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80년대 영국 기타 팝의) 멜로디
이 앨범을 산 것은 순전히 할인 세일 때문이였습니다. 물론 앨범의 유명세는 알음알음으로 알고 있었지만, 당장 살 계획이 있던 앨범은 아니였는데 20,000원 초반 (이 앨범은 딜럭스 에디션치고 꽤 싼 축에 속했습니다. 역시 덜 알려진 것 때문인걸까요.)이 16,000원 정도로 떨어진 것 보고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생각으로 샀습니다. 결과는 밑지기는 커녕 땡잡았네~ 땡잡았어~가 됬습니다.
잠시 밴드에 대해 소개해볼까요. 라스는 비틀즈의 고향인 영국 리버풀에서 1983년 리 메이버스를 중심으로 결성됬습니다. 1980년대 중반 EP를 몇 개 내면서 주목을 받은 그들은 첫 앨범 작업에 착수합니다. 하지만 엄청난 갈등 끝이 이어졌고 결국 초기 U2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티븐 릴리화이트 버전으로 겨우 나왔습니다. 판매량도 나쁘지 않았고, 'There She Goes' 같은 나름 히트 싱글이 나왔지만 라스의 역사는 여기서 멈춥니다. 그들은 2005년 재결성 이전까지 급 버로우를 타고 맙니다. 아직도 데뷔작이 유일작이고 그렇습니다.
이 앨범을 단 한 마디로 소개할 수 있는 트랙이 있습니다. 바로 3번 트랙인 'Timeless Melody'죠. 한 마디로 이 앨범은 불멸의 멜로디로 반짝반짝 거립니다. 아마 이 때 그들의 멜로디 메이킹과 대적할 수 있는 밴드는 스톤 로지즈 정도일텐데 그들은 그때부터 킹왕짱, 비교불허, 천상천하니 제외하죠.
초기 비틀즈, 킹크스, 더 후 등의 모드(와 버즈The Byrds의 쟁글쟁글 기타 연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으면서도 8말 9초의 시대 상황을 담아낸 이들의 음악은 정말 즐겁습니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There She Goes'도 그렇지만, 'I Can't Sleep'은 듣는 사람을 불면의 흥분으로 이끄는 놀라운 마력을 가진 곡입니다. 의기소침한 매력을 발산하는 리 메이버스의 보컬과 가사도 좋습니다. 산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전혀 닳지 않는 에너자이저 같은 힘과 매력이 있는 앨범입니다. 그 기나긴 진통이 있었는데도 이 정도의 퀄리티로 뽑아낸 스티븐 릴리화이트는 진정 신의 프로듀서인걸까요?
리 메이버스는 이 앨범을 발표하고 난 뒤, 당 앨범을 '최악의 허접쓰레기'라고 비난했지만 그것은 그저 천재의 심통에 불과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원작자가 누구인지 알 사람은 적겠지만) 'There She Goes'를 부르고 있으며 브릿팝 멤버들 역시 라스에게 존경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 노엘 갤러거가 두려워하는 상대가 바로 리 메이버스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죠. 당사자가 아무리 툴툴거려도 이 앨범은 앞으로도 'Timeless'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P.S. 그러니 리버풀에는 비틀즈와 엘비스 코스텔로하고 클리닉만 있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라스도 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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