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새신 크리드 시리즈는 [페르시아의 왕자]와 [스플린터 셀]로 양자 구조로 나눠져 있었던 비FPS계열 UBI 액션 게임에 새로 등장한 무서운 신예다.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 음모론과 SF 소재를 도입한 이 시리즈는 2007년 첫 편이 공개된 뒤, 무시무시하게 자기만의 세계와 팬들을 확장해왔다. 판매고도 상당히 괜찮아서 순식간에 UBI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도약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GTA 시리즈가 일군 샌드박스 장르에 속해있다. 한마디로 자유로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게 목적인 게임이다. 다만 이 시리즈는 GTA 시리즈가 미쳐 이루지 못했던 '군중'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제시해 GTA 시리즈와는 독자적인 세계를 일궈냈다.
이 리뷰는 가장 큰 줄기인 1편과 2편을 짚어보는 형식으로 이 시리즈가 어떤 게임인지 짚어보려고 한다.
1. 어새신 크리드: 미완성 프로토타입의 즐거움.
2007년에 발표된 [어새신 크리드]는 여러모로 말이 많은 작품이였다. 우선 공개되기전 뿌려진 정보들이 엄청난 대작을 암시하고 있었고, 유전자 속에 숨어있는 12세기 중세 아랍 암살자 알테어의 기억을 최첨단 기기 애니머스를 통해 탐사하는 현대인들과 그 속에 숨겨져있는 거대한 음모들이라는 공개된 스토리도 충분히 자극적이였다. 그러나 막상 공개되었을 때, 게임은 예상 이외의 혹독한 비평과 마주했어야 했다. 심각할 정도로 졸작은 아니였지만, 기대치에 반하지 못한다는 평들이 대부분이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 불만은 어느정도 정당했다. 솔직히 [어새신 크리드]는 원래 목표로 삼았던 것에 70%밖에 이뤄내지 못했다. ‘군중’을 중요한 요소로 삼겠다던 제작진의 공언과 달리, 군중의 활용 정도가 비율이 의외로 낮다는게 문제다.
이 게임에서 군중이라는 요소는 두 가지로 드러나는데, 학자들과 마을 주민이다. 우선 학자들은 이동하는 군중이며 이 속에 숨어 목표지로 이동하거나, 추적자들을 따돌릴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일종의 영웅도인데, 퀘스트 중 이들을 구하면 떡대 좋은 남성들이 등장한다. 이 쪽으로 유인만 한다면 추적자들을 방해할 수 있다. 물론 협력하는 군중만 있는 것도 아닌데, 거지/정신병자/주정뱅이가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군중이 너무나 수동적이다. 학자들은 숨어들 수 있지만, 조정이 불가능하고 마을 주민들은 유도만 하면 유용하긴 하나, 이들 역시 한 장소에만 고정되어 있다. 그 외 군중들은 다른 샌드박스 게임들처럼 플레이어의 행동에 반응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새신 크리드]가 처음부터 주창한 ‘행동하는 군중’은 반쯤 이뤄지다 만 것이다. 게다가 방해하는 군중은 지나치게 잘 디자인되서 (...) 짜증난다는것도 문제다. 방해도 적당히 해야지, 거지/정신병자/주정뱅이가 세 명이나 달라붙어 진행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걸 보면 짜증이 팍팍 치솟는다. 게다가 정신병자/주정뱅이 같은 경우, 가드 불능 공격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미션 디자인도 굴곡이 거의 없다는게 큰 문제다. 이 게임의 디자인은 ‘도시 도착-담당자 접견-조사(=미션)-조사-조사-담당자 접견-암살-알 무알림 보고’로 정리할 수 있다. 그것을 총 여섯 번이나 해야 한다. 게다가 갈 수 있는데도 세 군데가 고작이다. (그런데 이 이상 늘었다면 더 평가가 낮아졌을 것 같다.) 쉬이 짜증나게 마련이다. 미션 파트의 종류가 다양하다곤 하지만, 모로 가던 세 개만 하면 조사가 끝나는지라 동기 부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막판에는 구조에 꽤 큰 변화를 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데다 좀 많이 급진적이다. 대신 암살 파트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전반적인 성취도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그 외 전투 중 대상 고정 불가, 수영 불가 (...), 좀 작위적인 과거 파트의 게임 디자인 (ex. 장소 이동), 이야기 결말이 심각할 정도로 클리프 행어 등의 소소한 단점들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어새신 크리드]를 플레이해보면 예상 이외로 그 단점들이 게임의 본디 재미를 해치지 않는다. 워낙 UBI가 퀄리티 컨트롤를 잘했다는 점도 있지만, 이 게임만이 가진 장점도 단점들 못지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새신 크리드]의 큰 강점은 별다른 로딩 없이 엄청난 크기의 도시/세계를 구현했다는 것에 있다. 고증도 상당하고, 3D 모델링이나 표현에도 집념이 담겨 있지만 진짜 별미는 따로 있다. 바로 뷰포인트에 올라가 동기화 시킬 때 나오는 도시 풍경이다. 마천루나 높은 산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 볼때의 그 쾌감을 상당히 잘 이식했다. GTA조차 헬리콥터에 타야지 도시 부감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이 점은 굉장히 독창적이다.
