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적 브릿팝 춘추전국 시대에 루크 헤인즈라는 재능있는 남자가 살았습니다. 불행히도 이 재능있는 남자는 다른 브릿팝 뮤지션들과 달리 그렇게 대박을 치지 못했는데, 그래도 이 남자가 먼지구석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를 꼽으라면 이 오퇴르즈라는 밴드의 첫번쨰 앨범 때문일겁니다. 시기도 잘 타서 머큐리 프라이즈에도 올라가고 명반선에도 언급되는 앨범입니다.
오퇴르즈의 음악은 아마 당시 브릿팝 밴드들 중에서는 가장 스미스랑 닮은 밴드 아니였나 싶기도 합니다. 유머와 지성미를 품은 가사라던가 찰랑거리는 기타 멜로디가 그렇고요. 그래도 평생 스미스 짭퉁이라는 천형에 시달려야만 했던 진Gene과 달리 오퇴르는 훨씬 자기 색이 분명한 편입니다. 일단 이들은 스미스보다 글램 록의 영향력이 강한 편입니다. 루크 헤인즈의 보컬은 모리시보다는 브렛 앤더슨처럼 중성적인 떨림을 간직하고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킹크스와 조지 해리슨을 흠모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했고요. 후기로 갈수록 이들은 스미스와 달리 신시사이저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루크 헤인즈가 후일 참여할 블랙 박스 리코더를 예견케하고 있습니다.
[New Wave]는 아직 막 음악계에 입성했던 시절의 루크 헤인즈가 가지고 있던 송라이팅 실력을 입증해낸 앨범이라 할 수 있는데, 'Showgirl'은 이 앨범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럼 4연타에 이어지는 기타 인트로, 그리고 쟁글거리는 기타와 게으른 떨림을 간직한 헤인즈의 보컬은 보위나 10cc 같은 밴드들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즉슨 더 라스가 뿌렸던 브릿팝의 씨앗이 슬슬 개화하기 시작했다는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램 록을 품은 게으르고 순도높은 기타팝이며, 브릿팝의 역사에서 기억할만한 곡이라는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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