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597

The Electric Soft Parade - Empty at the End

일렉트릭 소프트 퍼레이드는 여러모로 시대착오적으로 등장한 밴드 아니였나 싶기도 합니다. 그들이 첫 등장했던 2002년은 리버틴즈가 가장 핫했던 개러지 록의 시대였으니깐요. 그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이키델릭한 멜로디를 영국 록의 전통에 담아내고 있으며, 첫 앨범에 실린 이 'Empty at the End'는 하강하는듯한 멜로디에서 출발해서 어느 순간 푹하고 뛰어올라 질주하는 상큼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한 라디오헤드적인 감수성에 빠지지 않고 오아시스와 틴에이지 팬클럽, 부 래들리스, 맨선 같은 영국 브릿팝 토양에 기반을 두면서 영리하게 만들어낸 건실한 파워팝이라고 할까요. 불행히도 그들은 시작은 괜찮았지만 (16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그뒤론 영 빛을 못 발휘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좀 더 다듬..

Gomez - Whippin' Piccadilly

고메즈는 아무래도 1,2집 이후로 그렇게 빛나지 못하는 밴드입니다. 이들이 영감을 받았던 벡이 아직도 꾸준히 수작과 걸작을 발표하는걸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죠. 기본적으로 이들은 2집 수록곡인 'Ryhthm & Blues Alibi'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리듬 앤 블루스, 컨트리에 깊숙이 몸을 담그고 있는 밴드입니다. 하지만 정파 블루스라기 보다는 테크노를 입은 블루스라고 할까요. 이 'Whippin' Piccadilly'를 들으면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춤추기 좋게 구성된 어쿠스틱 기타 뒤에 치고나오는 얄팍한 스네어 드럼머신와 싸구려 멜로트론의 질감이 인상적인 혼종 로큰롤입니다.

D'angelo and the Vanguard - Ain't That Easy

디안젤로가 돌아왔습니다. 무려 14년만에 백밴드 Vanguard를 이끌고 말이죠.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돌아온건 반가운 이야기죠. 네오 소울 부흥을 이끌었던 전설답게 앨범 제목 [Black Messiah]에서부터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앨범을 틀자마자 나오는 이 곡이 가져다 주는 무게감과 진한 향취가 그동안의 방황이 헛되지 않았다는걸 보여줘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1960년대에 있었던 사이키델릭 소울 (메이저한 뮤지션들부터 시작해 재야에 파묻혀 있었던 레어 그루브라던가...)이나 지미 헨드릭스 같은 블랙 로큰롤을 연상케하는 (원래 로큰롤이 흑인의 음악이라는걸 생각해보면 매우 이율배반적인 용어긴 합니다.) 파삭거리는 퍼즈톤 기타와 베이스, 스네어 소리와 드럼으로 이뤄진 오밀조밀..

Alvvays - Adult Diversion

알베이스/얼웨이즈Alvvays는 캐나다 출신 인디 팝 밴드입니다. 요사이 1990년대 리바이벌이 부는 경향이 있는데 얼웨이즈 역시 그 경향에 서 있는 밴드입니다. 나른한 서프 록에 셀린 디온을 연상시키게 하는 청아한 창법, 비트 해프닝이나 캠퍼 반 베토벤, 페이브먼트, 다이노서 주니어, 위저 같은 미국 8-90년대 컬리지 록과 틴에이지 팬클럽나 파스텔즈 같은 포스트 펑크에서 출발한 영국식 기타 팝, 걸즈같은 선험자들이 결합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반적으로 비트 해프닝와 페이브먼트, 틴에이지 팬클럽의 영향력이 강한 밴드입니다. 공격적이라기 보다는 멜랑콜리하다고 할까요. 2010년에 등장한 베스트 코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송라이팅도 괜찮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매력적인 ..

Daniel Kwon - [Layin' in the Cut] (2009)

다니엘 권의 미니 앨범 [Layin' in the Cut]의 첫 트랙을 틀면 나오는 곡은 'A Tiger's Meal'은 데벤드라 반핫을 연상시키는 애시드 포크 트랙이다. 목소리들은 중층적으로 더해지고 버트 얀시나 시드 바렛을 연상케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다양한 코드를 연주하면서 주술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애시드 포크 앨범인가 하고 다음 트랙 'Against the Grain'은 을 들어보게 되면 피아노의 캐치한 멜로디에 다소 놀랄지도 모른다. 이 곡에서 그는 빌리 조엘이나 캐롤 킹, 랜디 뉴먼을 연상케하는 틴 팬 앨리 스타일 팝과 묘하게 꼬인 코러스와 편곡을 들려준다. 전 트랙이 'A Tiger's Meal'과는 완전히 다르다.이런 식의 구성은 계속 이어진다. 대략 한 곡이 애시드 포크 팝이라면..

