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54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 이제는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살추]만들기 전에는 거의 '기대주나 아직 흥행을 못한 감독'으로만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플란다스의 개]는 끼가 톡톡 살아 넘치는 작품입니다. 장면마다 웃음을 터트리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아파트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개 납치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 짖는 소리 때문에 개를 잡아 없애버리는 시간 강사 고윤주(이성재)와 그를 뒤쫓는 경비실 경리직원 박현남(배두나)가 중심이야기입니다. 흥미있는건 '졸렬한 지식인'이 등장한다는 건데 바로 고윤주입니다. 그는 시간 강사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집에서 빈둥빈둥하고 분리수거하고, 술자리만 있으면 무작정 달려갑니다. 그리고 학장에게 뇌물을 줘 교수가 ..

밀레니엄 맘보

한 여자가 걸어갑니다. 카메라는 그녀를 따라갑니다. 카메라는 매우 불안합니다. 이어서 나레이션(여성)이 흐릅니다. "그녀는 하오하오를 버렸지만, 그는 그녀를 계속 찾아다녔다. 매일매일 전화를 걸어 다시 만나자고.. 그녀는 그를 피할수 없었다. 그녀는 다짐을 했다. 예금한 50만 뉴타이완 달러를 다 쓰는날 그를 영원히 떠나겠다고... 이것은 10년전, 2001년에 일어난 일이다." 이 장면은 [밀레니엄 맘보]라는 영화의 오프닝 씬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의 나레이션을 따라 그녀의 10년전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름은 비키. 19살. 술집 호스티스. 백수인 하오하오와 동거하고 있지만 하오하오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비키의 첫 사랑이기도 한 그는 의심을 잘해서 그녀를 매우 괴롭힙니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

헤어 하이

포스터가 없어서 스틸샷으로 넣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근 60이 다되는 나이에도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여 관객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미국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인 빌 플림톤의 신작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대중 취향과 10억 3천만 광년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에코 레이크 고등학교의 체리(스틸샷에서 왼쪽)와 로드는 말 그대로 학교 왕과 여왕입니다. 어느날 전학생인 스퍼드(오른쪽)는 둘의 심기를 건드리고 체리의 노예가 됩니다. 서로를 미워했던 체리와 스퍼드는 결국엔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학교 댄스 파티에 가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 로드는 그들을 호수에 빠트려 죽여버립니다. 1년뒤 그들은 다시 돌아옵니다. 썩은 몸만 제외하고는 아무 일 없다듯이..............

Real Motion/리뷰 2006.05.11

차이밍량의 구멍

(앞으로 (뒷북)이라고 제목이 있는 리뷰는 뒤늦게 올리는 리뷰니 그렇게 아시길.) 챠이밍량의 구멍은 기묘한 영화입니다. 2000년의 대만은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고,빛을 피하는 병이 퍼집니다. 낡은 아파트에 사는 위층 남자와 아래층 여자는 어느날 남자 방에 생긴 구멍 때문에 우연히 이어지게 됩니다. 여자는 구멍을 메우길 요구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그 구멍을 넓혀갑니다. 그 와중에 여자는 병에 걸려 죽어갑니다. 그때 구멍에서 남자의 손이 내려와 여자를 윗층으로 올려보냅니다. 영화는 주인공들을 아예 한정된 장소에 가둬버립니다. 그리곤 아무런 설명없이 소통을 원하는 남녀를 보여줍니다. 너무 설명이 없어서 건조하고 지루할 정도입니다. 중간중간에 그들의 환상이라고 할수 있는 뮤지컬이 나오는데,건조한 분위기에 감정..

애정만세

[구멍]의 감독 차이밍량의 출세작(이라고 다들 말하는)인 영화 [애정만세]는 무미건조의 극치를 달립니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일하는 부동산 중개업자 메이(양귀매).납골당 세일즈하는 사람 치고 너무 부끄럼을 타는 젊은 게이 시아오강(이강생).불법 옷 장사를 하는 남자 아정(진소영). 이들은 우연치 않게 엮어집니다. 빈집에 숨어들어간 시아오강은 그 집에서 메이와 아정의 섹스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이후 그들의 일상이 지리하게 보여주고, 아정과 시아오강은 빈 집에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결국엔 친해지게 됩니다.한편 메이는 아정을 다시 찾아가 섹스를 하고, 시아오강은 그것을 침대 밑에서 듣습니다.섹스 후 메이는 공원을 거닐다가 갑자기 벤치에 앉아서 울어버립니다. 이 영화는 음악과 감정이입을 거부합니다. 마지막..

