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튼(들)은 당신의 섹스보다 아름답다
챔버 팝. 오케스트라와 팝 멜로디, 리리시즘의 결합인 이 음악 장르는 영국을 중심으로 많은 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끌어서, 대한민국 인디 소년소녀들의 유행 중 하나가 벨 앤 세바스찬 듣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열풍은 참 옛날 이야기 같습니다. 아무래도 챔버 팝 뮤지션들이 그 뒤로 별다른 대박을 터트리지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유행의 중심에 있었던 벨 앤 세바스찬도 2006년 앨범으로 챔버 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 뒤엔, 영 조용합니다.
물론 올해 카메라 옵스큐라가 정말 좋은 챔버 팝 앨범을 하나 내놓았고 벨 앤 세바스찬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도 God Help the Girl이라는 영화를 위한 프로젝트 앨범을 내놓긴 했지만 그때 당시의 열기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하긴 음악 유행도 개러지 록, 사이키-익스페리멘탈 팝 (=애니멀 콜렉티브 스딸) 등 챔버 팝의 나긋나긋함하고는 거리가 먼 쪽으로 진행됬으니 관심을 못 얻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군요.
원체 챔버 팝 유행 당시에도 요란한 유명세나 인기하고 거리가 멀었던 (혹은 따로 놀던) 틴더스틱스지만, 요새 행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벨 앤 세바스찬은 고정 팬이라도 있어서 한국에서도 소식을 얻기 쉽지만 이들은 뭐.... 일단 정리를 하자면 스튜어트 스테이플즈를 중심으로 3인조 체제로 다운사이징 한 뒤, 베거스 벤큇으로 이적해 작년에 [The Hungry Saw]라는 앨범을 냈습니다. 이 앨범 역시 평단에서 '어 나왔네. 하던거 하네.' 수준의 대접을 받고, 미드 East Bound and Down에 음악 실리고 땡이였죠. 게다가 한국에서는 정식 수입조차 안 됬습니다. 무려 베거스 벤큇인데도 말입니다. 한때 라이센스 되던걸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죠. 게다가 요새 베거스 벤큇 본사도 신규 앨범은 발매 안하는지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밴드처럼 4AD로 레이블 옮기려나?) 여튼 최근에 또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은 남는 법이죠. 이들은 벨 앤 세바스찬(와 챔버 팝 주류)였던 골방 소년의 독백하고 차별되는 독자적인 세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솔직히 전 "We'd try to drink in bars / it'd get so very hot / ... / we'd go fuck in the bathroom" ('Rented Rooms') 같은 가사가 스튜어트 머독의 입이나 펜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닉 케이브나 자비스 코커라면 모를까. (자비스 코커라면 유머 비중을 마구 높이겠군요.) 음악 역시 벨 앤 세바스찬의 밝고 해맑은 (종종 수줍어하는) 포크 팝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이들의 음악은 스캇 워커-죄송합니다 다음엔 꼭 세종대왕님과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나 샹송 가수들처럼 오케스트라 연주를 주단으로 삼고 거기에 느끼한 저음으로 고독을 씹는 보컬이 깔리는 스타일입니다.
어찌보면 참 유럽적 (특히 프랑스나 벨기에)이라고 할수 있는데, 안 그래도 이 앨범 보너스 트랙으로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로셀리니와 듀엣한 곡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와 좀 짱인듯.) 다만 그들은 선배 뮤지션들과 자신들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적 간격에서 발생했던 변화를 꽤 수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몇몇 곡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이즈 록라던가 조이 디비전의 고딕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3집의 'Fast One')
여기까지 제가 설명한 부분은 세임타이틀 2집에서도 통용되는 말이고, 이 앨범에도 통용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세임 타이틀 2집하고 이 앨범의 차이점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이 앨범은 좀 더 찰져졌다고 할까... 2집 인상이 수수한 모노톤이라면 이 앨범은 (영화 화양연화처럼) 농염한 레드 톤입니다. 이 점은 각각 2집과 3집의 초반 하이라이트이라 할 수 있는 'Tiny Tears'와 'Rented Room'를 비교해보면 대충 알 수 있으실겁니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오케스트라와 엘 마리아치 풍의 브라스가 곡 전면에 나서고 있으며, 보컬도 감정의 고저차를 꽤 드러내고 있습니다. 'Let's Pretend'는 왈츠를 연상시키게 하고요. 한마디로 좀 더 영화적으로 변했습니다. 이 앨범 발표하기 전에 클레르 드니의 영화 [네네트와 보니] OST를 만들었다고 하니 사실이기도 하고요.
