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549

Longpigs - She Said

1990년대 브릿팝 열풍으로 영국 록 밴드의 춘추전국 시대가 있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블러, 오아시스, 스웨이드, 펄프, 일래스티카, 버브, 슈퍼그래스 같은 선배 밴드들의 성공을 바라며 올라온 밴드들이 난립했고 맨선처럼 앨범 내놓자마자 깜짝 1위를 먹은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은 묻혔습니다. 메인스트림, 에코벨리, 진..... 롱피그 역시 그렇게 묻힌 1990년대 영국 록 밴드 중 하나인데 앨범들이 20위권에 머문 걸 보면 영국에서도 중박정도로 머물렀고 해외에서는 거의 알리지지 않았지만 제법 기량이 출중한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 'She Said'의 오만하면서도 활달한 맛이 있는 기타와 그에 지지 않겠다는 크리스핀 헌트의 보컬이 팽팽하게 대결하면서 찬가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인더스트리얼 장르의 창시..

Daft Punk - Get Lucky

다프트 펑크 새 곡 Get Lucky는 예상외로 잠잠하고 고전적인 펑크와 R&B, 디스코입니다. 퍼렐 윌리엄스의 보컬엔 소울 영향력도 느껴지고요. 번쩍번쩍하고 쿵쾅거리는 클럽 음악을 원했다면 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다프트 펑크가 펼쳐보이는 휭크는 탄탄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훌륭한 곡이라 할만합니다. 아 모르는 분들이 있어서 적어두자면 딴 영상에서 퍼렐과 다프트 펑크 말고 기타 잡고 있는 분을 볼수 있다는데 바로 쉭의 나일 로져스입니다. 디스코/댄스/R&B 장르의 레전설이죠.

The Polyphonic Spree - Soldier Girl

아케이드 파이어 이전에 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챔버 팝스를 추구했던 이라면 역시 폴리포닉 스프리 아니였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차이점은 많습니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비통하고 처연하다면 이들은 무척 건강하고 밝습니다. 비치 보이즈와 피프스 디멘션, 어소시에이션, 윙스의 이름이 거론되니깐요. 웨스트코스트의 선샤인 팝과 소울, 파워 팝의 영향을 듬뿍 받고 자라난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텍사스 출신입니다. 약간 웨스 앤더슨 스타일으로 특이하고 블링블링한 맛이 있는 시끌벅적한 성가대 같지만, 묘하게 애조가 느껴지는 밴드라고 할까요. 요새 잘 나가는 세인트 빈센트가 이 밴드 출신이라고 하죠. 지금과 같은 쨍한 날씨하고 잘 어울리는 밴드라 생각합니다.

When Nalda Became Punk - When It'll Come

아아 상큼해.... 올해 새 앨범을 낸 스페인 듀오의 싱글인데 봄날에 어울리는 트위 팝이라고 할까요. 상당히 좋습니다. 페인즈 오브 비잉 퓨어 앳 하트라던가 틴에이지 팬클럽을 연상시키게 하는 그런 맛이 있는 트랙입니다. 스페인이이런 달콤한 팝 강국이였을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스페인엔 시부야계 음악을 하는 밴드도 있다니 의외로 이 쪽 전통이 강한걸지도? 이 곡 듣고 앨범 주문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ㅋㅋ

Perfume - レーザービーム

퍼퓸을 알게 된 계기는 대략 GAME 앨범이 나왔을 무렵에 음악 듣던 다른 분들이 오오 퍼퓸 오오 그러면서 알게 됬습니다. 그때 들었던 Butterfly가 제법 인상이 깊어서 팬이 됬지만 이때 퍼퓸은 도쿠마 소속인지라 앨범이 너무 비싸 (...) 애태우고 있다가 JPN 앨범이 한국에 나오고 눈물을 흘리면서 샀습니다. 퍼퓸의 매력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역시 YMO와 쇼와 아이돌의 결합이라 할만하겠죠.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가 뽑아내는 음악은 YMO에서 영향을 받아 전자음이 뿅뿅 거리는 일렉트로닉-팝 (wonky-pop라고 하나요?)과 마츠다 세이코 같은 쇼와 아이돌 특유의 상큼한 매력이 이들의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확실히 지금 일본 아이돌 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

Built to Spill - Big Dipper

빌트 투 스필은 K 레코드로 대표되는 미국 서북부 인디 씬에서 출발한 밴드입니다. 벡이나 비트 해프닝, 모디스트 마우스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서북부 인디 씬은 폭발적이진 않아도 그런지 물결을 타고 새로 대두한 얼터너티브 영토를 풍요롭게 만들면서 '그런지 이후'를 준비해왔습니다. 아마 이 곳이 배출한 스타라면 당연히 그런지 이후 혜성같이 등장하는 빌보드 차트를 넘나드는 벡과 대가만성 모디스트 마우스겠지만 빌트 투 스필도 제법 착실히 기반을 쌓아올려 어느새 중견 위치에 올라선 밴드입니다.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만든 [There's Nothing Wrong with Love]은 비트 해프닝과 다이노서어 주니어가 정립한 포스트 펑크/트위 팝에서 출발하지만 다채롭게 변하며 얽히는 연주와 구조를 도입해 독특한 멜로..

凛として時雨 - telecastic fake show

요새 사이코-패스라는 애니 주제가를 맡으며 다시 한번 주가가 올라간 일본 밴드 린토시테시구레의 예전 곡입니다. 고옥탄가의 훅이 있는 로큰롤이라는 점에서 블랭키 젯 시티, 시 미셸 건 엘리펀트, 넘버 걸에서 시작해 아지캉, 9mm 파라벨럼 불렛로 이어지는 일본 록의 한 장르에 충실한 후계자이기도 하죠. 다만 이들은 저기에 언급된 밴드보다 훨씬 프로그레시브 록 영향이 많이 느껴지는, 복잡한 구조의 곡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슷한 음악 동지인 9mm가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들은 능수능란하게 모아서 확 터트린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9mm에서는 볼 수 없는 애절한 멜로디 라인도 제법 보입니다. 'abnormalize'나 'make up syndrome'같은 곡에서 처절한 멜로디와 푹푹 찔러대는 속도감이 ..

Guided By Voices - Buzzards And Dreadful Crows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는 90년대 미국 인디 록 씬에서 파워 팝을 가장 충실하게 계승했던 밴드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1960년대 아찔한 훅을 가지고 있던 브리티시 인베이전 밴드들과 초기 개러지 록, 빅 스타와 칩 트릭 같은 파워 팝, 80년대 얼터너티브 흐름에서 영감을 받은 이 밴드는 90년대 미국 인디 록 계의 김성모 (...)라 할 정도로 헐값으로 대충 후지게 녹음해 마구 쏟아내면서도 위풍당당한 멜로디를 뽑아내곤 했습니다. 미국적인 감수성과 영국적인 감수성이 묘하게 교차하는 밴드라는 느낌입니다. 아무튼 그들은 개러지 록-파워 팝의 재발명을 이뤄냈고 2000년대 개러지 록 광풍에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스트록스가 이 밴드 빠라는 건 유명하죠.) 정작 본인들은 컬트적인 팬덤을 이끌며 인디에 머물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