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걸어갑니다. 카메라는 그녀를 따라갑니다. 카메라는 매우 불안합니다. 이어서 나레이션(여성)이 흐릅니다.
"그녀는 하오하오를 버렸지만, 그는 그녀를 계속 찾아다녔다. 매일매일 전화를 걸어 다시 만나자고.. 그녀는 그를 피할수 없었다. 그녀는 다짐을 했다. 예금한 50만 뉴타이완 달러를 다 쓰는날 그를 영원히 떠나겠다고... 이것은 10년전, 2001년에 일어난 일이다."
이 장면은 [밀레니엄 맘보]라는 영화의 오프닝 씬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의 나레이션을 따라 그녀의 10년전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름은 비키. 19살. 술집 호스티스. 백수인 하오하오와 동거하고 있지만 하오하오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비키의 첫 사랑이기도 한 그는 의심을 잘해서 그녀를 매우 괴롭힙니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그녀는 조폭인 잭을 만납니다. 그는 비키의 정신적인 위안처가 됩니다. 하지만 그는 일본으로 떠나 버리고,하오하오는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애원을 합니다. 그녀는 잭을 찾으려 일본으로 가지만 만나지 못합니다. 이것은 2001년,즉 10년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영화중에서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과연 내가 그 일(커피숍 점원)을 할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사인데, 비키를 포함한 중국의 젊은이들은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심지어 미래마저 불투명해 보입니다. 그들은 '누군가 나에게 희망을 줄 사람이 있었으면'라는 생각을 합니다. 비키는 잭을 만나면서 희망이 보이는 듯 했으나, 그가 떠나버림으로써 다시 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계속 기다립니다. 잭에게서 희망을 찾았기 때문에.
영화는 희망없는 젊음을 아무런 과장이나 설명도 없이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설명이 없이 절제되어 있다보니 영화의 메세지를 찾기가 조금 어려울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주제가 희미했다가 나중에 곱씹어 보니 알겠더군요.
실제로 저도 한때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지금도 약간 불투명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비키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군요.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싫고, 호스티스 일은 더더욱 싫고, 그러나 아무런 대책이 없는 그런 심정을 말입니다.
영화를 보고 과연 그녀가 10년뒤에 어떻게 됬을지 그리고 우리가 10년뒤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보면 영화의 메세지가 더욱 큰 울림으로 남을 것입니다.
뱀다리: 1.허우 샤오시엔 감독 DVD 세트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거라도 여의치 않으면 [비정성시] 무삭제로 나오면 좋겠다는...
2.음악또한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