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2

신성한 나무의 씨앗 [دانه‌ی انجیر معابد / The Seed of the Sacred Fig] (2024)

모하마드 라술로프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 포스터와 시놉시스를 보고 팝콘을 사 들고 갈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긴 러닝타임, 감독이 (자파르 파나히 근작들처럼) 몰래 영화를 만들어야 했고 고국을 떠야 했다는 사실, 주연인 여자 배우 소가 히잡을 벗고 정부를 비판하는 비디오를 찍었다가 감옥을 갔다 왔고 또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2022년 이란 마흐사 아미니 시위를 다루고 있는 정치 영화라는 점을 알면 경건하고 숙연하게 자리에 앉아서 화면을 응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신성한 나무의 씨앗]의 후반부는 그 점에서 당혹스러운 방향으로 급선회한다. 화면 위에 흘러가는 상황은 카체이스와 추격, 총격이고 샷들의 장력은 장르 영화적 긴장을 부추긴다. 등장인물들이 맥락적으로 매우 정치적이라..

흔적과 초월로서의 디지털 멜랑콜리 모험 영화: 긴츠 질발로디스의 [플로우]와 미겔 고메스의 [그랜드 투어]를 중심으로

영화 역사에서 큰 변화가 몇 차례 있었다고 가정해보면 아마도 가장 최근에 있었던 큰 격변은 디지털 이미지의 등장을 들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과 컴퓨터가 영화 제작 과정에 포함되면서, 필름이 현실의 무언가를 포착한다는 개념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필름 없이도 컴퓨터 속 데이터를 통해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 역시 등장했다. 손 그림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만든 3D 모델링을 활용하는 풀 CG 3D 애니메이션은 명백히 컴퓨터로만 가능한 영상물이었다. [토이 스토리]는 그 점에서 산업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영상의 개념에 질문을 던지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실사 영화에서도 디지털은 유물론적인 기반을 흔들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카메라들은 점점 더 소형화되어, 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