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마자 할인행사 때리는 바람에 왠지 비싸게 주고 산 것 같아서 속이 쓰리지만 벡의 [Sea Changes]는 그 쓰린 마음을 달래주는 좋은 음반입니다. 일단 앨범 느낌이 전작들과 무척 많이 다릅니다. 까불까불하지 않고 내면으로 침잠하는 앨범인데, 처음 듣기엔 좀 지루할수 있습니다. 첫 도입부인 'The Golden Age'조차 아주 느릿느릿하게 반추하는 트랙이고 'Paper Tiger'는 탈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축 가라앉은 트랙입니다. 이 앨범 나왔을 당시 당황해했을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엔 활력은 없어요. 그저 차인 사람의 심정만이 가득할뿐.
하지만 인간의 다른 일면을 본다고 생각할때 이 앨범은 벡의 어두운 부분을 잘 집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일 샬롯 갱스부르와 협업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앨범은 세르주 갱스부르와 스콧 워커, 닉 드레이크에 대한 격렬한 오마주와 경의가 담겨있는 앨범입니다. 오딜레이는 뛰어난 앨범이긴 했지만 벡의 다른 취향을 보여주는 앨범은 아니였죠. 그 점에서 [Sea Changes]는 오딜레이의 면모를 이식해오면서도 새로운 취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악을 매만지는 벡과 나이젤 고드리치의 마법은 갱스부르의 간지와 드레이크의 기이한 비상이 느껴집니다. 남자의 앨범라고 할수도 있어요. 벡의 목소리는 차이고 우울한 남자의 쓸쓸한 심정을 적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Sunday Sun'같은 비애에 찬 사이키델릭 포크 팝도 좋고요.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좋아하는 트랙은 이 트랙입니다. 우주적인 심상의 오케스트라와 전자음 둥둥 떠다니는 벡의 목소리는 차분히 진행되다가 스피리추얼라이즈드처럼 후반부에서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감정의 빅뱅을 만들어냅니다. 그 빅뱅은 정말 굉장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 파고는 앨범 전체를 덮고 있고요. 단순히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협업! 이런 수식어로 표현할수 없는 기이하고 눈물마저 나오게 만드는 일작입니다. 2000년대가 낳은 명반이라 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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