XTC - Making Plans for Nigel / Gererals and Majors

[Drums and Wires]와 [Black Sea]로 대표되는 XTC의 초기 시절들은 역시 [Skylarking]나 [Oranges and Lemons]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전원적인 색채가 확 사라지고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인 유머로 가득찬 도회적인 지식인라는 느낌일까요. 좀 더 펑크/뉴웨이브에 가깝고 가사도 날이 서 있어요. 몬티 파이톤과 오렌지 쥬스, 온리 원스, 더 폴과 토킹 헤즈가 뒤섞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첫번째 곡인 'Making Plans for Nigel'은 그동안 설익었던 리듬 세션과 연주가 본격적으로 발아한 첫번째 XTC 명곡이라 생각합니다.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을 풍자하는 이 곡은 배배꼬인 가사와 치고 들어오는 드럼과 삐빅거리는 신시사이저로 변형된 기타 사운드의 반복적인 연주..

Lamp - シンフォニー / 空想夜間飛行

안그래도 램프 새 앨범 [꿈ゆめ]가 나왔다고 하기에 이걸 해외에서 구매해야 하나 싶었는데, 2011년에 나왔던 [도쿄 유토피아 통신東京ユウトピア通信]와 함께 발매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구해서 들었습니다. 첫 풀 앨범이였던 램프 환상 이후로 램프의 음악은 점점 텍스쳐라던가 리듬이 복잡해져가는 기색이 완연해집니다. 특히 2011년 작 [도쿄 유토피아 통신]이 그 경향이 강해요. [꿈]은 리듬은 다소 단순해진 대신 질감 면에서 파격이 가해진다면 (특히 올려둔 '심포니'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리드 신서사이저의사이키델릭한 음색은 초창기라면 상상할수 없는 부분입니다.) [도쿄 유토피아 통신]은 보사노바 리듬과 질감와 펑크의 감수성을 오밀조밀 짜내는 쪽으로 실험이 가해졌습니다. 초창기의 풋풋함을 벗기 위한 시..

The Byrds - Eight Miles High

버즈Byrds의 음악 변천사를 보면 순수한 포크 청년들이 약먹고 타락(?) 하는 과정이 느껴져서 재미있습니다. 뭐 당연한 변화긴 합니다만. 아무튼 'Mr. Tambourine Man'로 대히트 이후 이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히피의 등장과 맥을 같이하게 됩니다. 음악 색채도 쟁글쟁글에 사이키델릭이 강해지고 우주 시대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전자음 도입도 늘어난다고 할까요. 이 Eight Miles High는 그런 버즈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곡입니다. 제목부터 대놓고 환각을 유도하고 있는 이 곡은 강한 베이스 음으로 먹고 들어가는 시타의 음률에 가까운 리켄베커 기타의 솔로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블루스와 포크 록에 당시 사이키델릭의 영향을 이들이 받기 시작했다는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루그래스와 포..

The Boo Radleys - I Hang Suspended

부 래들리스의 [Giant Steps]는 슈게이징이 브릿팝의 영역에 진입했을때 나올법한 앨범입니다. 우주적인 부유감을 질러주는 질주하는 기타 멜로디도 그렇지만 부 래들리스의 팔레트는 예상부터 다채롭습니다. 일단 흑인 드러머가 가세한 밴드라서 레게 같은 흑인음악적인 요소도 깔려있고, 인더스트리얼 같은 차가운 기계음으로 치고 들어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걸 일관된 형식으로 밀어붙이는 힘도 있고요. 수록곡 'I Hang Suspended'은 그런 태도의 총화로 할 수 있는 곡으로 부 래들리스의 시그니처 곡 중 하나로 불려도 손색없습니다.

The Breeders - Cannonball

픽시즈 해체 이후 프랭크 블랙이 완전히 픽시즈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택했다면 킴 딜이 이끌었던 브리더스는 픽시즈의 유산을 정교하게 다듬어 얼터너티브 파고를 타고 첫 앨범 [Pod]와 이 앨범은 [Last Splash]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기본적으로 픽시즈는 후반으로 갈수록 팝 성향이 강해지고 노이즈가 절제되는 경향이 있는데, 얼터너티브의 송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곡에 들어서면 '그런지 팝'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프랭크 블랙이 아예 노이즈 록의 장르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를 모색한다면 킴 딜은 노이즈 록의 영역에서 팝을 계승하려고 한다고 봐도 될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Cannon Ball'엔 스타트 앤 스톱이라는 구성, 단계를 밟으며 올라가는 노이즈와 멜로디와, 떼창을 유도하는 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