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 321

나의 아저씨 [Mon Oncle / My Uncle] (1958)

나의 아저씨 My Uncle 9감독자크 타티출연자크 타티, 장 피에르 졸라, 아드리안느 세르반티, 루시엥 프레지스, 베티 슈나이더정보코미디 | 프랑스, 이탈리아 | 117 분 | - 자크 타티의 [나의 아저씨]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것은 개다. 우리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개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놀고 있는동안 한 남자가 등장해 그들과 놀아주는걸 보게 된다. 타티는 이 장면에 대사를 넣지 않는다. 대신 키가 큰 멀대같은 남자가 자전거를 출근을 하고 일상을 즐기는 장면을 넣는다. 그러면서도 귀신같이 프레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타이밍들을 조절해 어떤 이완과 수축으로 이뤄진 하나의 장관을 만들어낸다. 느긋할 정도로 헐렁하고 순진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조밀하게 짜여진 [나의 아저씨] 도입부는 곧 ..

소매치기 [Pickpocket] (1959)

소매치기 Pickpocket 8감독로베르 브레송출연마틴 라살, 마리카 그린, 장 펠레그리, 돌리 스칼, 피에르 레이마리정보범죄, 드라마 | 프랑스 | 75 분 | -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는 [무셰트]가 그랬던 것처럼 선언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라는 걸 밝히면서 한 청년의 죄의식을 다룰것이라고 선언한다. 그 뒤 우리는 가난한 청년 미셸이 등장해 소매치기를 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걸 듣는데, 미셸은 행동하지 않는 자에 대해 결별을 선언하면서 그는 '행동'하겠다고 말한다. 그 후 우리는 미셸이 무슨 행동을 할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내레이션을 들려주는걸 듣게 된다. 이렇게 섬세하게 짜여진 내레이션와 미셸의 방에 등장하는 책을 보면 알겠지만 미셸은 책을 읽는 젊은 청년 지식인이다. 청년 지식인..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6)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9.5감독존 포드출연헨리 폰다, 린다 다넬, 빅터 매추어, 캐시 다운스, 월터 브레넌정보서부, 드라마 | 미국 | 97 분 | - [황야의 결투]는 [역마차]와 [수색자],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와 더불어 존 포드 서부극을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는 영화다. 그리고 실제로도 [황야의 결투]는 [역마차]로 열어젖힌 황금기 서부극 영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영화기도 하다. [수색자]와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가 만가에 가깝다면 [황야의 결투]는 아직 만가에 이르기 전 나름 성숙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는 영화기도 하다. 물론 [황야의 결투]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서부극의 편견에 대해 재고할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볼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서부사를 다룰때..

편지 [La lettre / The Letter] (1999)

편지 The Letter 3감독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출연키아라 마스트로얀니, 페드로 아브루노사, 안톤 쳅페이, 레오노르 실베이라, 프랑소와 파비안정보드라마 |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 107 분 | -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의 [편지]는 보통 90년대부터 찾아온 올리베이라의 국제적인 전성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꼽힌다. 라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부인]을 현대로 각색한 [편지]의 서사는 표면적으로는 멜로 드라마의 관습을 취하고 있다. 상류층에 부담없이 살고 있는 드 사르트르는 보석점에서 만난 한 의사 자크 드 클레브와 약혼을 해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드 사르트르는 그를 찾아온 로큰롤 가수 페드로에게 마음이 이끌리게 되고, 자크와의 사랑은 흔들리게 된다. 한편 드 사르트르에게는 수녀인 친구가..

솔라리스 [Солярис / Solaris] (1972)

