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72

Junior Boys - [Begone Dull Care] (2009)

방만한 아름다움 이상하게 전 80년대에 살지 않았는데도, 신스 팝이나 뉴 로맨틱스가 좋습니다. 그래서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주니어 보이즈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신스 팝/뉴 로맨틱스을 살려냈다고 할까요? 2004년작 [Last Exit]는 비어있는 아름다움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백의 미학을 살린 앨범이였고 2006년작 [So This is Goodbye]는 찰떡같은 리듬과 서늘한 선율이 돋보이는 만인이 인정하는 앨범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2009년에 발표된 [Begone Dull Care]는 어떨까요? 이상할 정도로 과소평가 받고 있습니다. 스핀 50점, 가디언 60점, 올무식 가이드 50점이라면 시큰둥한 점수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에게는 당치도 않은 ..

Manic Street Preachers - [Journal For Plague Lovers] (2009)

(15년이나 걸려서 도착한) 임을 위한 로큰롤 솔직히 말하면, 최근 매닉스의 행보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Everything Must Go]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 후로 이어지는 모습은 음악을 듣지 않아도 밍밍하기 그지 없었거든요. 그 예로 2007년작 [Send Away Tiger]가 나왔을때, 앨범 커버를 보고 "이게 뭐야"라고 외치고 사지 않았으니깐요. 그래서 차기작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성경] (Holy Bible) 시절의 강렬함으로 돌아가겠다'라고 말하는 그들의 말에 "흥... 너희들도 과거 팔아먹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는 열거하지 않겠습니다만,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들의 신보의 제목이 정해지고, 앨범 커버가 공개되었을때 '어라? 뭔가 분위기..

Caetano Veloso - [Caetano Veloso (aka.Tropicália)] (1968)

1968년 뜨거웠던 브라질의 여름을 떠올리며 카에타노 벨로소 형님은 제가 감히 뭐라 말할 분이 아니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아마 자유민주주의공화국 대한민국 국민이 이 사람을 알게 됬다면, 단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음악 감독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의 공이 클 것이라고. 그만큼 [그녀에게]의 'Cucurrucucu Paloma'가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그 열풍에 따라 2004년 앨범도 라이센스 됬습니다. 하지만 감미로운 발라드였던 'Cucurrucucu Paloma'을 기대하시고 첫 앨범을 들으신다면 다소 당황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이 샀던 호앙 질베르또 옹의 1973년 동명 앨범 (이하 S/T)가 절제의 미학을 아는 조용한 보사노바 걸작이였다면, 카에타노 벨로소의 첫 S/T (S/T가 ..

Wire - [Pink Flag] (1977)

나는 펑크를, 당대에 대한, 당대를 위한, 당대의 예술로 연주한다. 上記 진술은 너무 오만하다( ) 위풍 당당하다( ) 위험 천만하다( ) 천진난만하다( ) 블로그 방문자들(혹은 청자들)은 ( )에 ○표를 쳐 주십시오. -황지우,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패러디.1977년 영국으로 돌아가봅시다. 섹스 피스톨즈가 그동안 발매한 싱글들을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로 모아서 청중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동안, 클래시는 첫 앨범을 내면서 펑크의 정치성을 살리면서 그것을 대중화 시키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맨체스터 출신의 버즈콕스는 정치와 상관없이 'Orgasm Addict' 같은 사춘기 감수성을 담은 펑크 팝을 만들고 있었고, 엘비스 코스텔로는 완성..

Antony And The Johnsons - [The Crying Light] (2009)

황혼의 빛 미국 뉴욕 출신 뮤지션 안토니 헤거티의 밴드, 안토니 앤 더 존슨즈는 2005년 [I Am A Bird Now]를 발매하면서 LCD 사운드시스템 (재미있게도 2008년, 이 둘은 헤라큘라스 앤 러브 어페어로 간접적으로 만난다.)과 함께 2005년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으로 손꼽히게 됬다. [I Am A Bird Now]는 카뱌레 풍의 컨템포러리 팝과 전위주의를 기조로 안토니의 쓸쓸하면서도 격정적인 목소리와 아름다운 가사가 돋보이는 앨범이였다. 안토니는 이 앨범을 통해 원초적 육성의 매력을 인디 록/팝계에 다시 끌여들었다. 그리고 4년간의 침묵 끝에 새 앨범 [The Crying Light]를 들고 왔다. 일본의 부토 무용수 오노 카즈의 1977년 사진 (공교롭게도 [I Am A Bird Now]..

