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549

andymori - Life Is Party / 1984

앤디모리는 일본의 리버틴즈라 불리는 밴드입니다. 쿠루리랑 미스치루 좋아한다고 하니깐 라스트 에프엠에서 추천해줘서 들어봤는데... 제가 느끼기엔 리버틴즈 영향도 있긴 하지만-중얼거리며 내뱉는 몇몇 곡들의 창법은 확실히 리버틴즈에 감명받은듯한 부분이 있었습니다.-그것보다는 소위 시모키타자와계 적통을 잇는 밴드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기 시작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밝은 느낌에 진보적인 사운드메이킹에 집중했다면 앤디모리는 좀 더 나카무라 카즈요시나 엘리펀트 카시마시, 하츠코이노 아라시 쪽의 애절한 전통을 잇는 쪽에 가깝습니다. 묘한 뽕끼가 느껴지는 보컬 창법이라던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가사가 그렇습니다. 하츠코이노 아라시의 환생...이라고 하면 과장일지도 몰라도 첫 시작부터 쓸쓸한 서정성에 에네..

Hot Hot Heat - No, Not Now

핫 핫 히트는 댄스 펑크와 개러지 록 시절에 등장해 핫했던 밴드입니다. 뉴웨이브 시절 음악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까요. 첫 앨범 [Make Up the Breakdown]은 초창기 (특히 [Drums and Wires] 시절) XTC와 더 폴, 버즈콕스, 엘비스 코스텔로의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앨범인데, 프란츠 퍼디난드처럼 광적인 에너지와 패셔너블한 감수성이 눈에 띕니다. 물론 프란츠 퍼디난드하고는 다른 점도 있는데 컨셉이라던가 신경질적인 유머라던가 보컬 창법 같은건 프란츠 퍼디난드의 느긋한 섹시함과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날 선 분위기라고 할까요.그래봤자 이 앨범을 끝으로 단테 드카로가 빠져나가면서 이 밴드도 힘을 못 쓰고 있네요.... 여러모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라 ..

Neil Young and Crazy Horse - Cinnamon Girl

고백하는데 닐 영은 집에 음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롤링 스톤즈는 그나마 싱글 모음집에 [Exile on Main Street]라도 있었지만 닐 영은 그야말로 이름만 아는데 사는 것 자체는 마구 미뤄지고 미뤄지고 하는 뮤지션이였습니다. 그러다가 아마존 무료 배송에 맞추려고 음반을 고르다가 닐 영을 한번 들어봐야지... 라면서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를 골랐습니다....왜 제가 지금까지 안 샀는지 후회가 들더라고요. 이 쩍쩍 달라붙는 비트와 멜로디를 지닌 하드 로큰롤이 금세 제 영혼을 사로잡아버렸고 이번에 다른 닐 영 앨범을 하나 더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다른 수록곡들도 참 1960년대 로큰롤의 풍미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특히 9분 이상 넘어가는 'Cowgirl In t..

The Flying Burrito Brothers - Sin City

플라잉 부리토 브라더스는 한마디로 버즈에서 갈라나온 밴드입니다. 버즈의 멤버인 그램 파슨스과 크리스 힐먼이 추축이 된 밴드였습니다. 이미 그램 파슨스는 [Notrious Byrds Brothers]랑 [The Sweetheart of Rodeo]로 컨트리 록을 선험적으로 시험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 플라잉 부리토 브라더스는 버즈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컨트리 록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밴드가 되었습니다. [The Gilded Palace of Sin]은 그들의 첫 앨범인데, 다소 알쏭달쏭한 제목처럼 조금 비의적인 가사를 지니고 있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제가 올려놓은 'Sin City'에는 케네디와 전 매니저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수 있다고 하고 'My Uncle'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Hippie..

The Pastels - Check My Heart

파스텔즈는 1980년대 바셀린즈와 틴에이지 팬클럽, BMX 밴디츠와 더불어 스코틀랜드 기타팝 중흥을 이끈 장본인입니다만 1997년 이후 10년 이상을 휴식기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돌연 앨범 [Slow Summits]를 녹음해 발표했습니다. 기본은 기타팝이지만 토터스와 스테레오랩 작업으로 유명한 존 매킨타이어가 프로듀서로 참여해서인지, [Slow Summits]은 즉흥연주에 전자음과 공간감을 강조하는 프로덕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틴에이지 팬클럽의 [Man Made]-[Shadows]나 BMX 밴디츠의 [My Chain]하고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련한 퍼즈 톤의 기타와 재즈에 영감을 받은 즉흥 연주로 퍼져나가는 '무드'를 강조하면서도 파스텔즈 특유의 로맨틱한 감수성이 잘 살아..

