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There/생각

[들뢰즈와 시네마]: 3장 열여덞 개의 기호들

giantroot2015. 6. 28. 23:41

들뢰즈는 이미지와 기호의 분류법에 대한 시도라고 보았다. 실제로 [시네마 1]의 많은 부분이 운동-이미지와 관련된 기호들이 등장한다. 보그느는 지각-이미지, 행동이미지, 감정-이미지로 나눠지는 운동-이미지들은 들뢰즈의 시네마에서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고자 한다.

퍼스와 기호

들뢰즈가 지목한 학자는 베르그송과 찰스 샌더슨 퍼스다. 퍼스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이미지들의 체계적인 분류를 가장 철저히 시도한 기호론의 창시자”라고 말한다. 보그는 들뢰즈가 정확히는 기호의 비언어적 이론에 대한 헌신을 높게 산다고 보고 있다. 소쉬르와 퍼스는 각자가 독립적으로 기호들에 대한 일반 이론의 개념을 개발했는데, 프랑스 시네마 이론가들은 기의와 기표 사이의 언어적 대립에 그것의 기초를 두는 소쉬르적인 접근 방법을 선택했지만 들뢰즈는 언어적 기호로부터 시각적 기호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대안을 제안했다. 들뢰즈는 이 와중에 서사를 시간과 공간 구조의 부차적인 산물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서사의 규칙성과 계속성의 가능성의 조건은 인간 행동의 유효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조직된 상식적 공간-시간의 규칙성과 계속성이다. 우리의 실용적인 세계는 우리의 필요, 욕망, 의도, 계획에 의해 조작된다. 그러므로 ‘감각-운동 도식’은 ‘경로적 공간’이라는 상식적인 세계를 형성하고 이것을 서사를 만들어낸다. 들뢰즈는 감각-운동 도식을 폐기한다는 점에서 고전 시네마하고 현대 시네마의 차이를 찾아내며 비서사적과 비언어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퍼스의 개념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들뢰즈는 퍼스의 기호학 이론에서 두 가지의 한계성을 발견하는데 첫 번째로는 퍼스가 궁극적으로 비언어적 기호를 언어적 기호의 하위를 둔다는 점과 두 번째로는 세 가지 근본적인 이미지들의 기원에 대해서도, 모든 다른 이미지들을 지각할 수 있게 하는 이미지로서의 지각-이미지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을 든다. 들뢰즈는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퍼스가 아니라 베르그송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들뢰즈는 퍼스의 일차성 이차성 삼차성의 범주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는데, 순서대로 “단지 그 자체만을 지칭하는 것, 특질 혹은 잠세력, 순수한 가능성”, “단지 다른 무엇인가를 통해서만 그 자체를 지칭하는 것, 존재, 작용-반작용, 노력-저항”이며, 삼차성은 “단지 한 사물을 다른 것과 관련시킴으로써만 그 자체를 지칭하는 것, 관계, 법칙, 필연성”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들뢰즈는 퍼스적인 용어를 쓰지 않으며 베르그송의 세 가지 형태의 운동-이미지들을 개발하고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일차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들뢰즈는 감정-이미지와 퍼스의 일차성 사이의 평행을, 행동-이미지와 이차성 사이의 평행을 관찰한다. 지각-이미지를 삼처성과 연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들뢰즈는 삼처성의 범주와 상응하는 네 번째 운동-이미지, 관계-이미지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가정한다. 그리고나서 들뢰즈는 퍼스의 분류 도식 밖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종류로서 지각-이미지를 다룬다. 들뢰즈는 이렇게 나눠놓은 영도성, 일차성, 이차성, 삼차성에다 두가지 추가적인 유형들을 확인한다. 감정-이미지와 행동-이미지 사이의 중간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이미지와 관계-이미지 사이의 중간이다. 그리고 들뢰즈는 그것들의 연역이 지각의 분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들뢰즈는 퍼스의 개념이 아니라 지각에 대한 베르그송의 설명을 여섯 가지 유형의 운동 이미지와 연결한다. 지각 이미지, 즉 살아 있는 존재의 지각의 특징이 되는 그 이미지는 그것의 발생과 우선 관련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각 이미지는 세 가지 방식으로, 즉 그것의 발생에 의해, 간격의 기능으로서의 그것의 구성에 의해, 그리고 전체의 기능으로서의 그것의 구성에 의해 분화될 수 있다. 

