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언노운 노운]은 2001년 9월 11일 테러와 그 이후 있었던 테러와의 전쟁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미국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그 중심에 조지 W. 부시와 럼즈펠드 일당들이 있었다는걸 안다. 에롤 모리스는 그를 카메라 앞에 앉혀놓고 그가 경력을 시작했던 순간부터 시작한다. 196-70년대 닉슨과 일하면서 경력을 쌓던 럼즈펠드는, 닉슨의 눈밖에 벗어나 해임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되려 닉슨의 워터게이트가 터지면서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럼즈펠드의 감각이나 말은 노련해지고 몇 번의 굴곡을 거쳐 마침내 2001년 운명의 순간이 다가온다.
가끔 결혼 사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지만 (되려 이 때문에 튀어보인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언노운 노운]은 메피스토텔레스적인 웃음을 흘리며 애매하게 말을 돌리는 인물의 주장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그의 언어 속에 숨어있는 무심한 폭력을 끌어내려고 한다. [가늘고 푸른 선] 등으로 몽타쥬와 시청각적인 결합으로 다큐멘터리에 혁신을 가하자고 했던 에롤 모리스는 [언노운 노운]에서는 자막과 그래픽을 이용한 연출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럼즈펠드가 남긴 메모들과 사용하는 단어들의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영상 위에 노출시킨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신보 아키유키의 [바케모노가타리]를 생각하면 딱 좋다. 물론 신경증적인 분위기를 표현주의 허세로 드러내는데 그치는 신보하고는 비교가 불가하다. 이런 모리스의 연출이 조롱을 담고 있다는 건 말할바도 없을 것이다. 언어의 원래 정의를 담고 있는 이미지와 실제 말 간의 불일치야말로 [언노운 노운]의 기본 골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하이라이트라면 역시 2003년 테러와의 전쟁 이후 있었던 관타나모에 있었던 일련의 포로 학대 사건이다. 모리스의 질문에 대해 럼즈펠드는 그런 일은 없었으며 잘 관리된 곳이였노라고 극력 주장하지만 실은 포로학대가 있었다는 걸 모리스도 알고 있으며 (그의 2008년작 [관리 운용 규정]은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심지어 럼즈펠드도 알고 있다. 모리스는 메모와 보고서에 있었던 문구들을 들려주고 이에 그는 "어느 전쟁이나 진행되면서 계획에 없고 예기치 않았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요"라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이런 과정은 다큐멘터리 내내 이어진다. 럼즈펠드는 지금도 줄곳 같은 주장을 내세우지만 그 주장들은 매우 허약한 기만에 기반하고 있다. '있지도 않은 서류'에 대해선 질문받을 여지를 차단해버리고 '미국은 중동에서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추구한다'라는 판에 박힌 문구만을 반복한다. 이는 그가 자신이 쓴 메모를 언급할때 본격적으로 두드러진다. 럼즈펠드는 퇴임할때까지 남기 무수한 메모 덩어리와 발언들을 남기고 그것이 하나의 사실을 구성하고 있지만 럼즈펠드는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메모를 써왔다는 사실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메모를 읽으면서 "어떤 건 내가 쓴 건지 못 믿어요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고"라고 하는 럼즈펠드의 발언이야말로 그 태도의 총화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이 아이러니한 럼즈펠드의 태도가 바로 말장난같은 영화의 제목을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럼즈펠드는 꾸준히 자신과 부시는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그 당시에 있었던 파고 속에서 무수한 증거들을 기록했음에도 그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언노운 노운]은 달변가의 애매함과 웃음으로 점철된 변명극과 그것과 어긋나는 (모리스가 세심하게 깔아둔) 언어의 본디 뜻을 드러내는 이미지간의 이중극이 될 수 밖에 없다. 몇몇 평론가들은 이 점을 들어 혹평했는데, 그건 에롤 모리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리스는 그저 럼즈펠드가 내뱉는 무수한 변명들을 마치 스노우글로브에 떠다니는 눈입자들처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 과정을 즐기느냐 아니면 짜증을 내며 떠나느냐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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