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LCD Soundsystem - [This is Happening] (2010)

giantroot2010. 7. 20. 01:33

This is Not Happening

미국 뉴욕 출신 댄스 펑크 그룹 LCD 사운드시스템은 두 앨범을 통해 21세기의 대중음악을 재정의했다. 그들은 맨체스터에서 쩔어버린 인더스트리얼 휭크와 가차없이 밀어붙이는 (더 폴의 영향이 느껴지는) 포스트 펑크 풍 베이스 리듬, 디스코/하우스 뮤직과 1980년대 빈티지 신스 언어로 풀어낸 사이키델릭, 개러지 로큰롤의 에너지를 가지고 쩌는 뒤끝이 남는 놀자판을 만들었다. 무심함과 광희가 교차되는 그들의 음악은 정말 21세기만이 할 수 있는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리더 제임스 머피는 LCD 활동을 정지한다고 밝혔고, 큰 변동이 없는 한 2010년 5월 발표된 [This is Happening]은 어쩌면 이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앨범이다. 우선 그동안 LCD가 내놓은 앨범을 살펴보자. 동명의 첫번째 앨범이 단순하다 싶을 정도로 강박적인 에너지와 그에 걸맞는 도취감으로 몰아붙이는 앨범이였다면, 두번째 앨범인 [Sound of Silver]는 살짝 뒤로 물러나 꼼꼼한 설계도와 흡인력을 갖추고 있는 앨범이였다. [This is Happening]은 이 둘과 다르다. 이 앨범은 첫번째 앨범과 두번째 앨범 사이에 있는 앨범이다.

그 점은 오프닝 트랙을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달그락거리는 퍼커션과 둥둥 거리는 베이스 신스로 슬금슬금치고 올라오다가 중간에 폭발하는 오프닝 트랙 'Dance Yrself Clean'은 단말마같은 보컬의 외침과 강한 드럼, 공격적인 베이스 리듬으로 시작했던 1집의 'Daft Punk is Playing in My House'나 하나의 연주 루프가 서서히 쌓아가며 서사적인 구조를 만들어갔던 2집의 'Get Innocuous!'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느슨하지만 의외로 치밀한 점조직으로 이뤄져있다고 할까. 즉 이 앨범은 일견 느슨해보이지만, 아무데나 들어도 신나는 흥겨움과 의외로 견고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앨범의 사운드메이킹도 조금 다르다. 제임스 머피는 이 앨범을 통해 전작들보다 좀 더 과거인 70년대로 올라간다. 크라우트록과 포스트 펑크, 디스코의 영향력 아래에, 캔과 데이빗 보위, 브라이언 이노 같은, 원시적인 전자음에 매진했던 이들의 영향이 느껴진다. 캔 스타일의 휭키한 신시사이저를 와와 풍으로 꾹꾹 누르는 'I Can Change'나 스네어와 퍼커션, 단순한 베이스가 뒤얽혀 복잡한 구조을 만드는 'Pow Pow',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White Light'을 형광빛으로 채색한듯한 신시사이저가 돋보이는 'Drunk Girls', 일정한 박자 속에서 하늘높이 부유하는 슬라이드 기타와 신시사이저 즉흥 연주가 인상적인 'All I Want' 같은 곡들이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LCD 사운드시스템 본령의 즐거움을 잃는 일은 없다. 재료만 바뀌었지 여전히 댄스 플로어로 나가고 싶어하는 리듬과 멜로디, 음주와 관계맺기, 여자, 음악, 집을 이야기하는 제임스 머피의 너저분하고 무심한 유머와 상념은 여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This is Happening]은 다시 LCD 사운드시스템만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모 평론가가 말했듯이 "듣다가 잊어버려도 괜찮을법한 음악" 말이다. 그는 '듣기 좋다면 계속 들어도 좋고, 아니면 꺼도 괜찮다, 이 앨범은 그저 우연(This is Happening)일뿐.'라고 말한다. 하지만 펄프와 자비스 코커가 그랬듯이 그와 그의 동료들은 '별것 아닌 우연'으로 60분짜리 마법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지 않을까?

P.S.모 처 댓글란에 흑그루브의 영향이 느껴졌다고 적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흑그루브의 영향을 받은 음악의 영향이 느껴지는 뭔가 아련한 향기...가 더 정확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