지각 이미지

고전 시네마에서 우리는 어떤 시각적 이미지가 주관적 관점의 재현으로 취급될 때 그 시각적 이미지를 하나의 지각으로 인지한다. 그리고 주관적 이미지를 주목할만 하게 만드는 것은 상응하는 ‘객관적’ 이미지, 즉 ‘정상적으로’ 보여질 때의 샹들리에 혹은 복도와 그 주관적 이미지의 차이라고 모두가 믿어왔다. 하지만 이는 카메라의 시점이 쇼트마다 변화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보그는 지적하고 있다. 이 점에서 들뢰즈는 ‘자유 간접 화법’이라는 개념으로 이런 직관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이 자유화법은 “그 자체로 이질적인 하나의 체계 속에서 일어나는 두 상호 연관적 주체들의 분화”이며 “주체화의 두 가지 분리할 수 없는 행동들을 동시에 수행하는 언표 행위의 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중의 주체화 과정, 혹은 하나의 이질적인 체계 속에서의 두 주체 입장들의 생성을 통해 파졸리니는 ‘주관성’과 ‘객관성’의 개념들을 문제적인 것으로 만들어내고 들뢰즈는 이 대립에 주목한다. 객관적 ‘사물들 속의 지각’ 안에서 ‘물질 속의 눈’은 단일한 진동적 유동의 탈중심화된 파동을 따라가는데, 들뢰즈는 이런 흐르는 지각 이미지를 유상체 (레움)이라고 불렀다. 이 유상체는 사물들 속에서의 지각을 향하는 경향을 가지는데 그 지각이 충분히 표명되는 것은 단지 세 번쨰 지각-이미지, 즉 그램 속에서이다. “즉 물질 속에서의 기체적 지각으로서 물질의 작용과 반작용이 얼마나 멀리 확장되든지 간에, 그것이 작용을 가하는 모든 지점들을 공간 자체 속에 있는 그 어떤 지점도 다 지각하게 되는 것과 같은 정도” (IM 117; 81) 인 발생 기호인 것이다. 이렇게 단일하고 고정된 비결정성의 중심에 의해 결정된 지각과 사물들 속에서 보편적 지각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들뢰즈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와 키노 아이를 다루는 글에서 잘 나타나는데, 어ᄄᅠᆫ 시간적 질서든지 그것으로 우주의 모든 지점들을 비교하고 연결하는 수단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고 들뢰즈는 보고 있다. 하지만 들뢰즈는 그 이상으로 “이미지의 발생적 요소, 즉 운동의 분화적 요소”와 이를 통한 운동의 생성적 세포라는 베르토프의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시네마가 다른 지각을 향해 인간 각을 초월한다면 지각의 미분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그것을 모든 가능한 지각의 발생적 요소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지각이 변호사키게 하는 지점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에 그램은 “사물 속에서의‘ 지각, 즉 어ᄄᅠᆫ 다른 지점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며, 각 지점 그 자체는 발생적/미분적 운동의 진동하는 장소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미지

 감정 이미지는 지각과 나가는 행동 사이의 간격을 점유하는데 인간에게서 고정된 수용체들의 주요한 집결은 얼굴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여기서 다양한 감정들이 등록된다. 들뢰즈는 초상화 속에서 두 가지 경향들을 주목하는데, 하나는 얼굴의 통합하는 윤곽을 강조하는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각각의 얼굴 생김새들을 강조하는 경향이다. 들뢰즈는 이런 통합하는 표면과 강밀한 특성 사이의 대립과 감탄과 욕망이라는 열정들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통합하는 표면과 강밀한 특성이 각각 순수 특질과 순수 역량이라는 서로 대조되는 것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들뢰즈는 “감정-이미지야말로 시네마에서 클로즈업이고, 클로즈업이 얼굴이다”라고까지 표현하면서 그것이 모든 공간-시간의 좌표들로부터 얼굴을 추상화하고 그것으로 얼굴을 변용태를 표현하는 완전한 실체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보았다. 클로즈 업 된 얼굴은 차라리 자율적인 대상, 운동의 경향들을 가진 고정된 표면이며 하나의 감정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감정 이미지는 하나의 표현된 것으로 독립적으로 고려되는 역량 혹은 특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성 도성과 윤곽 도상은 감정 이미지들의 두 가지 구성의 기호들이라 할수 있는데 하나는 운동의 개별적 간격을 강조하고 다른 하나 다른 하나는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감정 이미지는 퍼스가 일차성이라고 부르는 것, 즉 특수한 상황에서의 그것의 현실태적 표명과 상관없는 채로 고려될 때의 특질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클로즈업은 얼굴에서 순수한 특질을 추출해내지만 들뢰즈는 얼굴 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서도 그런 특질을 추출해낼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클로즈업 자체가 구체적 실체를 변화니켜 감정적인 특질/역량을 표현하는, 운동 경향이 있지만 탈맥락화된 고정된 표면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로즈업만이 감정-이미지를 창조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라고 들뢰즈는 보고 있다. 드레이어와 브레송의 영화들에서 들뢰즈는 클로즈업 이외의 샷들에서 원근법적 좌표를 허용하지 않고 클로즈 업 샷들처럼 감정-이미지를 창출해내는 과정을 찾아낸다. 보그는 이를 “ 도상이 특질-역량을 얼굴 혹은 그것의 상응물에 의해 표현하게 하는 기호라면, 특질 기호 혹은 능력 기호는 특질 역량을 임의의 공간에 의해 표현하게 하는 기호”라고 설명한다. 들뢰즈는 이런 임의의 공간을 구현케 하는 세 가지 방식으로는 그림자, 서정적 추상, 색채로 구분 했으며 이를 통해 좌표를 가지지 않은 순수한 잠재력과 역량들, 특질들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충동 이미지

