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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CAL - You Were Too Old For Me

우연히 주워들었는데 독특하게 멜로디를 구사해서 놀랐던 인디 팝 밴드입니다. 갈지자로 걷는듯한 변박과 엇박으로 가득찬 리듬과 멜로디, 여리여리하면서도 방언 터트리는듯한 보컬이 XTC라던가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레프트 뱅크가 독특하게 블렌딩된 것 같습니다. 뮤지컬적인 활기가 있다고 할까요. 아무튼 매력적이에요. 아쉽게도 이 앨범이 첫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입니다. 찾아보니 리더가 솔로 프로젝트로 2013년에 싱글을 낸 것 같은데 재능에 비해 본업은 잘 안 풀린 모양새여서 안타깝습니다.

스카이 크롤러 [スカイ・クロラ / The Sky Crawlers] (2008)

오시이 마모루의 [스카이 크롤러]는 극도로 인공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 애니 속 세계는 대리전이 실제 전쟁을 대체했다. 그리고 대리전을 담당하는 것은 영원히 늙지 않는 킬드레라는 10대 소년소녀들이다. 10대 소년소녀들은 전투기를 몰아 상대편 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안심하면서 평화를 유지한다. 절대로 현실적이라 할 수 없는 이 기본전제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스카이 크롤러]는 [공각기동대]보다도 훨씬 더 사변적인 세계를 밀어붙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런 분위기는 모리 히로시의 동명 원작의 공이 컸을거라고 본다. [스카이 크롤러]는 구조의 애니메이션이다. 먼저 오시이 마모루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세계가 어떤 식으로 구축되어 있는지를 파악한 뒤 대립항적인 두 공간의 차이를 강조한..

Real Motion/리뷰 2016.11.20

細野晴臣 - 恋は桃色

호소노 하루오미는 핫피 엔도라는 불세출의 포크 록 밴드 리더랑 YMO 리더로 유명하지만 정작 솔로 활동 중 포크 앨범은 1973년 데뷔작인 [Hosono House] 한 장 밖에 없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해리 앤 맥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만 이것도 컨트리랑 블루스 위주고... 아무튼 [Hosono House]는 그 점에서 유니크한 앨범으로 남아있습니다. [Hosono House]는 일본식 프로그레시브/사이키델릭 포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핑거링으로 진행되는 기타 코드는 비틀린 스케일과 즉흥 연주를 반복하고 있으며, 소리층위는 반 다이크 파크스나 비치 보이스의 영향을 받은 복잡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핫피 엔도에서 좀 더 코어하게 발전했으면서도 호소노의 느긋한 목소리..

완전범죄 [Indagine Su Un Cittadino Al Di Sopra Di Ogni Sospetto / Investigation of a Citizen Above Suspicion] (1970)

[완전범죄]의 시작은 흐름이 있는 모호한 파편이다. 아마 처음 보는 관객들은 왜 남녀가 아파트로 몰래 숨어들어가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남자가 도착적인 섹스 끝에 여자를 살해했을때조차도 어디로 흘러갈지 짐작할 수가 없다. 마침내 살인을 저지른 남자가 수사 사건으로 현장에 불려갔을때 관객들은 [완전범죄]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갈지 갈피를 잡게 된다. [완전범죄]는 범죄를 숨기려고 하는 경찰 수사관의 얘기다. 관객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 경찰인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거나 들킬 생각이 전혀 없다. 수사관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이 세 전제는 오오바 츠구미와 오바타 타케시의 [데스노트]나 김성훈의 [끝까지 간다]랑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완전범죄]는 [데스노트]나 [끝까지 ..

[로건] 공식 예고편

2015/07/20 - [Deeper Into Movie/리뷰] - 더 울버린 [The Wolverine] (2013)개인적으로 울버린을 꽤 좋아하기도 하고, 휴 잭맨도 좋아하는 배우인데다 [더 울버린]이 생각했던 것보다 꽤 괜찮은 영화였기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단 변종 서부극스러운 분위기에 플러스. [올드맨 로건] 원작으로 한다고 했을때 울버린 이미지가 너무 늙게 나오는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이 영화가 휴 잭맨 마지막 울버린이라는게 아쉽긴 하지만... 뭐 이후 제작진들이 알아서 잘 하겠죠. 여튼 정말 그는 울버린 그 자체였습니다.

해안가로의 여행 [岸辺の旅 / Journey to the Shore] (2015)

2013/08/26 - [Deeper Into Movie/리뷰] - 절규 [叫 / Retribution] (2006) 죽은 남편이 돌아와 여행을 제안한다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해안가로의 여행]의 기본 뼈대는 판타지 장르에서는 참신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해안가로의 여행]의 도입부는 신비롭다. 장을 보고 팥죽을 만들던 주인공 미즈키는 문득 뒤를 돌아본다. 미즈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남편 유스케가 서 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듯이. 하지만 우리는 그 곳엔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안다. 심지어 친절하게 유스케는 자신이 실종되었다는걸 죽었다는 걸 말해준다. 이 장면이 매력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화에서 이전 프레임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당혹감과 경외감을 느낀..

20161019

-처음으로 부산영화제를 갔다 왔습니다. 인기작은 포기하고 맘 편하게 영화 골라서 봤어요. 어차피 좀만 기다리면 개봉할건데 정력 낭비할 일은 없죠.... 덕분에 해운대도 느긋하게 돌아다녔습니다. 다만 외할머니가 나이를 드신게 마음 아팠습니다. 살아있을때 자주 뵈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근데 본 영화 리뷰는 언제 다 쓰냐...! (과제에 치이는 중)-뭔가 블로그를 몰아쓰는게 일기를 몰아쓰는 느낌입니다... 과거의 기억이 휘발되기 전 재구성해 올리는 느낌이랄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제가 뭘 했는지 다 까먹어 버리니깐요.

하모니움 [淵に立つ / Harmonium] (2016)

[하모니움]의 도입부를 장식하는건 스즈오카 부부의 딸 호타루의 풍금에 맞춰 울러퍼지는 메트로놈의 음이다. 그리고 음에 맞춰 조각조각난 타이틀 '늪에 서다'라는 타이틀이 붙어졌다가 다시 사라진다. 마치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산산조각나 사라지는 것처럼 맞춰진 오프닝 시퀀스는 불길함을 안기기 충분하다. 후카다 코지는 당돌하게도 다음 시퀀스로 오즈 야스지로가 세계 영화계에 남긴 유산 중 하나인, '가족이 밥을 먹는 장면'을 이어간다. 하지만 [하모니움]의 밥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은 불편함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밥상에서 나누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죄에 관한 대사도 그렇지만, 침침한 조명과 다소 스산한 기운이 스며든 스즈오카 가족의 식탁엔 활기참이나 친밀함은 없다. 오즈의 밥상을 의도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