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영화 7

프라운랜드 [Frownland] (2007)

《아빠의 천국》 이후 로버트 브론스타인의 《프라운랜드》를 찾아서 보는 사람은 대체로 사프디 형제의 영화를 통해 거슬러 올라온 사람일 것이다. 《아빠의 천국》 이후 편집과 각본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싶어서 말이다. 사실 《프라운랜드》는 개봉 당시엔, 몇몇 영화제와 뉴욕 아트하우스 영화관을 돌다가 사라진 흔한 동네 독립 영화에 가까웠다. 심지어 "근처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최우수 영화상"라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요상한 명칭을 단 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다만 흔하다를, 오독하면 안 되는 것이 당시 주목도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내용물을 보면 오히려 아슬아슬하고 뉴욕 독립 영화계에서도 비타협적인 비주류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는 영화다. 이런 영화를 데뷔작으로 내놓을 생각을 ..

도난 당하는 것의 즐거움 [The Pleasure of Being Robbed] (2008) / 사프디 형제 단편선 (2006~2012)

2018/01/10 - [Deeper Into Movie/리뷰] - 굿타임 [Good Time] (2017) 조시 사프디의 [도난 당하는 것의 즐거움]은 [아빠의 천국]으로 사프디 형제라는 이름으로 창작 활동하기 전, 조시가 먼저 만들었던 장편 영화다. [도난 당하는 것의 즐거움]이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건 명백하다. 이 영화는 앤디 스페이드라는 사업가의 아내 케이트가 운영하는 케이트 스페이드 핸드백 광고용 프로젝트가 확장된 결과물이라고 한다. 요컨대 CF 영화인 셈이다. (실제로 핸드백 클로즈업이 자주 등장한다.) 조시 역시, 시나리오를 쓰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게 분명한데, 구조가 상당히 헐겁기 때문이다. 서사 역시 엘레노어라는 도벽이 있는 여자가 뉴욕과 보스턴을 오가면..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Les Glaneurs Et La Glaneuse / The Gleaners and I] (2000)

아네스 바르다의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제목을 듣고 그 유명한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이삭줍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다룰 것이라는 건 알 수 있다. 실제로 바르다가 다큐멘터리를 시작하는 지점 역시 밀레의 그림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는 직접 보거나 시놉시스를 읽지 않는 한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먼저 이 다큐멘터리는 미술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밀레의 '이삭줍는 사람들'가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탐구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바르다가 그 그림을 보면서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삭을 줍는다'라는 행위다. 버려진 이삭을 줍는다는 행위는 상품 가치를 잃은 잉여 생산물을 주워서 쓰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수도 있을 것이다..

반다의 방 [No Quarto Da Vanda / In Vanda's Room] (2000)

2014/05/17 - [Deeper Into Movie/리뷰] - 뼈 [Ossos / Bone] (1997)2016/05/29 - [Deeper Into Movie/리뷰] - 피 [O Sangue / The Blood] (1989)2016/06/24 - [Deeper Into Movie/리뷰] - 행진하는 청춘 [Juventude em Marcha / Colossal Youth] (2006)페드로 코스타는 [용암의 집]과 [뼈]를 제작할때 자신이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이 맞지 않다는걸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뼈]를 제작할때만 하더라도 페드로 코스타에게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35mm 혹은 16mm 필름만이 더 큰 세계로 나갈수 있는 통로였으며 아직 국제적인 입지가 단단하..

행진하는 청춘 [Juventude em Marcha / Colossal Youth] (2006)

2014/05/17 - [Deeper Into Movie/리뷰] - 뼈 [Ossos / Bone] (1997)2016/05/29 - [Deeper Into Movie/리뷰] - 피 [O Sangue / The Blood] (1989)[행진하는 청춘]의 시작은 이상할 정도로 [피]를 닮아있다. 주인공의 가족이 주인공을 버려두고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닮은건 구도 뿐이다. 어둠 속 지평선을 향해 사라졌던 [피]의 아버지와 달리 [행진하는 청춘]은 어두운 밖으로 내던져지는 가구들을 멀찍히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또한 사라지는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 벤투라의 아내 클로틸드다. 그리고 클로틸드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긴 독백을 남긴 채 계단참에서 뒷걸음치면서 사라진다. 이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피]가 버림받은..

피의 복수 [復仇 / Vengeance] (2009)

피의 복수 (2014)Vengeance 5.5감독두기봉출연조니 할리데이, 임달화, 황추생, 실비 테스튀, 임가동정보액션, 범죄 | 홍콩, 프랑스 | 108 분 | 2014-04-24 두기봉의 [피의 복수]를 보게 된 관객들은 기시감이 든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였는데, 라고. 홍콩 영화니깐 홍콩 느와르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윽고 자니 홀리데이가 연기한 코스텔로가 등장하면서 두기봉은 그 기시감의 정체를 분명히 한다. 두기봉은 [피의 복수]를 통해 홍콩 느와르와 장 피에르 멜빌를 비롯한 프렌치 느와르의 세계로 올라가겠다고 선언한다. 내용으로 보자면 [피의 복수]는 [더 울버린]처럼 서양인이 동양에서 고생하는 하부 장르에 속해 있지만, [더 울버린]과 달리 두기봉은 처음부터 자신이 그 장르에 속..

가족의 친구 [L'amico di famiglia / The Family Friend] (2006)

가족의 친구 Friend Of The Family 0감독파올로 소렌티노출연파브리지오 벤티보글리오, 라우라 치아티, 지아코모 리조, 마르코 지아리니, 루이자 드 산티스정보드라마 | 이탈리아 | 102 분 | - 파올로 소렌티노의 [가족의 친구]는 제목부터 하나의 은유다.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분', '높으신 그 분', '어른의 사정' 같은 뉘앙스를 띄고 있는 관용구라고 할까. 소렌티노는 제목부터 관용구를 말하는 발화자와의 관용구 간의 묘한 관계를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영화는 어떤 묘한 관계를 말하려고 하는가? 시놉시스와 제목을 읽어본 사람이면, 이게 뭘 은유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아차릴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도입부에서 그 은유가 뭔지 명백하게 드러내고 시작한다. 머리만 파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