전투도 록온 문제만 제외하면 꽤 쾌적하다. 기본적으로 크게 고민할 것 없이 두 버튼만 누르더라도 이길 수 있도록 쉬운 수준으로 조정되어 있지만, 콤보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리드미컬하게 조정되어 있다. 특히 반격을 먹일 때 리듬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 점이 [페르시아의 왕자] (2008)에서 발견된다는 건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드하게 밀고가진 않지만, 그래도 주고 받는 맛이 있다.
하지만 [어새신 크리드]의 가장 큰 매력은 게임 디자인보다는 이야기와 주인공 캐릭터에서 나온다.
게임 세계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모론과 SF 요소들은 조금 미묘하다. DNA 기억이나 역사 뒤에서 일어난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이라는 소재는 괜찮게 쓰인 편이다. 그러나 마지막의 에덴의 조각과 벽의 낙서들은 그냥 던져진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아직 뚜렷한 무언가가 없이 소개 단계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완결된 세계를 이루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재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어새신 크리드]의 이야기는 의외로 연극적이다. 현대편이나 과거편이나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는 점이 더욱 이런 점을 강조하는듯 하다. 현대편에서는 이게 다소 갑갑하게 작용한다면 (거의 부조리극 수준으로 폐쇄적이다.), 과거편에서는 의외로 플러스 효과로 작용한다. 한정된 공간이 작 중 밀교적이고 은밀한 분위기의 암살단하고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과거편의 이야기는 [장미의 이름] 같이 예스러우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중세 미스테리를 연상하게 한다. (다만 추리물은 아닌데, 주제가 적극적인 추리를 할 수 있는 멍석을 마련하고 있지 않기 떄문이다.)
과거편의 주인공인 알테어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는 영화 [예언자]의 말릭처럼 초인적인 현명함과 카리스마로 플레이어를 매료시키는 부류다. 비록 초반부에는 자기 과신과 오만으로 넘어가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겸허함을 배우면서 인격적으로도 완성되어간다. 이 와중에 표현되는 고뇌와 갈등도 역시 설득력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게임의 주제인 '자신의 의지와 신념'라는 주제하고도 잘 어울린다. 알테어의 여정은 타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굳혀가는 여정이기도 때문이다. 이는 현대편하고도 어느 정도 연관관계가 있다.
[어새신 크리드]는 여러모로 프로토타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여러가지 야심찬 아이디어와 그것을 표현할 도구 그리고 꽤 좋은 이야기와 주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제작진들은 본디 목표했던 바에는 완전히 이루지 못했거나 판단 미스로 이어졌다. 하지만 완성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액션 게임으로나 샌드박스 게임으로나 즐길만한 수준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게임으로 기억될 것 같다.
2. 어새신 크리드 2: 버전 업그레이드
이렇게 [어새신 크리드]가 발전할 여지를 많이 남겨놨기 때문에, 2편의 부담은 더욱 막중해졌다. 전작 결말 직후 갑작스러운 도주로 시작하는 도입부나 과거편 무대가 15세기 이탈리아로 넘어가 알테어의 후손인 에지오 아디토레을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제작진들이 완전히 새로 시작하려고 작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작중 기기인 애니머스가 2.0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처럼 게임 디자인도 확실히 개선되었다. RPG 게임처럼 장비/인벤토리/돈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갈 수 있는 도시도 다섯 군데로 늘었다. 거기다가 스토리 내에서 커버하는 시간대도 상당히 길어졌기 때문에 기본 미션과 수집 요소도 상당한 수로 늘어났다. 그래서 전작에 비해 총 플레이 시간이 상당히 늘어났다. (전작도 짧지만은 않았지만, 이번작의 볼륨은 상당하다.)