요새 잘 나가는 인디 록 밴드인 내셔녈이 공공연연히 영향력을 밝히고 있지만, 틴더스틱스가 갑자기 재조명을 받을 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 주류적인 취향하고는 거리가 먼데다, 노땅 취향 난다고(혹은 느끼하다고) 싫어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고독은 정말 매혹적이여서 전 이 앨범을 좋아하게 됬고, 아마 올해 겨울 내내 잘 들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2집의 수수함과 대비되는 농염함이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P.S.1 이런 음악을 좋아하다니 저도 참 노땅인가 봅니다. 아직 20살인데, 포스트 롹 같은거 말고 이런걸 좋아하고 있다니 전 글렀어요. (야)
P.S.2 느긋하게 있으라고!!를 시전하다가 씨가 말라 구하기 애먹었던 앨범입니다. ...틴더스틱스 매니아들이 한국에 꽤 있나 봅니다. (이왕인 김에-트위터에도 적었지만-한국 틴더스틱스 팬들 한번 손 좀...) 리마스터 2CD 치고 정말 싸게 들어왔고 작년엔 재고도 있었는데 고작 1년만에 재고가 다 떨어졌군요. 영국은 어떨지...
P.S.3 정말 저 앨범 커버는 틴더스틱스 앨범 중에서도 최강급 아닐까요? 한때 블로그 사진으로 썼을 정도로 진짜 좋아합니다. 디자인 견본으로 디자인 수업 시간떄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챔버 팝. 오케스트라와 팝 멜로디, 리리시즘의 결합인 이 음악 장르는 영국을 중심으로 많은 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끌어서, 대한민국 인디 소년소녀들의 유행 중 하나가 벨 앤 세바스찬 듣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열풍은 참 옛날 이야기 같습니다. 아무래도 챔버 팝 뮤지션들이 그 뒤로 별다른 대박을 터트리지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유행의 중심에 있었던 벨 앤 세바스찬도 2006년 앨범으로 챔버 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 뒤엔, 영 조용합니다.
물론 올해 카메라 옵스큐라가 정말 좋은 챔버 팝 앨범을 하나 내놓았고 벨 앤 세바스찬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도 God Help the Girl이라는 영화를 위한 프로젝트 앨범을 내놓긴 했지만 그때 당시의 열기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하긴 음악 유행도 개러지 록, 사이키-익스페리멘탈 팝 (=애니멀 콜렉티브 스딸) 등 챔버 팝의 나긋나긋함하고는 거리가 먼 쪽으로 진행됬으니 관심을 못 얻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군요.
