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 629

The Auteurs - Showgirl

옛날옛적 브릿팝 춘추전국 시대에 루크 헤인즈라는 재능있는 남자가 살았습니다. 불행히도 이 재능있는 남자는 다른 브릿팝 뮤지션들과 달리 그렇게 대박을 치지 못했는데, 그래도 이 남자가 먼지구석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를 꼽으라면 이 오퇴르즈라는 밴드의 첫번쨰 앨범 때문일겁니다. 시기도 잘 타서 머큐리 프라이즈에도 올라가고 명반선에도 언급되는 앨범입니다. 오퇴르즈의 음악은 아마 당시 브릿팝 밴드들 중에서는 가장 스미스랑 닮은 밴드 아니였나 싶기도 합니다. 유머와 지성미를 품은 가사라던가 찰랑거리는 기타 멜로디가 그렇고요. 그래도 평생 스미스 짭퉁이라는 천형에 시달려야만 했던 진Gene과 달리 오퇴르는 훨씬 자기 색이 분명한 편입니다. 일단 이들은 스미스보다 글램 록의 영향력이 강한 편입니다. 루크 헤인즈의 보컬..

The Beach Boys - [Sunflower] (1970)

[Pet Sounds]와 [Smile] 이후 비치 보이스 커리어는 생각보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시기적으로는 독립 레이블인 브라더 레코드를 만들고 두번째로 나온 앨범인데, 전성기 비치 보이스 최후 걸작이라 가끔 언급되는 [Surf's Up]와 달리 [Sunflower]은 이상할 정도로 한국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는 편이고요. 'Forever'라는 유명한 곡을 수록하고 있음에도 묘하게 건너뛰게 되는 인상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Sunflower]는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고 긍정적인 하모니와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멜로디를 담고 있는 걸작입니다.사실 [Sunflower]는 [Pet Sounds]와 [Smile]처럼 음향의 벽이라고 할 부분은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하긴 저 두 앨범을 만들면서 ..

The Free Design -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1960년대 뉴욕에서 결성된 프리 디자인은 선샤인 팝을 이야기할때 빠질수 없는 밴드입니다. 비록 컬트적인 인지도에 머물곤 했지만, 재즈와 휭크에 영감을 받은 복잡한 리듬과 브라이언 윌슨식의 겹겹이 쌓여진 악기들, 그에 대비되는 사색적이고 차분한 로디와 형제자매들이 선보이는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는 후대 인디팝 밴드들에게 영감을 많이 줬습니다. 싸이키델릭하면서도 전원적인 분위기가 강한 선샤인 팝이라고 할까요. [Heaven/Earth] 직후 발표한 [Stars/Time/Bubbles/Love]은 전작보다 리듬면에서 재즈의 영향이 강해진 앨범이며, 이들의 음악이 완숙 단계에 들어섰다는걸 보여주는 걸작입니다.버트 바카락의 명곡을 커버한 이 곡에서도 묘하게 꼬아서 밀고 당기는 브라스가 만들어내는 리듬과 여러 악기..

Harvey Williams - She Sleeps Around

하비 윌리암스는 어나더 서니 데이라고 스미스풍 기타팝을 하던 1980년대 영국 밴드의 리더였습니다. 2010년에 트렘블링 블루 스타도 해체 한 뒤론 요새 뭐하고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 어나더 서니 데이가 해체되고 솔로 앨범을 낸적이 있습니다. 그게 [Rebellion]과 [California]입니다. 그리고 체리 레코드에서 두 앨범을 합쳐 [California Rebellion]을 내놨습니다. 참 단출한 앨범입니다. 곡 수도 그렇고 악기도 피아노를 중심으로 몇 개 덧붙여진 정도거든요. 세월에 따른 편곡 차이 정도는 있는데 (예를 들어 첫 앨범 [Rebellion]은 1980년대풍의 신시사이저가 자주 나타납니다.) 본질적인 부분을 그때문인지 이 앨범들을 들을때 순수하게 송라이팅에 집중하게 되는데,..

andymori - Life Is Party / 1984

앤디모리는 일본의 리버틴즈라 불리는 밴드입니다. 쿠루리랑 미스치루 좋아한다고 하니깐 라스트 에프엠에서 추천해줘서 들어봤는데... 제가 느끼기엔 리버틴즈 영향도 있긴 하지만-중얼거리며 내뱉는 몇몇 곡들의 창법은 확실히 리버틴즈에 감명받은듯한 부분이 있었습니다.-그것보다는 소위 시모키타자와계 적통을 잇는 밴드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기 시작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밝은 느낌에 진보적인 사운드메이킹에 집중했다면 앤디모리는 좀 더 나카무라 카즈요시나 엘리펀트 카시마시, 하츠코이노 아라시 쪽의 애절한 전통을 잇는 쪽에 가깝습니다. 묘한 뽕끼가 느껴지는 보컬 창법이라던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가사가 그렇습니다. 하츠코이노 아라시의 환생...이라고 하면 과장일지도 몰라도 첫 시작부터 쓸쓸한 서정성에 에네..