솔라리스 Solaris 9.1감독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출연나탈리아 본다르추크, 도나타스 바니오니스, 유리 야르벳, 블라디슬라프 드보르체츠크, 니콜라이 그링코정보미스터리, SF | 러시아 | 167 분 |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는 물에 흔들리는 풀들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 인상적인 이미지야말로 [솔라리스]의 모든 것을 집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영화가 곧 수면에 분명하게 비치지만 다가갈수 없는 이미지에 현혹되는 과정을 다룰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등장하는 주인공 크리스의 얼굴은 초췌해 보인다. 크리스는 곧 연못을 지나쳐 집에 가려다가 잠시 연못에 들러 손을 씻으며 곧 수면에 잔잔한 파장이 퍼진다. '집으로 향하던 도중' 수면에 분명하게 있는 이미지에 접촉..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 (1962)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 0감독존 포드출연존 웨인, 제임스 스튜어트, 리 마빈, 베라 마일스, 에드먼드 오브라이언정보로맨스/멜로, 서부 | 미국 | 123 분 | - 존 포드의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는 보통 서부극의 종언을 알리는 작품으로 자주 꼽히는 작품이다. 물론 포드가 이전에 만든 [아파치 요새]나 [수색자]에서도 서부 세계를 정리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적어도 도로시 M. 존스턴의 단편을 영화화한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를 보면 어떤 한 시대가 완전히 끝나 회고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눈치챌 수 있다. 당장 이 영화의 시작은 기차를 타고 등장하는 정장의 상원의원 부부니깐 말이다. 서부극에서 문명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기차를 타고 등..

언노운 노운 [The Unknown Known] (2013)

언노운 노운 The Unknown Known 6.5감독에롤 모리스출연에롤 모리스, 도널드 럼스펠드, 켄 메데이로스정보다큐멘터리 | 미국 | 103 분 | - 에롤 모리스의 [언노운 노운]은 말장난으로 시작한다. Known Known, Known Unknown, Unknown Unknown.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모르고 있다는걸 알고 있다 Unknown Known. 이 말장난 나레이션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언노운 노운]이 곧 무수한 언어적 기만의 바다를 보여주는데 주력할 거라는 암시를 담고 있다. 이어진 눈송이와 무수한 메모에 대한 언급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언노운 노운]가 끌고 온 도널드 럼즈펠드라는 인물은 화술에 도통한 노회한 정치인이다. 기본적으로 [언노운..

제임스 그레이의 [리틀 오데사]와 [투 러버스]에 나타나고 있는 민족적 특정성과 '멜로적 감수성'에 대해

2013/08/08 - [Deeper Into Movie/리뷰] - 리틀 오데사 [Little Odessa] (1994) 2014/02/23 - [Deeper Into Movie/리뷰] - 투 러버스 [Two Lovers] (2008) 이 글은 제임스 그레이 영화 중 [리틀 오데사]와 [투 러버스]에 나타나고 있는 멜로적 감수성이 정확히 어디에서 유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민족적 특정성과 연관이 되는지를 분석할 예정이다. 분석의 틀로는 프레데릭 제임스의 [정치적 무의식]와 폴 윌레만의 국가 개념을 사용할 것이다. 먼저 제임스 그레이에 대한 간단한 약력을 적어야 이 글을 이해하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임스 그레이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라이튼 비치 출신으로,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정..

[용문객잔]과 [안녕, 용문객잔]의 결말에서 드러나는 장르적 구조과 감정

(과제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호금전의 [용문객잔]과 이를 인용한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은 동일한 결말의 구조와 샷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사라짐이라는 샷이다. 그리고 이 사라짐이라는 샷에는 공통적으로 애잔함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애잔함의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게 흥미롭다. [용문객잔]의 결말에선 영화 내내 조소겸으로부터 충신 우겸의 자식들을 지키던 협객들이 동료의 희생을 겪으면서까지 조소겸을 물리치는 컷이 나온 직후 살아남은 협객들이 떠나가는 뒷모습이 나온다. 여기엔 어떤 내러티브적인 설명이나 이별의 대사도 없다. 심지어 그전까지 중요한 인물들이였던 우겸의 자식들을 비롯한 생존자들도 제대로 된 대사 없이 떠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뿐이다. 살아남은 협객들은 왼쪽으로 향해 걸어가 ..

뼈 [Ossos / Bone] (1997)

뼈 4감독페드로 코스타출연반다 두아르테, 누노 바즈, 마리야 립키나, 이자벨 루스, 이네스 드 메데로스정보드라마 | 포르투갈, 프랑스, 덴마크 | 94 분 | - 페드로 코스타의 [뼈]는 침묵으로 시작한다. 첫 프레임에 등장하는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거의 5분을 지나서야다. 그 뒤로도 인물들은 말을 삼가고 카메라는 그 침묵을 고정된 상태에서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우리가 캐릭터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다. 아이의 아버지가 된 술주정뱅이이자 가난한 무명의 청년, 그 청년을 둘러싸고 있는 가난한 여성들인 티나와 클로틸드, 티나와 클로틸드와 연계되어 있는 간호사 에두아르다가 서로 엮여가면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