원체 챔버 팝 유행 당시에도 요란한 유명세나 인기하고 거리가 멀었던 (혹은 따로 놀던) 틴더스틱스지만, 요새 행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벨 앤 세바스찬은 고정 팬이라도 있어서 한국에서도 소식을 얻기 쉽지만 이들은 뭐.... 일단 정리를 하자면 스튜어트 스테이플즈를 중심으로 3인조 체제로 다운사이징 한 뒤, 베거스 벤큇으로 이적해 작년에 [The Hungry Saw]라는 앨범을 냈습니다. 이 앨범 역시 평단에서 '어 나왔네. 하던거 하네.' 수준의 대접을 받고, 미드 East Bound and Down에 음악 실리고 땡이였죠. 게다가 한국에서는 정식 수입조차 안 됬습니다. 무려 베거스 벤큇인데도 말입니다. 한때 라이센스 되던걸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죠. 게다가 요새 베거스 벤큇 본사도 신규 앨범은 발매 안하는지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밴드처럼 4AD로 레이블 옮기려나?) 여튼 최근에 또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은 남는 법이죠. 이들은 벨 앤 세바스찬(와 챔버 팝 주류)였던 골방 소년의 독백하고 차별되는 독자적인 세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솔직히 전 "We'd try to drink in bars / it'd get so very hot / ... / we'd go fuck in the bathroom" ('Rented Rooms') 같은 가사가 스튜어트 머독의 입이나 펜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닉 케이브나 자비스 코커라면 모를까. (자비스 코커라면 유머 비중을 마구 높이겠군요.) 음악 역시 벨 앤 세바스찬의 밝고 해맑은 (종종 수줍어하는) 포크 팝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이들의 음악은 스캇 워커-죄송합니다 다음엔 꼭 세종대왕님과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나 샹송 가수들처럼 오케스트라 연주를 주단으로 삼고 거기에 느끼한 저음으로 고독을 씹는 보컬이 깔리는 스타일입니다.
어찌보면 참 유럽적 (특히 프랑스나 벨기에)이라고 할수 있는데, 안 그래도 이 앨범 보너스 트랙으로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로셀리니와 듀엣한 곡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와 좀 짱인듯.) 다만 그들은 선배 뮤지션들과 자신들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적 간격에서 발생했던 변화를 꽤 수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몇몇 곡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이즈 록라던가 조이 디비전의 고딕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3집의 'Fast One')
여기까지 제가 설명한 부분은 세임타이틀 2집에서도 통용되는 말이고, 이 앨범에도 통용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세임 타이틀 2집하고 이 앨범의 차이점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이 앨범은 좀 더 찰져졌다고 할까... 2집 인상이 수수한 모노톤이라면 이 앨범은 (영화 화양연화처럼) 농염한 레드 톤입니다. 이 점은 각각 2집과 3집의 초반 하이라이트이라 할 수 있는 'Tiny Tears'와 'Rented Room'를 비교해보면 대충 알 수 있으실겁니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오케스트라와 엘 마리아치 풍의 브라스가 곡 전면에 나서고 있으며, 보컬도 감정의 고저차를 꽤 드러내고 있습니다. 'Let's Pretend'는 왈츠를 연상시키게 하고요. 한마디로 좀 더 영화적으로 변했습니다. 이 앨범 발표하기 전에 클레르 드니의 영화 [네네트와 보니] OST를 만들었다고 하니 사실이기도 하고요.
요새 잘 나가는 인디 록 밴드인 내셔녈이 공공연연히 영향력을 밝히고 있지만, 틴더스틱스가 갑자기 재조명을 받을 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 주류적인 취향하고는 거리가 먼데다, 노땅 취향 난다고(혹은 느끼하다고) 싫어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고독은 정말 매혹적이여서 전 이 앨범을 좋아하게 됬고, 아마 올해 겨울 내내 잘 들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2집의 수수함과 대비되는 농염함이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P.S.1 이런 음악을 좋아하다니 저도 참 노땅인가 봅니다. 아직 20살인데, 포스트 롹 같은거 말고 이런걸 좋아하고 있다니 전 글렀어요. (야)
P.S.2 느긋하게 있으라고!!를 시전하다가 씨가 말라 구하기 애먹었던 앨범입니다. ...틴더스틱스 매니아들이 한국에 꽤 있나 봅니다. (이왕인 김에-트위터에도 적었지만-한국 틴더스틱스 팬들 한번 손 좀...) 리마스터 2CD 치고 정말 싸게 들어왔고 작년엔 재고도 있었는데 고작 1년만에 재고가 다 떨어졌군요. 영국은 어떨지...
P.S.3 정말 저 앨범 커버는 틴더스틱스 앨범 중에서도 최강급 아닐까요? 한때 블로그 사진으로 썼을 정도로 진짜 좋아합니다. 디자인 견본으로 디자인 수업 시간떄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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