반대로 미션 진행은 일점/일직선에 가깝게 최대한 가지치기했으며, 과거편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전작의 인위적인 요소를 (개인적으로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 재현'이라는 느낌을 살리고 있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싸그리 제거했다. 전투는 기존보다 동일하지만, 전작에서 가장 불편했던 전투 시 록온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더욱 편해졌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군중도 상당한 수준으로 진보했다. 이번 작에서는 특정 키를 누르지 않아도 흐름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숨어들 수 있는 쪽으로 변경되었으며, 그 때문에 상당히 편해졌다. 게다가 이번 편에서는 군중의 활용도가 상당히 높아져, 특정 군중을 돈으로 고용해 조정할 수 있다. 마을 육성과 더불어 2편만의 독자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1편이 이루고자 했던 '행동하는 군중'이라는 요소가 마침내 꽃을 피웠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 외 악명도 개념과 제한 지역 개념도 도입되어, 플레이 하는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전작도 그래픽 부분에서는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았지만, 2편은 거기서 나아간다. 한마디로 분위기가 작살난다. 전작의 상당한 수준의 그래픽이 스토익한 분위기에 다소 (마샤프 암살단의 성 제외) 손해보는듯한 느낌이였다면, 2편은 그런 제약이 없이 거침없다. 배경인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화려함을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재현한 미술팀과 그것을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3D 모델링들의 노고가 엿보인다. 인물 그래픽도 파워업했기 때문에 그래픽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야기 면에서도 2편은 1편과 차별화하고 있다. 우선 현대편의 음모론이 본격적인 세계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음모론의 재료 자체는 평범한 편이지만 이야기의 주제하고는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으며 과도한 떡밥(...)에 대한 걱정을 제외하면 즐길만하다. 결말 부분도 전작에 비해 비교적 결말의 꼴을 갖추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핵심이 되는 부분은 과거편이다. 1편이 십자군 전쟁 배경의 [장미의 이름]에 가까웠다면, 2편은 [몬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19세기 프랑스 대중 소설에 가깝다.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악당들과 그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초인적인 주인공, 신비로운 지혜와 기술을 전수하는 (파리야 신부 같은) 인물들... 이런 느낌은 배경이 중동에서 유럽으로 넘어온 것도 한 몫한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템포는 느긋한 편이지만, 긴 시간을 들여 진행되는 이야기는 꽤 재미있는 편이다. 특히 최종 보스의 카리스마는 전작보다 파워업해서 꽤나 강렬하다.
주인공인 에지오도 알테어하고 다른 캐릭터다. 처음부터 완성되어 스토익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알테어와 달리 초반의 에지오는 다소 평범한 캐릭터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에지오는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암살자를 향해 나아간다. 그 때문에 말릭 이외에는 의미있는 교류관계를 맺는 캐릭터가 적었던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상당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서 에지오는 알테어처럼 완벽한 복수를 이뤄낸다. 한마디로 [어새신 크리드 2]는 전작보다 '성장'과 '동료'라는 개념이 강조되는 게임이다. 이는 현대편에서도 마찬가지다. DLC로 포함된 두번째 미션과 미션 마지막의 에지오의 연설은 이런 [어새신 크리드] 시리즈의 주제와 소재를 관통하고 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새로 도입된 마을 육성 부분은 좀 곁다리 같다. 조금만 아끼면서 생활한다면 중반부엔 모든 걸 다 찍을 수 있는 정도다. 한마디로 확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너무 복잡해도 좀 그랬겠지만, 이 게임의 마을 육성은 더 나갈수도 있는데 멈춘 듯한 느낌이다. 암살단 묘사도 전작이 좀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1편이 '신비스러운 단체'라는 느낌이였다면, 2편은 '개개인'이 모인 비밀 길드라는 느낌이 강해졌다. 전작의 그 밀교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라, 이번 작의 묘사는 조금 환상이 깨진듯한 느낌이다.
[어새신 크리드 2]는 전작이 다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작품이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게임이다. 물론 암살이라는 행동이 가져오는 은밀함을 이 게임에게 기대한다면 실망할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수준으로 재현된 르네상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모와 액션은 정말 매력적이다. 후속편 브라더후드가 기대되는 이유다.