 변용태의 잠재태적 임의의 공간과 행동의 현실태적 환경 사이에서 들뢰즈는 그 어느 쪽에도 분명하게 속하지 않는 한 영역, 즉 ‘본원적 세계들’과 ‘충돌들’의 영역을 충동 이미지가 다루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는 자연주의와 연관되어 있다.

 들뢰즈는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루이스 브뉘엘, 조셉 로지 같은 감독들을 분석하면서 그들의 영화들이 구체적인 세목들로 된 실재하는 세계에 내재적이면서 그 세계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충동들과 힘들의 원초적인 세계를 보는 비전으로부터, 유래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감독들의 세계는 본원적 세계라 불리는 세계가 따라다니는데 형성되지 않은 질료로 구성되고 구성된 주체들과 관련조차 없는 비-형태적 기능들, 행동들, 혹은 에너지 역동력에 의해 횡단되는 세계다. 

 본원적인 세계는 임의의 공간과 현실태적 환경 사이의 중간 지점에 존재한다. 그것은 임의의 공간처럼 파편화되고 탈접속되었지만 현실태적인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로 결합되어 있다. 충동 역시 정서들과 행동들의 중간에 있다. 그것들은 다양한 정황들 속에서 여러 가지 구체적 형식들을 취할 수 있는 원형적 행동들이다.

 들뢰즈는 충동-이미지의 두 가지 기호를 확인하는데, 징후와 물신(혹은 우상)이다. 징후들은 파생된 세계 속의 충동들의 현존이고, 우상들 혹은 물신들은 파편들의 재현이다. 충동 이미지들은 선과 악의 물신들로 구성되는데, 이것들은 파생된 환경에서부터 떼어낸 파편들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발생적으로, 환경의 저변에서 작동하는 본원적 세계의 징후들을 포착한다. 여기서 물신은 실재하는 환경으로부터 충동을 떼어낸 것으로서 본원적 세계와 일치하는 파편들이며 징후는 본원적 세계와 연관된 특질들과 역량들을 지정하고 있다. 들뢰즈는 그럼에도 본원적 세계는 충동-이미지를 생성시키는 발생적 요소라고 정리한다.

행동-이미지

행동-이미지야말로 서사와 가장 큰 근친성을 보여주는 이미지라 할 수 있다. 허나 이 부분에서 들뢰즈의 논의는 서사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도 운동-이미지들의 배열을 전제하고 그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라고 보그는 주장하고 있다. 행동-이미지는 리얼리즘의 영역, 즉 구체적이고 특정한 공간-시간 속에서 현실태한 특질들과 역량들의 영역이고, 분리된 행동들 속에서 구체화한 정서들과 충동들의 영역이다.

 행동 이미지는 언제나 힘들이 포위하는 환경과 개체 혹은 개체들의 연관된 작용들/반작용들을 수반하는데 그런 점에서 퍼스의 이차성의 범주를 예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위 환경의 중심에서 행동은 환경과의 다른 것들과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들뢰즈가 단일 기호라고 부르는 환경과 연관되는 기호를 그는 “환경 속에서, 즉 사물들의 상태 혹은 한정된 공간-시간 속에서 현실태화하는 것으로서의 특질-역량의 앙상블”로 규정한다. 이항식이라고 붙인 특정한 행동과 연관된 기호는 “모든 싸움, 말하자면 행동-이미지의 구성 기호들이다.” 통합 기호와 이항식은 큰 형식 행동-이미지의 구성 기호이다.

