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시네바캉스 3

완전범죄 [Indagine Su Un Cittadino Al Di Sopra Di Ogni Sospetto / Investigation of a Citizen Above Suspicion] (1970)

[완전범죄]의 시작은 흐름이 있는 모호한 파편이다. 아마 처음 보는 관객들은 왜 남녀가 아파트로 몰래 숨어들어가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남자가 도착적인 섹스 끝에 여자를 살해했을때조차도 어디로 흘러갈지 짐작할 수가 없다. 마침내 살인을 저지른 남자가 수사 사건으로 현장에 불려갔을때 관객들은 [완전범죄]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갈지 갈피를 잡게 된다. [완전범죄]는 범죄를 숨기려고 하는 경찰 수사관의 얘기다. 관객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 경찰인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거나 들킬 생각이 전혀 없다. 수사관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이 세 전제는 오오바 츠구미와 오바타 타케시의 [데스노트]나 김성훈의 [끝까지 간다]랑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완전범죄]는 [데스노트]나 [끝까지 ..

해안가로의 여행 [岸辺の旅 / Journey to the Shore] (2015)

2013/08/26 - [Deeper Into Movie/리뷰] - 절규 [叫 / Retribution] (2006) 죽은 남편이 돌아와 여행을 제안한다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해안가로의 여행]의 기본 뼈대는 판타지 장르에서는 참신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해안가로의 여행]의 도입부는 신비롭다. 장을 보고 팥죽을 만들던 주인공 미즈키는 문득 뒤를 돌아본다. 미즈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남편 유스케가 서 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듯이. 하지만 우리는 그 곳엔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안다. 심지어 친절하게 유스케는 자신이 실종되었다는걸 죽었다는 걸 말해준다. 이 장면이 매력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화에서 이전 프레임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당혹감과 경외감을 느낀..

자니 기타 [Johnny Guitar] (1954)

2012/10/12 - [Deeper Into Movie/리뷰] -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1956)니콜라스 레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두려움 없는 과잉이 만들어내는 살 떨리는 세계로 초대받는 것과 다름 없다. 평범해보이는 서사는 인물의 심리에 따라 비대하게 부풀어오르고, 멜로드라마틱한 과장을 거쳐서 최종적으로는 낯설게 보인다. 걸작 [실물보다 큰]에서 레이의 과잉은 완벽해보이는 50년대 미국 중산층 사회의 어둠을 꿰뚫고 있었다. 제임스 메이슨의 과잉 연기는 시네마스코프에서 미친듯이 부풀어올랐고 레이는 그 과정을 강한 그림자와 비틀린 구도로 확장시켰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은 언해피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50년대 미국을 해부하는 사이코 스릴러/멜로드라마였다. 일견 평범한 서부극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