Carole King - [Tapestry] (1971)

가을은 사색하기 좋은 아닐까 생각합니다.(우웩, 쓰면서도 토가 올라온다(...)) 흠흠.. 여튼 가을은 딴 계절에 비해 조금 조용한 음악을 찾게 되는데, 이번에 산 캐롤 킹 누님의 이 앨범도 그런 잔잔한 음악입니다. 이 앨범을 알게 된 계기는 바로 저희 집에 일본 하이파이 잡지(물론 한국어로 번역된 물건)였습니다. 거기서 한 일본인의 리스닝 체험기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본인이 리마스터링 음반의 경이로움을 찬양하는 글을 썼는데, 거기에 [Tapestry] 앨범 (그 잡지에서는 '색실 천'라 적어놨는데, 아마도 그 앨범이 일본에 라센되면서 그런 식으로 번역이 됬나 봅니다. ex.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문=광기)을 소개해놓은 걸 보고, '오오 이런 앨범도 있구나'라는 식으로 지나갔습니다. ..

Cornelius - [Fantasma] (1997)

'장르 탈출' 속에서 탄생된 달콤한 우주적 팝 오야마다 케이고와 오자와 켄지의 듀오 플립퍼스 기타는 당대 일본 록/팝에서 특이한 그룹이였다. 그들은 핫피 엔도로부터 이어지는 일본 록/팝 역사와 관계 없는, 당대 영미 팝 선율과 복고풍 분위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낸 그룹이였다. 코넬리우스는 그 플립퍼스 기타가 해체된 뒤 오야마다 케이고가 시작한 솔로 프로젝트이다.(참고로 이름은 그 유명한 영화 [혹성 탈출]의 등장인물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 중 본작 [Fantasma]는 그의 커리어 중 걸작이라 뽑히는 작품이다. 이 음반이 커버하는 영역들은 다양하다. 슈게이징('New Music Machine', 'Clash'), 힙합, 노이즈, 하드 락, 기타 팝, 스피리츄얼라이즈드 필의 스페이스..

Portishead - [Third] (2008)

용감한 포티쉐드의 트립합 암살 얼마나 오래됬는지 잘 모르겠다. 셀프 타이틀 2집 이후 포티쉐드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마냥 잠들었고, 트립합 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렸다. 오직 남은 이는 매시브 어택이였고, 그나마 엄청난 전쟁 끝에 2003년에 나온 [100th Window]는 안타까운 난작이였다. (그럭저럭 잘 만들었긴 했지만 걸린 세월에 비하면 좀 보람 없었달까?) 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2007년, 이들은 복귀 소식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별의별 이야기가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첫 싱글 'Machine Gun'이 공개 됬을때 술렁임은 흥분과 당혹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Third]가 공개됬다. 첫 트랙 'Silence'을 트는 ..

Burial - [Untrue] (2007)

밤은 우리의 것 음악에서 나타나는 풍경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것을 어떻게 치밀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나에 따라 음악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2006년에 등장한 익명의 덥스텝 DJ Burial(베리엘)의 2007년에 발표한 2집 [Untrue]는 그 점에서 같은 풍경을 그려낸 선대의 위대한 음반들과 비교 할수 있을 정도로 음악적 풍경을 정확하고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특정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더듬는 일과 진배없다. 그렇다고 해도 덥 스텝 자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모 평론가의 말을 빌려보자. "극단적으로 강조된 덥의 베이스와 UK 거라지의 분절된 리듬이 결합된 음악이라는 것이 덥스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일텐데, 여기에 덥과 UK 거라지의 음악적 동지인 정글과 트립합, ..

Blonde Redhead - [23] (2007)

깃털처럼 가볍게 블론드 레드헤드은 이번 음반이 처음이다. 그 전작 [Misery Is A Butterfly]이 좋은 평을 받고, 판매량도 좋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 블론드 레드헤드는 이 음반으로 기억될듯 싶다. 아무튼 음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음반은 대중들도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멜로디와 감수성으로 가득차 있다. 콜드플레이나 라디오헤드같은 비통한 감수성이 이 음반을 맴돌고 있으며, 찢어질듯한 마키노 카즈의 보컬도 그런 감수성에 한 몫 한다. 첫 트랙 23와 두 번째 트랙인 Dr. Strangelove은 이런 부분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단순한 라디오헤드-카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은 아니다. 블론드 레드헤드는 자기만의 음악 팔레트를 가지고 있으며, 트랙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