Hot Hot Heat - No, Not Now

핫 핫 히트는 댄스 펑크와 개러지 록 시절에 등장해 핫했던 밴드입니다. 뉴웨이브 시절 음악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까요. 첫 앨범 [Make Up the Breakdown]은 초창기 (특히 [Drums and Wires] 시절) XTC와 더 폴, 버즈콕스, 엘비스 코스텔로의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앨범인데, 프란츠 퍼디난드처럼 광적인 에너지와 패셔너블한 감수성이 눈에 띕니다. 물론 프란츠 퍼디난드하고는 다른 점도 있는데 컨셉이라던가 신경질적인 유머라던가 보컬 창법 같은건 프란츠 퍼디난드의 느긋한 섹시함과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날 선 분위기라고 할까요.그래봤자 이 앨범을 끝으로 단테 드카로가 빠져나가면서 이 밴드도 힘을 못 쓰고 있네요.... 여러모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라 ..

Neil Young and Crazy Horse - Cinnamon Girl

고백하는데 닐 영은 집에 음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롤링 스톤즈는 그나마 싱글 모음집에 [Exile on Main Street]라도 있었지만 닐 영은 그야말로 이름만 아는데 사는 것 자체는 마구 미뤄지고 미뤄지고 하는 뮤지션이였습니다. 그러다가 아마존 무료 배송에 맞추려고 음반을 고르다가 닐 영을 한번 들어봐야지... 라면서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를 골랐습니다....왜 제가 지금까지 안 샀는지 후회가 들더라고요. 이 쩍쩍 달라붙는 비트와 멜로디를 지닌 하드 로큰롤이 금세 제 영혼을 사로잡아버렸고 이번에 다른 닐 영 앨범을 하나 더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다른 수록곡들도 참 1960년대 로큰롤의 풍미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특히 9분 이상 넘어가는 'Cowgirl In t..

The Flying Burrito Brothers - Sin City

플라잉 부리토 브라더스는 한마디로 버즈에서 갈라나온 밴드입니다. 버즈의 멤버인 그램 파슨스과 크리스 힐먼이 추축이 된 밴드였습니다. 이미 그램 파슨스는 [Notrious Byrds Brothers]랑 [The Sweetheart of Rodeo]로 컨트리 록을 선험적으로 시험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 플라잉 부리토 브라더스는 버즈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컨트리 록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밴드가 되었습니다. [The Gilded Palace of Sin]은 그들의 첫 앨범인데, 다소 알쏭달쏭한 제목처럼 조금 비의적인 가사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제가 올려놓은 'Sin City'에는 케네디와 전 매니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수 있다고 하고 'My Uncle'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Hippie..

The Pastels - Check My Heart

파스텔즈는 1980년대 바셀린즈와 틴에이지 팬클럽, BMX 밴디츠와 더불어 스코틀랜드 기타팝 중흥을 이끈 장본인입니다만 1997년 이후 10년 이상을 휴식기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돌연 앨범 [Slow Summits]를 녹음해 발표했습니다. 기본은 기타팝이지만 토터스와 스테레오랩 작업으로 유명한 존 매킨타이어가 프로듀서로 참여해서인지, [Slow Summits]은 즉흥연주에 전자음과 공간감을 강조하는 프로덕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틴에이지 팬클럽의 [Man Made]-[Shadows]나 BMX 밴디츠의 [My Chain]하고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련한 퍼즈 톤의 기타와 재즈에 영감을 받은 즉흥 연주로 퍼져나가는 '무드'를 강조하면서도 파스텔즈 특유의 로맨틱한 감수성이 잘 살아..

The Electric Soft Parade - Empty at the End

일렉트릭 소프트 퍼레이드는 여러모로 시대착오적으로 등장한 밴드 아니였나 싶기도 합니다. 그들이 첫 등장했던 2002년은 리버틴즈가 가장 핫했던 개러지 록의 시대였으니깐요. 그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이키델릭한 멜로디를 영국 록의 전통에 담아내고 있으며, 첫 앨범에 실린 이 'Empty at the End'는 하강하는듯한 멜로디에서 출발해서 어느 순간 푹하고 뛰어올라 질주하는 상큼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한 라디오헤드적인 감수성에 빠지지 않고 오아시스와 틴에이지 팬클럽, 부 래들리스, 맨선 같은 영국 브릿팝 토양에 기반을 두면서 영리하게 만들어낸 건실한 파워팝이라고 할까요. 불행히도 그들은 시작은 괜찮았지만 (16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그뒤론 영 빛을 못 발휘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좀 더 다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