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597

キリンジ - エイリアンズ

이젠 고전이 된 곡이죠. 토미타 케이이치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를 기용해 만든 키린지의 [3]은 뉴 뮤직 시절 야마시타 타츠로나 이토 킨지 같은 AOR 튠을 기반으로 컨트리, 포크, 소울 등을 이용해 굿타임 팝스의 느지막한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앨범입니다. 실제로 호리고메 야스유키는 '말의 뼈'라는 유명 AOR 곡에서 이름을 따온 (불행히도 부른 가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죠. 송라이팅도 송라이팅이지만 가사나 목소리 모두 완벽하죠. 이 곡에서 들려주는 쓸쓸한 감수성이야말로 가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 괴랄한 앨범 커버만 제외하면.... 최근에 리마스터링반이 나왔다고 하는데, 비싸서 손만 빨고 있습니다. 환율 자비 좀....

Electric Glass Balloon - Summer King

플리퍼즈 기타가 거대한 폭탄을 던지고 해체된 뒤, 일본의 기타팝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보통 시부야계라고 뭉뚱그려 얘기되곤 하지만, 일렉트릭 글래스 벌룬은 여러모로 당대의 플리퍼즈 기타의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수 있는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당대 UK 기타 팝스러우면서도 보컬의 창법과 은은하게 깔리는 80년대 신스에서 플리퍼즈 기타의 영향력을 찾는건 어려운 일은 아니죠. 사실 그렇게까지 대박을 친 밴드는 아니였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L-R과 더불어 멜로디 메이킹이 탁월했던 숨겨진 밴드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이 밴드는 후대 시모키타자와 록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데 이 밴드 멤버가 탈퇴후 서니 데이 서비스로 들어가면서 플리퍼즈 기타와 분카이 록 간의 연결다리를 만들어주는 계기..

Walter Wanderley - L'amore Dice Ciao

조빔 대형까지는 못 미치긴 해도 나름 보사노바/라운지 음악계에서 유명한 발터 반더레이입니다. 원래 이 곡은 이탈리아의 작곡자인 아르만도 트로바욜리가 작곡한 곡인데, 이 분이 커버하면서 북미에도 유명해졌다고 하더군요. 간간히 깔리는 하프시코드와 해먼드 올갠, 한 소절이 끝나자 박자가 변하면서 우수에 젖은 멜로디를 산뜻하게 날아가듯이 전개하는게 상당히 간지인 곡입니다.

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 - Souvenir

오케스트럴 머뉴버스 인 더 다크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 속칭 OMD는 1980년대 신스 팝의 물결을 타고 흥행에 성공한 밴드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나름 재미있는 노선을 취했던 밴드입니다. 당시 신스 팝 밴드들이 조르지오 모르더가 혁명을 일으켰던 디스코에서 이어지는 댄서블 노선을 추구했다면, OMD는 그 노선에서 한 발짝 비껴나 부유하는듯한 전자음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질감을 팝의 가치에 충실한 멜로디에 녹여넨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OMD가 만드는 리듬 섹션과 그루브는 댄서블하고는 다소 떨어져 있습니다. 이 앨범 이전에 발표한 'Enola Gay' 정도가 예외라 할 수 있는데 이것도 완전한 조르지오 모르더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미묘하죠. 실제로 이들은 에코 앤 더 버니..

낙관주의를 냉소한 노이즈: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소닉 유스

(과제용으로 제출한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노이즈가 어떤 개념의 ‘소리’인지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노이즈란, “음악의 규칙으로 환원될 수 없고 따라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모든 소리(잡음)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20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노이즈는 음악사에서 배격되어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의미’가 없어서 메시지를 담을 수 없고, 불편함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노이즈는 현대음악가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왜일까? 개인적으로 노이즈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파시즘 같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히틀러는 “증폭스피커 없이는 독일을 정복할 수 없었을 것”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그들이 선호한 음..

Almendra - Muchacha (Ojos De Papel)

이 곡이야말로 아르헨티나 록의 앤섬이라 할 수 있는 곡입니다. Almendra (아몬드의 스페인어)라는 밴드는 故 루이스 알베르토 스피네따 (2012년에 타계. 명복을 빕니다.) 라는 천재가 이끌었던 밴드인데, 그야말로 브라질 MPB하고는 다른 느낌의 록을 받아들인 라틴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볼만한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 그들의 동명 1집에 실려 있는 곡인데, 영미권 이외 로컬 록 역사에 우뚝 솟아있는 대표 앨범들을 꼽으라면 항상 언급되는 앨범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러밍 아래에 "종이같은 눈을 가진 소녀" "너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구나 / 백묵같은 마음이여 / 모든 것이 잠들었을 때 / 너에게서 하나의 색깔을 훔쳐야지"라는 문구를 읇을때 그 서늘하게 다가오는 서정성은 핫피 엔도의 '風を..

The Thrills - Don't Steal Our Sun

봄도 다 끝나가긴 하지만 이 곡의 상큼 발랄함은 여름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비치 보이스라던가 버즈의 상큼발랄한 웨스트코스트 컨트리 록의 기조를 이어받은 쓰릴스는 데뷔는 참 찬란했는데 그 뒤로는 생각보다 잘 나가지 못해서 좀 안타깝다고 할까요. 비슷한 주톤즈나 코랄스도 지금 거의 잊혀졌죠. 유행을 타기엔 미묘하긴 해도 그래도 곡은 참 좋은 밴드인것 같습니다.

New Radicals - You Get What You Give

뉴 래디컬스는 1집만 내고 사라진 원 히트 원더이지만, 홀 앤 오츠에서 이어져오는 아메리칸 블루 아이드 소울을 제법 잘 소화한 밴드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블루지하면서도 세련된 멜로디를 구사하는 이 밴드를 보면 분명 크게 될 밴드였는데 불운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발매 당시에도 평이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다만 제가 해외에서 저 곡이 수록된 음반을 주문했는데 도착한 내용물 (*중고 아님)이 페이스 노 모어 베스트라는 괴상한 일만 없었다면 좀 더 나았을건데 말이죠. 결국 항의한 끝에 새 앨범 보냈다고 합니다. 쩝. 근데 확실히 뮤비는 1990년대 말 필이 팍팍 나네요. 진짜 세월 빨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