The Electric Soft Parade - Empty at the End

일렉트릭 소프트 퍼레이드는 여러모로 시대착오적으로 등장한 밴드 아니였나 싶기도 합니다. 그들이 첫 등장했던 2002년은 리버틴즈가 가장 핫했던 개러지 록의 시대였으니깐요. 그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이키델릭한 멜로디를 영국 록의 전통에 담아내고 있으며, 첫 앨범에 실린 이 'Empty at the End'는 하강하는듯한 멜로디에서 출발해서 어느 순간 푹하고 뛰어올라 질주하는 상큼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한 라디오헤드적인 감수성에 빠지지 않고 오아시스와 틴에이지 팬클럽, 부 래들리스, 맨선 같은 영국 브릿팝 토양에 기반을 두면서 영리하게 만들어낸 건실한 파워팝이라고 할까요. 불행히도 그들은 시작은 괜찮았지만 (16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그뒤론 영 빛을 못 발휘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좀 더 다듬..

Gomez - Whippin' Piccadilly

고메즈는 아무래도 1,2집 이후로 그렇게 빛나지 못하는 밴드입니다. 이들이 영감을 받았던 벡이 아직도 꾸준히 수작과 걸작을 발표하는걸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죠. 기본적으로 이들은 2집 수록곡인 'Ryhthm & Blues Alibi'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리듬 앤 블루스, 컨트리에 깊숙이 몸을 담그고 있는 밴드입니다. 하지만 정파 블루스라기 보다는 테크노를 입은 블루스라고 할까요. 이 'Whippin' Piccadilly'를 들으면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춤추기 좋게 구성된 어쿠스틱 기타 뒤에 치고나오는 얄팍한 스네어 드럼머신와 싸구려 멜로트론의 질감이 인상적인 혼종 로큰롤입니다.

D'angelo and the Vanguard - Ain't That Easy

디안젤로가 돌아왔습니다. 무려 14년만에 백밴드 Vanguard를 이끌고 말이죠.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돌아온건 반가운 이야기죠. 네오 소울 부흥을 이끌었던 전설답게 앨범 제목 [Black Messiah]에서부터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앨범을 틀자마자 나오는 이 곡이 가져다 주는 무게감과 진한 향취가 그동안의 방황이 헛되지 않았다는걸 보여줘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1960년대에 있었던 사이키델릭 소울 (메이저한 뮤지션들부터 시작해 재야에 파묻혀 있었던 레어 그루브라던가...)이나 지미 헨드릭스 같은 블랙 로큰롤을 연상케하는 (원래 로큰롤이 흑인의 음악이라는걸 생각해보면 매우 이율배반적인 용어긴 합니다.) 파삭거리는 퍼즈톤 기타와 베이스, 스네어 소리와 드럼으로 이뤄진 오밀조밀..

Alvvays - Adult Diversion

알베이스/얼웨이즈Alvvays는 캐나다 출신 인디 팝 밴드입니다. 요사이 1990년대 리바이벌이 부는 경향이 있는데 얼웨이즈 역시 그 경향에 서 있는 밴드입니다. 나른한 서프 록에 셀린 디온을 연상시키게 하는 청아한 창법, 비트 해프닝이나 캠퍼 반 베토벤, 페이브먼트, 다이노서 주니어, 위저 같은 미국 8-90년대 컬리지 록과 틴에이지 팬클럽나 파스텔즈 같은 포스트 펑크에서 출발한 영국식 기타 팝, 걸즈같은 선험자들이 결합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반적으로 비트 해프닝와 페이브먼트, 틴에이지 팬클럽의 영향력이 강한 밴드입니다. 공격적이라기 보다는 멜랑콜리하다고 할까요. 2010년에 등장한 베스트 코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송라이팅도 괜찮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매력적인 ..

XTC - Making Plans for Nigel / Gererals and Majors

[Drums and Wires]와 [Black Sea]로 대표되는 XTC의 초기 시절들은 역시 [Skylarking]나 [Oranges and Lemons]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전원적인 색채가 확 사라지고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인 유머로 가득찬 도회적인 지식인라는 느낌일까요. 좀 더 펑크/뉴웨이브에 가깝고 가사도 날이 서 있어요. 몬티 파이톤과 오렌지 쥬스, 온리 원스, 더 폴과 토킹 헤즈가 뒤섞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첫번째 곡인 'Making Plans for Nigel'은 그동안 설익었던 리듬 세션과 연주가 본격적으로 발아한 첫번째 XTC 명곡이라 생각합니다.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을 풍자하는 이 곡은 배배꼬인 가사와 치고 들어오는 드럼과 삐빅거리는 신시사이저로 변형된 기타 사운드의 반복적인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