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Junior Boys - [Begone Dull Care] (2009)

giantroot2009. 7. 14. 01:03

방만한 아름다움

이상하게 전 80년대에 살지 않았는데도, 신스 팝이나 뉴 로맨틱스가 좋습니다. 그래서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주니어 보이즈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신스 팝/뉴 로맨틱스을 살려냈다고 할까요? 2004년작 [Last Exit]는 비어있는 아름다움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백의 미학을 살린 앨범이였고 2006년작 [So This is Goodbye]는 찰떡같은 리듬과 서늘한 선율이 돋보이는 만인이 인정하는 앨범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2009년에 발표된 [Begone Dull Care]는 어떨까요? 이상할 정도로 과소평가 받고 있습니다. 스핀 50점, 가디언 60점, 올무식 가이드 50점이라면 시큰둥한 점수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에게는 당치도 않은 평들입니다. [Begone Dull Care]는 그들의 예전 앨범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좋은 앨범입니다.

전반적으로 이 앨범의 비트와 사운드는 [Last Exit]의 비어있음과 [So This is Goodbye]의 꽉 짜여짐 사이에 있습니다. 비어있지도 않지만, 딱 달라붙지도 않는다고 할까요?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80년대에 대한 향수입니다. 예전부터 휴먼 리그 같은 80년대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영향력이 보이긴 했지만 이번 작은 본격적입니다. 그 중에서 'Bits & Pieces'가 노골적입니다. 8비트 게임 음향을 대폭적으로 차용하고 있거든요. (이거 들으면서 '모 분이 좋아하겠다'라는 생각을 잠시했습니다.)

아마 이 앨범의 과소평가 당한 것에는 이 점에 있을 겁니다. 전작에 비해 덜 달라붙는데다 곡 길이는 길어진 대신, 수록곡 수는 줄어들어졌습니다. 앨범 구성에 덜 신경 썼다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죠. 게다가 전형성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보였던 전작과 달리, 전형적인 80년대 신스 팝의 법칙을 따르는 점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전작 [So This is Goodbye]를 기대하고 들으면 실망할 구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Hazel'이나 'Sneak a Picture' 에서 보듯 단순한 소절 하나로 사람을 잡아채는 매력은 여전하고, 다소 헐거워진 리듬과 선율들은 의외로 주니어 보이즈 특유의 도회적 멜랑콜리함과 잘 어울립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방만하게 아름답습니다. 물론 이 앨범이 '창의적이지 않다, 구성이 헐거워졌다' 하면서 매를 들 사람은 여전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앨범이 창의적이여야 할 법도 없고, 전작에 비해 비트와 사운드를 다루는 실력이 후져진 것도 아닙니다. 특유의 필살 멜랑콜리 역시 잘 드러나 있고요. [Begone Dull Care]는 대단한 걸작은 아니더라도 즐길만한 수작입니다.

P.S. 이 앨범 디자인은 다언어로 되어 있습니다. 영어/프랑스어더군요. 앨범 제목은 캐나다 애니메이터인 노먼 멕라런의 작품에서 따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