 들뢰즈는 장르들 속에서 작동하면서 큰 형식 행동-이미지의 일종의 물리학을 구성한다. 다섯 가지 법칙을 발견한다. 첫 번쨰는 구조적인 것인데, 하나의 유기적 전체의 구성 요소들로서의 환경적 힘들의 필수적인 성질과 관련된다. 두 번쨰 법칙은 환경에서 행동으로의 이행과 관련이 있다. 세 번째는 수렴하는 힘들이 결국에는 단일한 쇼트에서 마주칠 것을 그리고 분리된 행동들의 교대가 충돌하는 힘들이 서로 동시적으로 현존하는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질 것을 요구한다. 네 번째는 다른 것들 속으로 차례로 끼워 넣는, 싸움의 세트화 규칙이다. 다섯 번째는 포괄하는 환경과 정적의 행동 사이의 “거대한 틈”의 법칙이다.

 이런 다섯 가지 법칙들은 주위 환경의 통합 기호와 포괄화한 행동들의 이항성들을 구성하지만 그것들의 구조적의 관계들의 발생은 세 번째 기호에 의해 표식되는데, 들뢰즈는 그걸 각인이라고 명명한다. 주입하는 상황과 폭발하는 행동이 동시에 나오는 것은 바로 특정의 “정서적 대상들” 속에서다. 그러한 대상들에서 우리는 환경과 인물 사이의 내적인 발생적 접속의 외적 기호를 본다. 

 보그는 여기서 범죄 영화 장르와 탐정 영화 장르의 차이에서 큰 형식과 작은 형식의 차이를 찾아낸다. 보그에 따르면 범죄 영화는 “지하 세계 환경에 범죄자들을 설정하고 나서 그들의 행동을 추적”하는 반면 탐정 영화는 “신비롭고 단편화된 행동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에 행동들이 일어나는 상황을 폭로하는 단서들을 추적”한다. 이런 식으로 다른 큰 형식 장르들도 마찬가지로 작은 형식 대응물을 가지고 있다.

 들뢰즈는 작은 형식의 발생적 기호를 벡터라고 부른다. 그리고 큰 형식의 호흡-공간과 작은 형식의 골격-공간을 대조함으로써 그것을 소개한다. ‘나타남’과 ‘현존으로 오는 것’을 통해 이런 호흡의 운동을 현현하는 것이다. 이는 골격과 사라짐이라는 형태로 나오는데, 들뢰즌 그것들 속에서 공간을 구성하는 두 가지 대조적인 수단들을 본다. 첫 번째는 개별적 요소들이 이미 설정되고 구조화 되어 있는 포위하며 에워싼 전체에 대한 하나의 구형적 착상을 통한 것이고, 두 번째는 연관되면서도 이질적인 요소들의 열린 공간이 구성되는 것과 같이 개별적인 요소를 인접하는 요소와 연결되게 하고, 그러고 나서 계속 또 다른 요소와 연결되게 하는 국부적 작용을 통한 것이다. 국부적인 골격-공간은 파편들 나타남들 사라짐들로 구성되는데, 그러나 그것들은 곧잘 서로 연결된다.

 큰 형식의 발생적 기호인 각인은 정서적인 대상을 통해 외부 환경과 내부 행동을 결속한다. 그리고 그 자체의 방식으로 벡터도 같은 일을 한다. 들뢰즈는 주로 골격-공간을 횡단하는 우주의 선이라는 관점에서 벡터를 묘사하면서도 “특이점들 혹은 그것들의 강밀도적 절정에서의 주목할 만한 순간들을 통일시키는 톱니 같은 선”으로 벡터를 규정한다. 즉 벡터는 우주의 톱니 같은 선에 의해 횡단하는 골격-공간을 생성하면서, 행동과 상황을 조합한다는 점에서 작은 형식의 발생적 기호이다.

반성-이미지

반성 이미지는 행동 이미지와 관계 이미지 사이에 설정된다. 반성 이미지는 큰 형식에서 작은 형식으로의 이행, “형식들의 변형”을 허용하는데 들뢰즈는 반영-이미지의 기호들을 형상이라고 부르고, 형상을 행동-이미지의 “이러한 기형, 변형, 변질의 기호”로 정의한다. 들뢰즈는 관계-이미지를“관계들을 그것의 대상으로 보는 이미지”로 다룬다. 그러나 관계-이미지와는 달리 반성-이미지는 행동 이미지의 기형, 변형, 변질로서의 그 행동-이미지와 결속된 채로 있기에 반성-이미지는 “행동과 관계 사이의 매개체이다.”