P.S. 그래도 SF적인 요소는 빼고 그냥 신비주의 풍 역사물로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GTA 시리즈가 일군 샌드박스 장르에 속해있다. 한마디로 자유로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게 목적인 게임이다. 다만 이 시리즈는 GTA 시리즈가 미쳐 이루지 못했던 '군중'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제시해 GTA 시리즈와는 독자적인 세계를 일궈냈다.
이 리뷰는 가장 큰 줄기인 1편과 2편을 짚어보는 형식으로 이 시리즈가 어떤 게임인지 짚어보려고 한다.
1. 어새신 크리드: 미완성 프로토타입의 즐거움.
2007년에 발표된 [어새신 크리드]는 여러모로 말이 많은 작품이였다. 우선 공개되기전 뿌려진 정보들이 엄청난 대작을 암시하고 있었고, 유전자 속에 숨어있는 12세기 중세 아랍 암살자 알테어의 기억을 최첨단 기기 애니머스를 통해 탐사하는 현대인들과 그 속에 숨겨져있는 거대한 음모들이라는 공개된 스토리도 충분히 자극적이였다. 그러나 막상 공개되었을 때, 게임은 예상 이외의 혹독한 비평과 마주했어야 했다. 심각할 정도로 졸작은 아니였지만, 기대치에 반하지 못한다는 평들이 대부분이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 불만은 어느정도 정당했다. 솔직히 [어새신 크리드]는 원래 목표로 삼았던 것에 70%밖에 이뤄내지 못했다. ‘군중’을 중요한 요소로 삼겠다던 제작진의 공언과 달리, 군중의 활용 정도가 비율이 의외로 낮다는게 문제다.
이 게임에서 군중이라는 요소는 두 가지로 드러나는데, 학자들과 마을 주민이다. 우선 학자들은 이동하는 군중이며 이 속에 숨어 목표지로 이동하거나, 추적자들을 따돌릴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일종의 영웅도인데, 퀘스트 중 이들을 구하면 떡대 좋은 남성들이 등장한다. 이 쪽으로 유인만 한다면 추적자들을 방해할 수 있다. 물론 협력하는 군중만 있는 것도 아닌데, 거지/정신병자/주정뱅이가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군중이 너무나 수동적이다. 학자들은 숨어들 수 있지만, 조정이 불가능하고 마을 주민들은 유도만 하면 유용하긴 하나, 이들 역시 한 장소에만 고정되어 있다. 그 외 군중들은 다른 샌드박스 게임들처럼 플레이어의 행동에 반응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새신 크리드]가 처음부터 주창한 ‘행동하는 군중’은 반쯤 이뤄지다 만 것이다. 게다가 방해하는 군중은 지나치게 잘 디자인되서 (...) 짜증난다는것도 문제다. 방해도 적당히 해야지, 거지/정신병자/주정뱅이가 세 명이나 달라붙어 진행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걸 보면 짜증이 팍팍 치솟는다. 게다가 정신병자/주정뱅이 같은 경우, 가드 불능 공격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미션 디자인도 굴곡이 거의 없다는게 큰 문제다. 이 게임의 디자인은 ‘도시 도착-담당자 접견-조사(=미션)-조사-조사-담당자 접견-암살-알 무알림 보고’로 정리할 수 있다. 그것을 총 여섯 번이나 해야 한다. 게다가 갈 수 있는데도 세 군데가 고작이다. (그런데 이 이상 늘었다면 더 평가가 낮아졌을 것 같다.) 쉬이 짜증나게 마련이다. 미션 파트의 종류가 다양하다곤 하지만, 모로 가던 세 개만 하면 조사가 끝나는지라 동기 부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막판에는 구조에 꽤 큰 변화를 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데다 좀 많이 급진적이다. 대신 암살 파트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전반적인 성취도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그 외 전투 중 대상 고정 불가, 수영 불가 (...), 좀 작위적인 과거 파트의 게임 디자인 (ex. 장소 이동), 이야기 결말이 심각할 정도로 클리프 행어 등의 소소한 단점들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어새신 크리드]를 플레이해보면 예상 이외로 그 단점들이 게임의 본디 재미를 해치지 않는다. 워낙 UBI가 퀄리티 컨트롤를 잘했다는 점도 있지만, 이 게임만이 가진 장점도 단점들 못지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새신 크리드]의 큰 강점은 별다른 로딩 없이 엄청난 크기의 도시/세계를 구현했다는 것에 있다. 고증도 상당하고, 3D 모델링이나 표현에도 집념이 담겨 있지만 진짜 별미는 따로 있다. 바로 뷰포인트에 올라가 동기화 시킬 때 나오는 도시 풍경이다. 마천루나 높은 산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 볼때의 그 쾌감을 상당히 잘 이식했다. GTA조차 헬리콥터에 타야지 도시 부감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이 점은 굉장히 독창적이다.
