜻인지 더 알아들을수 없다는게 괴상한 매력을 부가..

Tee and Cara - Don't Ask Me Why

제가 사실은 제작년부터 소프트 록으로도 파기 시작했는데 (진짜 미약하지만) 의외로 이게 괜찮은게 많아서 결국 음반 계획이 총체적으로 느려지고 있습니다. 으헝헝... 재즈도 소울도 힙합도 한창 남아있는데... 그래서 티 앤 카라라는 뮤지션은 저도 정보가 적은데 1960년대에 데뷔했다가 소리소문없이 묻힌 미국 10대 포크팝 듀오입니다. 그런데 이 곡이 묻힌게 안타까울 정도로 굉장히 좋습니다. 쟁글쟁글 울리는 기타와 마림바가 신비로운 현악 연주와 아주 순정의 멜로디와 어울리면서 어딘가 초탈한듯한 두 10대 남녀의 목소리에 차분히 깔리는게 묘하게 사나이의 마음 한 구석을 콱하고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왜 묻혔나 싶을 정도로 좋은 음반이기도 하고, 테이프 보존 상태가 썩 좋질 않아서 히스 현상이 발생하는게 아쉽기..

Plush - More You Becomes You

플러시의 [More You Becomes You]는 여러모로 사연이 많은 음반입니다. 이 곡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마존에서는 이상하게 개인 셀러도 품절이여서 중고를 주문했는데 근 반년을 기다려도 안 오더라고요. 분명 보냈다고 하는데 6개월이 지나도록 오질 않았고 (두고보자 프랑스...) 결국 아마존 체크를 해보니 다시 들어와서 주문을 넣었습니다. 플러시의 이 앨범은 버트 바카락을 비롯해 스콧 워커로 계보가 이어지는 피아노 중심의 스탠더드 팝 발라드를 미니멀하게 해석한 앨범입니다. 그야말로 피아노 한 대와 약간의 악기를 도입하고 목소리 비중이 높은 앨범인데 좀 심심할지도 몰라도 비어 있어서 더욱 쓸쓸하게 사무치는 감수성이 장맛인 앨범입니다. 안토니 앤 더 존슨즈하고 연이 닿아있기도 하고요. [사랑도 리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