 들뢰즈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에이젠슈타인의 두 영화를 인용하면서 조각적/조형적 그리고 연극적/배경화법적인 형상들을 설명한다. 그리고 도치의 형상과 화법적 형상 혹은 화법의 형상을 확인한다. 화법적 형상은 그것이 행동 이미지를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작은 형식과 큰 형식을 변형시킨다는 점에서 반성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그것이 발생적 기호인가? 반성-이미지는 “행동과 상황이 간접적인 관계들 속으로 진입할” 때 생기는데, 행동과 상황 사이의 간접적인 관계의 직접적인 반성, 말하자면 반성-이미지의 모든 형상들 속에서 내표되고, 전제된 것의 명시적 제시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들뢰즈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행동-이미지들을 그것들의 극한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변형의 일반적인 과정, 즉 몇 가지 경우들에서는 큰 형식과 작은 형식의 전환을 초래하지만 다른 경우들에서는 그 두 형식들의 계속적인 분리를 허용하는 과정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와 미조구치 겐지 영화를 다루면서 이 영화들이 감각 운동 도식의 붕괴의 징조를 다루고 있고, 따라서 운동 이미지 일반의 소멸의 징조라 보고 있다.

관계-이미지

들뢰즈는 관계-이미지를 퍼스의 연속성, 규칙성, 습관, 규정, 법칙, 해석, 재현, 사유를 다루는 삼차성의 범주와 동일시한다. 퍼스에게서 우주 속의 모든 것은 습관들을 형성하는, 즉 순전한 우연성과 불확정성으로부터 규칙성, 연속성, 일반성으로 이전하는 경향을 지닌다. 틀뢰즈는 퍼스에게서 삼차성은 ‘정신적인 것’이라고 지적하는데 들뢰즈가 삼차성에서 중심적인 것으로 확인하는 것은 관계의 개념이다. 관계 이미지는 정신적 이미지, 즉 정신적인 것이 이미지 속으로 도입되는 사유의 형상이다. 들뢰즈는 어느 정도 정신적인 것이 다른 이미지들 속에, 즉 감정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 의식 속에 말하자면 행동 이미지에 고유한 목표들 선택들 계산들 속에 내포된다고 지적했다.

 들뢰즈가 보기에 이런 관계-이미지의 시네마를 드러낸 감독으로는 히치콕을 꼽는다. 들뢰즈는 나르보니의 “해석적 열정과 해독의 열망”이 관계 이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보며, 삼차성의 뚜렷한 현존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제 삼자라는 항목의 중재가 하나의 관계로서 행동을 구조화하며 그 속에 개입한다. 그리고 행동을 구성하는 관계들을 카메라와 쇼트들을 통해 관객들이 더 많이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히치콕은 정신적 이미지의 시네마를 창안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관계-이미지 구성의 기호들은 표식이고 탈표식이다. 표식은 자연적인 관계의 기호이며 “관습적인 계열 속에서 다른 항목들을 지칭하는 항목인데, 각 항목이 다른 항목들에 의해 해석될 수 있는 것과 같다. 탈표식은 그러한 계열로부터 벗어나는 용어, 즉 하나의 사물에서 다른 사물로 가는 정신의 습관적 운동을 붕괴시키는 불안한 변칙적 요소다. 관계-이미지의 발생 기호는 상징인데, 그것은 하나의 전체를 구상하는 추상적 관계의 기호다. 따라서 관계 이미지의 기호들에 대한 들뢰즈의 요약적 특성화는 구성의 두 가지 기혹들은 표식, 즉 습관(‘자연적인’ 관계)에 따라 두 가지 이미지를 통합하는 경우, 그리고 탈표식, 즉 이미지가 그것의 관계 또는 자연적인 계열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경우일 것이다. 발생적 기호는 상징, 즉 우리가 두 가지 이미지들을 비록 자의적으로 일치되는 것이라고 해도, 비교하게 되는 경우일 것이다.

결론

들뢰즈는 평범한 체계 수립자가 아니며 그의 분류법은 새로운 보기의 방식에 대해 말하는 새로운 용어들을 창안하기 위한 생성적 장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그는 그 개념들과 그것들의 형성의 논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것들은 분석 대상들과 그것들의 상호 관계들을 분절하기 때문이다. 또한 들뢰즈는 관습적인 기호학자라 할 수는 없는데, 들뢰즈 자체가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기호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들뢰즈의 분류법은 단지 그 조각들과 그것들을 생성하는 창조적 과정들에 적합한 언어를 창안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여섯가지 운동 이미지들은 각자는 그 자체의 기호적 질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 경우에는 들뢰즈의 노력은 새로운 방식으로 보기를 착상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보기의 다른 방식, 즉 상식이 보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을, 즉 정서 에너지 리듬 벡터 관념 정신적 관계를 가시적 세계 안에서 인지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방식을 상상하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