도플갱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쇼핑을 끝내고 차를 타려는 여자. 그런데 자기 동생을 발견합니다. 동생에게 같이 집에 가자라고 말하지만 거절하는 동생. 하는 수 없이 혼자서 돌아오는 여자는 집에 와본뒤 깜짝 놀랩니다. 그는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까 전만 해도 상점 앞에 있었는데.. 게다가 동생은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도입부를 보면 아, 이건 호러영화겠구나. 라고 착각 하실수 있습니다. 그러나 뒷 부분으로 갈수록 블랙 코미디로 변합니다. 후반부는 아예 엎치락 뒤치락 활극입니다. 따라서 포스터를 그대로 믿지 마시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도플갱어]는 욕망과 이성에 관한 영화입니다. 본 하야사키(앞으로 하야사키1)는 이성을 상징하고, 도플갱어 하야사키(앞으로 하야사키2)는 욕..

아는 여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세상에 두번이나 쓰다니.) 아는 여자는 이나영 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영화입니다. 당연히 스토리도 발랄하기 짝이(?) 없습니다. 프로야구선수인 동치성과 그가 아는 여자인 한이연의 좌충우동 러브스토리 곁다리로 장진 특유의 유머감각이 곁들여집니다. 아, 한가지 덧붙이자면, 모든 사건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극적인 요소라 말할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엑스 레이 사진을 본 치성이 '내 머리와 심장은 흑백이다.'라는 대사부터 시작해서.무장강도를 이상한 형식으로 잡는다는가,이연과 함께 보러간 영화의 내용이 '정말로 말이 안되'는 내용을(전봇대가 사랑을 전한다는 내용은 나중에 그대로 쓰입니다.) 담고 있고, 마라톤으로 자살을 할려던 치성이 5등을 해서 김치냉장고를 ..

밝은 미래

1. 청춘예찬이라는 글(개인적으로 무지하게 싫어하는 글이에요. 문체가 너무 화려해서.)에서 청춘이란 모름지기 이상에 가득찬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청춘예찬 작가가 이 영화의 청춘을 보고 뭐라고 말할지 궁금합니다. 이상도 희망도 없는 청춘들이 등장하거든요. 2.기요시 감독은 이 영화에서 권태로운 청춘들을 흐물흐물거리는 이미지로 잡아냅니다. 예전에 본 [밀레니엄 맘보]를 떠오르게 하는군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목적도 없는 그야말로 회색빛의 청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3.일본 기성세대와 청춘들의 갈등이 이렇게 심각할줄은 몰랐습니다. 갈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사장이 마모루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이에요. 사장은 그야말로 애국의식이 똘똘 뭉쳐있는 듯합니다. 스포츠 중계방송를 보면서 조국을 응원하..

영원과 하루

영화가 끝난뒤, 저는 한동한 멍멍 했습니다. 영화가 말할려는 내용들이 하도 시적이여서 그 의미들을 주인공처럼 찾아 나서야 됬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미를 찾아나서는 것 자체는 지루했습니다. 마치 수행한다는 느낌이랄까(주제도 좀 그런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메세지는 진정으로 가슴에 와닿더군요. 노시인 알렉산더는 죽음을 예감하고선 100년전의 시인 솔로모스의 미완성 시를 완성하기 위해 하룻동안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여행의 끝에서 얻어낸 시어들은 바로 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시어들이였습니다. (중간중간에 그는 과거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그가 집착한 시는 바로 '영원'을 상징합니다. 시는 불멸입니다. 기록으로 남겨지기 떄문이죠. 그가 시를 쓴 이유도 바로 영원히 살기 위한 것입니다. 몸은 없어져도 ..

마이 제네레이션

1. 시작이 좀 그렇군요. 처음 부터 뻔한 칭찬을 늘어놓을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건조한 느낌였습니다. 사막을 걸어가다가 마지막에는 모래 폭풍까지 만난 격이라고 할까... 전혀 희망적이지 못했습니다. 병석과 재경(실명 출연이에요.)은 오랜 연인 사이입니다. 그들은 빚 떄문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병석은 카메라 살려고 진 빚을 갚기위해 결혼식 촬영, 고기집 숯불 갈이, 성인용품 등을 전전하지만 시원치 않습니다. 재경은 사무실에 취직한 지 하루만에 잘리고 설상가상으로 홈쇼핑 업체에 사기 당하고 맙니다. 위에 적힌 내용을 보듯 신문 사회면에 가끔 나오는 카드깡으로 인생 망쳤느니 뭐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신문 기사가 철저히 이들의 부주의를 탓하고 있다면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