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597

A Tribe Called Quest - Footprints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가 얼마전에 새 앨범이자 은퇴 앨범을 내놓았더라고요. 그 앨범 평이 좋다고 합니다만, 제가 산 건 데뷔작인 [People's Instinctive Travels and the Paths of Rhythm] 입니다. 정글 브라더스나 데 라 소울이랑 더불어 재즈와 소울을 힙합의 영역을 끌어들인 얼터너티브 랩의 기수로 평가받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데뷔작은 데뷔작의 거친 부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련합니다. 랩은 속사포는 아니지만, 제대로 통제되어있고 가사도 침착합니다. 주를 이루는 샘플링과 비트는 느긋하면서도 제임스 브라운 샘플 너머 도널드 버드 같은 재즈, 휭크, 마리아치 악단 같은 폭넓은 음악적 식견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데 라 소울과 더불어 샘플링의 가능성을 넓힌 힙합..

PAS/CAL - You Were Too Old For Me

우연히 주워들었는데 독특하게 멜로디를 구사해서 놀랐던 인디 팝 밴드입니다. 갈지자로 걷는듯한 변박과 엇박으로 가득찬 리듬과 멜로디, 여리여리하면서도 방언 터트리는듯한 보컬이 XTC라던가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레프트 뱅크가 독특하게 블렌딩된 것 같습니다. 뮤지컬적인 활기가 있다고 할까요. 아무튼 매력적이에요. 아쉽게도 이 앨범이 첫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입니다. 찾아보니 리더가 솔로 프로젝트로 2013년에 싱글을 낸 것 같은데 재능에 비해 본업은 잘 안 풀린 모양새여서 안타깝습니다.

細野晴臣 - 恋は桃色

호소노 하루오미는 핫피 엔도라는 불세출의 포크 록 밴드 리더랑 YMO 리더로 유명하지만 정작 솔로 활동 중 포크 앨범은 1973년 데뷔작인 [Hosono House] 한 장 밖에 없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해리 앤 맥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만 이것도 컨트리랑 블루스 위주고... 아무튼 [Hosono House]는 그 점에서 유니크한 앨범으로 남아있습니다. [Hosono House]는 일본식 프로그레시브/사이키델릭 포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핑거링으로 진행되는 기타 코드는 비틀린 스케일과 즉흥 연주를 반복하고 있으며, 소리층위는 반 다이크 파크스나 비치 보이스의 영향을 받은 복잡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핫피 엔도에서 좀 더 코어하게 발전했으면서도 호소노의 느긋한 목소리..

Original Love - 朝日のあたる道

오리지널 러브는 초기 시부야계 얘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밴드입니다. 정확히는 타지마 타카오라는 뮤지션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밴드인데... 선배이자 동료였던 피치카토 파이브랑 비교를 해보자면 꽤 재미있는 구석이 있습니다. 사실 피치카토 파이브는 후기로 갈수록 일렉트로닉이랑 접목되는 구석도 있고 기본적으로 1960년대 보사노바, 라운지 음악, 프렌치 팝 같은 이지 리스닝 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꽤나 가벼운 느낌이 강한 그룹입니다. 한없이 둥실둥실 떠다닐것 같은 느낌이랄까. 오리지널 러브 자체도 꽤나 달달한 음악을 하긴 합니다만 질감이 좀 달라요. 좀 더 묵직하고 모타운과 필리를 (스티비 원더, 스타일리틱스, 해롤드 멜빈, 마빈 게이를 언급할 수 있겠군요.) 넘나드는 소울과 Funk, 그리고 야마..

The Soft Boys - I Wanna Destory You

소프트 보이즈는 1970년대 말 영국 컬리지 록/네오 사이키델릭을 이끌었던 밴드입니다. 네오 사이키델릭이라고 해도 뭔가 약빠는 느낌 보다는 (없는건 아닙니다. 약간 맛이 간 가사라던가.) 사이키델릭 록 특유의 배배꼬인 훅과 에너지를 포크 록을 거쳐 포스트 펑크로 간결하게 재해석한 밴드라는 느낌입니다. 그 점이 R.E.M.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고요. 로빈 히치콕은 이후 솔로로도 나름 주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점도 적어놔야 되겠군요.사실 그런 자질구레한 설명보다는 제목에서 예견될법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듭니다. 음. 요새같이 복잡하고 힘든 시대에 어울리는 곡이에요.

Metafive - Luv U Tokio

더우니깐 긴 글 쓰는 것도 귀찮고... 당분간은 음악 땜빵글만 줄창 올릴지도요?올해 초에 나온 타카하시 유키히로+레오 이마이+토와 테이+오야마다 케이고+콘도 토모히코 (애너니매스)+스나하라 요시노리 (전기 그루브)라는 굉장한 멤버들이 참가한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밴드입니다. 올해 초에 앨범 냈는데, 아직 못 샀습니다. 다만 이 곡을 들어봤을떄 저번에 올린 토와 테이 새 앨범 수록곡과도 방향성이 비슷하고 아무튼 흥미롭다고 할까요. 요새 유행하는, 1980년대풍의 복고 지향적인 (핫 칩이라던가, 레스 뮤직 디지털=스튜어트 프라이스) 일렉트로클래시 성향의 곡입니다.보통 이런 프로젝트 밴드들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곡만 놓고 보면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앨범 듣고 싶네요.

Blur - Ong Ong

생각해보니 제가 작년에 나온 블러 새 앨범 [The Magic Whip]에 대해 코멘트를 안 했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겐 좋은 앨범이였습니다. 막 엄청나게 쩌는 걸작!은 아니지만 명성과 기다림에 보답하는 앨범이라고 할까요. 전반적으로 2000년대 이후 알반 취향 (제3세계권 음악과 힙합에 대한 매혹, 소피스틱 팝 풍의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하이브리드, 약간 몽상적이고 우울한 멜로디) 이 많이 드러나는 앨범이긴 하지만 뭐 저야 그쪽으론 호에 가깝고, 노이즈 기타가 주도하는 콕슨 취향의 로큰롤도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아 만족스러운 복귀작이였다고 할까요. 나온지 1년이나 지났지만 생각나면 자주 꺼내듣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Go Out'은 약간 낯설긴 했는데, 이 곡은 옛날 블러 생각나기..

Teenage Fanclub - I'm In Love

어-예 틴에이지 팬클럽 새 앨범 나와라 나와라 노래를 불렀더니 정말로 9월에 발매된다고 하네요. 텀이 너무 긴거 아닌가라는 불만도 좀 있지만 역시 틴에이지 팬클럽은 검증된 음악을 제공하는 그룹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공개된 첫 싱글도 상큼하니 좋고요. 이번 기회에 두번째 내한 ㄱㄱ 어떻습니까? (*참고로 제 인생에서 제일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틴에이지 팬클럽 내한을 못 본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