전투도 록온 문제만 제외하면 꽤 쾌적하다. 기본적으로 크게 고민할 것 없이 두 버튼만 누르더라도 이길 수 있도록 쉬운 수준으로 조정되어 있지만, 콤보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리드미컬하게 조정되어 있다. 특히 반격을 먹일 때 리듬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 점이 [페르시아의 왕자] (2008)에서 발견된다는 건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드하게 밀고가진 않지만, 그래도 주고 받는 맛이 있다.
하지만 [어새신 크리드]의 가장 큰 매력은 게임 디자인보다는 이야기와 주인공 캐릭터에서 나온다.
게임 세계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모론과 SF 요소들은 조금 미묘하다. DNA 기억이나 역사 뒤에서 일어난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이라는 소재는 괜찮게 쓰인 편이다. 그러나 마지막의 에덴의 조각과 벽의 낙서들은 그냥 던져진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아직 뚜렷한 무언가가 없이 소개 단계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완결된 세계를 이루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재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어새신 크리드]의 이야기는 의외로 연극적이다. 현대편이나 과거편이나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는 점이 더욱 이런 점을 강조하는듯 하다. 현대편에서는 이게 다소 갑갑하게 작용한다면 (거의 부조리극 수준으로 폐쇄적이다.), 과거편에서는 의외로 플러스 효과로 작용한다. 한정된 공간이 작 중 밀교적이고 은밀한 분위기의 암살단하고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과거편의 이야기는 [장미의 이름] 같이 예스러우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중세 미스테리를 연상하게 한다. (다만 추리물은 아닌데, 주제가 적극적인 추리를 할 수 있는 멍석을 마련하고 있지 않기 떄문이다.)
과거편의 주인공인 알테어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는 영화 [예언자]의 말릭처럼 초인적인 현명함과 카리스마로 플레이어를 매료시키는 부류다. 비록 초반부에는 자기 과신과 오만으로 넘어가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겸허함을 배우면서 인격적으로도 완성되어간다. 이 와중에 표현되는 고뇌와 갈등도 역시 설득력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게임의 주제인 '자신의 의지와 신념'라는 주제하고도 잘 어울린다. 알테어의 여정은 타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굳혀가는 여정이기도 때문이다. 이는 현대편하고도 어느 정도 연관관계가 있다.
[어새신 크리드]는 여러모로 프로토타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여러가지 야심찬 아이디어와 그것을 표현할 도구 그리고 꽤 좋은 이야기와 주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제작진들은 본디 목표했던 바에는 완전히 이루지 못했거나 판단 미스로 이어졌다. 하지만 완성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액션 게임으로나 샌드박스 게임으로나 즐길만한 수준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게임으로 기억될 것 같다.
2. 어새신 크리드 2: 버전 업그레이드
이렇게 [어새신 크리드]가 발전할 여지를 많이 남겨놨기 때문에, 2편의 부담은 더욱 막중해졌다. 전작 결말 직후 갑작스러운 도주로 시작하는 도입부나 과거편 무대가 15세기 이탈리아로 넘어가 알테어의 후손인 에지오 아디토레을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제작진들이 완전히 새로 시작하려고 작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작중 기기인 애니머스가 2.0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처럼 게임 디자인도 확실히 개선되었다. RPG 게임처럼 장비/인벤토리/돈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갈 수 있는 도시도 다섯 군데로 늘었다. 거기다가 스토리 내에서 커버하는 시간대도 상당히 길어졌기 때문에 기본 미션과 수집 요소도 상당한 수로 늘어났다. 그래서 전작에 비해 총 플레이 시간이 상당히 늘어났다. (전작도 짧지만은 않았지만, 이번작의 볼륨은 상당하다.)
