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아인스 씨, 실패한 절충주의라는 함정에 빠지다
[스무즐 씨, 넛소로 가다!]는 [브로큰 스워드] 등 유명한 어드벤처 게임 디자인에 참여했던 영국인인 스티븐 아인스 씨가 설립한 회사인 Juniper Game에서 만든 첫 작품입니다.
대략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구에 외계인이 침략하고, 주인공 에드의 친구인 스무즐 씨가 외계인의 광선빔을 맞고 유쾌해져(...) 총을 마구 쏘고 다닙니다. 에드는 스무즐을 제정신으로 돌려놓고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스티븐 아인스 씨(글)와 스테파노 콜라비니 씨(그림)의 원작 만화 캐릭터에 바탕을 둔 게임 플롯은 좀 어정쩡한 느낌입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염두에 둔 것 같았는데, 그에 못 미치는 느낌입니다. 단 캐릭터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영국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있어서 좋더군요.
그 외 음향 및 그래픽은 딱히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오프닝 크레딧이 중독적이더군요.
스크린 샷만 보면 캐주얼 아케이드 게임처럼 보이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의외로 이 게임이 어드벤처 성이 강합니다. 우선 시에라 식의 퀘스트 및 점수 제도를 채용했으며, 아이템 활용 빈도와 요소가 퀘스트 위주로 짜여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절충적입니다. 이런 절충적인 요소를 잘 살리기만 하면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게임은 그런 절충적인 요소들을 잘 살려내지 못합니다. 우선 아케이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조작감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마우스 없이 키보드로만 게임이 진행되는데 주인공이 움직이는게 은근히 짜증납니다.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는 속도가 느리고, 움직임의 세밀함이 부족합니다. 게임 내 적이나 함정을 재빠르게 피할려고 해도 움직임이 굉장히 뻑뻑해서 어느새 에너지가 떨어져 있더군요.
그 다음으로 들자면 일종의 화폐 역할을 하는 보석이 있습니다. 게임 진행 도중에 얻는 휴대용 컴퓨터가 뭘 하려고 하려면, 일정한 양의 보석이 필요하다고 요구합니다. 그래서 맵 위에 떨어진 보석들을 열심히 모아야 하는데....
1.유쾌한 스무즐 씨는 플레이어를 죽일려고 날뛰고 있음.
2.보석은 필요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고로 한번 어디다 쓰면 다시 또 모아야 함)
3.불편한 조작계
4.맵이 장난아니게 넓고 갈 곳도 많음
...대략 상황이 어떨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그럼 어드벤처 파트를 잘 짜놓았냐... 아케이드 보다는 잘 짜긴 했지만, 별로 좋진 않습니다. 일단 작동 시킬 수 있는 핫 스팟은 번쩍번쩍 그래픽 효과를 줘 편하더군요. 이 점은 좋았습니다. 문제는 퀘스트 부분입니다. 퀘스트 구성이 난삽한 우편배달부 스타일-그것도 다중으로-의 극치를 달립니다. 그래서 한 아이템을 얻으면 머나먼 거리를 불편한 조작계로 뛰어다녀야 하는게 다반사입니다. 하다 보니 피곤해지더군요.
[스무즐 씨...]는 실패한 절충주의 게임입니다. 캐주얼 아케이드와 정통 어드벤처의 결합이라는 나름 특이하고도 흥미로운 실험을 선보였지만, 좋지 않은 조작계와 맵, 그리고 복잡할 정도로 짜증나는 퀘스트가 이 게임의 재미를 다 까먹었습니다. 이런 실패는 아마 스티븐 아인스 씨가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찾아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럴바에 차라리 어드벤처 부분에 집중해, 간결하게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겁니다. 지금 결과물은 이도저도 아닌것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PS. 치명적인 버그가 하나 있습니다.
PS2. 영미권 리뷰어들이 호평을 했다는데... 솔직히 [브로큰 스워드]나 [강철 하늘 아래서] 같은 수작들의 후광 효과가 컸지 않았나.. 싶습니다.
PS3. 원작 보고 있는데, 이거 재미있군요. 작가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 게임계에 대한 유머(영국풍으로!)가 의외로 많은 편입니다.
*이 리뷰는 어드벤처 커뮤니티 포스트-어드벤처와 인디게임 웹진 PIG-MIN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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