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영국 팝의 고향
한국에서 킹크스라는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입니다. 전설인 비틀즈와 그에 못지 않은 위용을 갖춘 롤링 스톤즈나 대서양 건너에도 상당한 지지가 있는 더 후와 달리 킹크스의 전설은 1990년대 전까지는 영국하고 소수의 미국인들 사이에서만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등장한 브릿팝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 전설은 드디어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죠. 적어도 한국인들에게 킹크스가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이후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HP 프린터 광고에 쓰인 'Picture Book'도 한 몫했을겁니다.
여튼 킹크스는 연배를 따지자면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하고 비슷한 연배인 밴드입니다. 초기 음악 성향도 비슷했죠. 초기 히트 싱글인 'You Really Got Me'를 들어보시면 '어 이거 초기 비틀즈나 후하고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이를 보듯 킹크스의 뿌리 역시 엘비스 프레슬리와 패츠 도미노, 버디 홀리, 리틀 리처드 같은 초창기 미국 록앤롤와 블루스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선택한 길은 그 뿌리(포크, 컨트리, 블루스, R&B, 초기 로큰롤)를 찾아나서는 길을 선택한 롤링 스톤즈하고는 정반대였습니다. 바로 영국적인 전통과 멜로디를 로큰롤에 접목시킨거죠. 이 앨범은 그들의 파퓰러한 면모가 최상의 튠으로 담긴 앨범입니다.
이들의 멜로디는 비틀즈처럼 흠 잡을수 없는 완벽한 멜로디가 아닌 인간적인 채취가 묻어나는 멜로디입니다. 물론 그 인간적인 채취의 주인공은 영국인이죠. 'Village Green'의 하프시코드 연주나 'Phenomenal Cat'의 관악기 연주를 들어보시면 잘 모르더라도 '아 이건 영국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좀 더 그들의 뿌리를 짐작할 수 있는 트랙도 있습니다. 'Picture Book'의 흥겨움은 분명 'You Really Got Me' 같은 싱글의 에너지하고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People Take Pictures of Each Other'도 그렇죠.
밴드의 두뇌인 레이 데이비스는 다양한 요소들을 천재적으로 다듬어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튠을 만들어냈습니다. 한 국가 특유의 정서를 드러내는 것은 누구나 할수 있겠지만, 그것을 만인이 공감할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죠. 레이 데이비스는 그것을 해냈습니다. 이 업적은 동료 밴드들의 그것에 꿀리지 않습니다. 비틀즈가 완벽무결한 멜로디를 주조해냈다면, 킹크스는 완벽무결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멜로디를 창조해냈습니다.
레이 데이비스의 놀라운 천재성은 작곡에 그치지 않습니다. 천재적인 가사 쓰기도 그렇죠. 그 누구도 'The Village Green Preservation Society'처럼 딸기잼과 도널드 덕에 대한 찬가를 쓸 수 없을것이고, 'Do You Remember Walter'처럼 성장에 대해 향수 어리지만 예리한 시선을 보일 수 없을겁니다. 향수와 풍자, 촌철살인이 균형을 잡혀 있는 레이 데이비스의 가사 쓰기는 작곡 능력처럼 1급입니다.
비록 당시 어두운 시대 상황 때문에 그렇게 성공적인 세일즈를 하진 못했지만, 이 앨범은 모든 걸작들처럼 시간이 지나서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킹크스보다 좀 더 세계구급으로 성공한, (영국적인 팝을 한다는) 후대 뮤지션들도 이들의 영향권에 있습니다. 아마 자비스 코커나 모리시나 데이먼 알반도 소싯적에 레이 데이비스의 곡과 가사를 열심히 베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음악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앨범은 영국 팝의 영원한 고향으로 남을 듯 싶습니다. (5/5)
P.S.1 킹크스의 사회에 대한 시선을 보려면 이 다음에 발표한 [Arthur (Or the Decline and Fall of the British Empire)]을 추천합니다...만 아직 저 앨범은 없네요. 제목에서 보듯 아서라는 가공의 사람의 삶을 통해 대영제국의 영광 뒤에 있는 그림자와 사회 변화를 담은 컨셉 앨범이라고 합니다.
P.S.2 이 리뷰를 쓰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2009년 5월에 2004년에 나온 이 앨범 3CD 버전이 유니버설 딜럭스 에디션 라벨을 달고 재판됬기 때문입니다. :) 작년에 개인 루트로 구입한 뒤 너무 잘 들었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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