반대로 미션 진행은 일점/일직선에 가깝게 최대한 가지치기했으며, 과거편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전작의 인위적인 요소를 (개인적으로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 재현'이라는 느낌을 살리고 있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싸그리 제거했다. 전투는 기존보다 동일하지만, 전작에서 가장 불편했던 전투 시 록온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더욱 편해졌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군중도 상당한 수준으로 진보했다. 이번 작에서는 특정 키를 누르지 않아도 흐름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숨어들 수 있는 쪽으로 변경되었으며, 그 때문에 상당히 편해졌다. 게다가 이번 편에서는 군중의 활용도가 상당히 높아져, 특정 군중을 돈으로 고용해 조정할 수 있다. 마을 육성과 더불어 2편만의 독자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1편이 이루고자 했던 '행동하는 군중'이라는 요소가 마침내 꽃을 피웠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 외 악명도 개념과 제한 지역 개념도 도입되어, 플레이 하는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전작도 그래픽 부분에서는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았지만, 2편은 거기서 나아간다. 한마디로 분위기가 작살난다. 전작의 상당한 수준의 그래픽이 스토익한 분위기에 다소 (마샤프 암살단의 성 제외) 손해보는듯한 느낌이였다면, 2편은 그런 제약이 없이 거침없다. 배경인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화려함을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재현한 미술팀과 그것을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3D 모델링들의 노고가 엿보인다. 인물 그래픽도 파워업했기 때문에 그래픽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야기 면에서도 2편은 1편과 차별화하고 있다. 우선 현대편의 음모론이 본격적인 세계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음모론의 재료 자체는 평범한 편이지만 이야기의 주제하고는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으며 과도한 떡밥(...)에 대한 걱정을 제외하면 즐길만하다. 결말 부분도 전작에 비해 비교적 결말의 꼴을 갖추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핵심이 되는 부분은 과거편이다. 1편이 십자군 전쟁 배경의 [장미의 이름]에 가까웠다면, 2편은 [몬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19세기 프랑스 대중 소설에 가깝다.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악당들과 그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초인적인 주인공, 신비로운 지혜와 기술을 전수하는 (파리야 신부 같은) 인물들... 이런 느낌은 배경이 중동에서 유럽으로 넘어온 것도 한 몫한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템포는 느긋한 편이지만, 긴 시간을 들여 진행되는 이야기는 꽤 재미있는 편이다. 특히 최종 보스의 카리스마는 전작보다 파워업해서 꽤나 강렬하다.
주인공인 에지오도 알테어하고 다른 캐릭터다. 처음부터 완성되어 스토익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알테어와 달리 초반의 에지오는 다소 평범한 캐릭터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에지오는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암살자를 향해 나아간다. 그 때문에 말릭 이외에는 의미있는 교류관계를 맺는 캐릭터가 적었던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상당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서 에지오는 알테어처럼 완벽한 복수를 이뤄낸다. 한마디로 [어새신 크리드 2]는 전작보다 '성장'과 '동료'라는 개념이 강조되는 게임이다. 이는 현대편에서도 마찬가지다. DLC로 포함된 두번째 미션과 미션 마지막의 에지오의 연설은 이런 [어새신 크리드] 시리즈의 주제와 소재를 관통하고 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새로 도입된 마을 육성 부분은 좀 곁다리 같다. 조금만 아끼면서 생활한다면 중반부엔 모든 걸 다 찍을 수 있는 정도다. 한마디로 확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너무 복잡해도 좀 그랬겠지만, 이 게임의 마을 육성은 더 나갈수도 있는데 멈춘 듯한 느낌이다. 암살단 묘사도 전작이 좀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1편이 '신비스러운 단체'라는 느낌이였다면, 2편은 '개개인'이 모인 비밀 길드라는 느낌이 강해졌다. 전작의 그 밀교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라, 이번 작의 묘사는 조금 환상이 깨진듯한 느낌이다.
[어새신 크리드 2]는 전작이 다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작품이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게임이다. 물론 암살이라는 행동이 가져오는 은밀함을 이 게임에게 기대한다면 실망할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수준으로 재현된 르네상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모와 액션은 정말 매력적이다. 후속편 브라더후드가 기대되는 이유다.
P.S. 그래도 SF적인 요소는 빼고 그냥 신비주의 풍 역사물로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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