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915

폴 리쾨르의 미메시스 이론의 비판적 재구성: 비행 모델

일관성 있는 이야기란 무질서하게 지나가는 시간에 일련의 질서를 부여하려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하기가 뇌의 운동이 곧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러한 이해 방식은 이야기는 어떻게 될 수 있는가? 이야기란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주시하면서 그에 일련의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폴 리쾨르는 시간과 이야기 3부작을 통해 서술성과 시간성의 순환이 악순환이 아니라, 그 양쪽이 서로를 보강하는 건실한 순환성임을 입증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시간성과 서술성의 상호 보강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양자가 선순환을 이루기 보다는 통상 두 가지 상반된 형태로 나뉘어져 고찰되기 때문이다. 리쾨르는 이 대립을 심리적 시간과 우주적 시간으로 보며 이 둘의 측면만을 바라봤기 때문에 아포리아에..

The Free Design -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1960년대 뉴욕에서 결성된 프리 디자인은 선샤인 팝을 이야기할때 빠질수 없는 밴드입니다. 비록 컬트적인 인지도에 머물곤 했지만, 재즈와 휭크에 영감을 받은 복잡한 리듬과 브라이언 윌슨식의 겹겹이 쌓여진 악기들, 그에 대비되는 사색적이고 차분한 로디와 형제자매들이 선보이는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는 후대 인디팝 밴드들에게 영감을 많이 줬습니다. 싸이키델릭하면서도 전원적인 분위기가 강한 선샤인 팝이라고 할까요. [Heaven/Earth] 직후 발표한 [Stars/Time/Bubbles/Love]은 전작보다 리듬면에서 재즈의 영향이 강해진 앨범이며, 이들의 음악이 완숙 단계에 들어섰다는걸 보여주는 걸작입니다.버트 바카락의 명곡을 커버한 이 곡에서도 묘하게 꼬아서 밀고 당기는 브라스가 만들어내는 리듬과 여러 악기..

Harvey Williams - She Sleeps Around

하비 윌리암스는 어나더 서니 데이라고 스미스풍 기타팝을 하던 1980년대 영국 밴드의 리더였습니다. 2010년에 트렘블링 블루 스타도 해체 한 뒤론 요새 뭐하고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 어나더 서니 데이가 해체되고 솔로 앨범을 낸적이 있습니다. 그게 [Rebellion]과 [California]입니다. 그리고 체리 레코드에서 두 앨범을 합쳐 [California Rebellion]을 내놨습니다. 참 단출한 앨범입니다. 곡 수도 그렇고 악기도 피아노를 중심으로 몇 개 덧붙여진 정도거든요. 세월에 따른 편곡 차이 정도는 있는데 (예를 들어 첫 앨범 [Rebellion]은 1980년대풍의 신시사이저가 자주 나타납니다.) 본질적인 부분을 그때문인지 이 앨범들을 들을때 순수하게 송라이팅에 집중하게 되는데,..

andymori - Life Is Party / 1984

앤디모리는 일본의 리버틴즈라 불리는 밴드입니다. 쿠루리랑 미스치루 좋아한다고 하니깐 라스트 에프엠에서 추천해줘서 들어봤는데... 제가 느끼기엔 리버틴즈 영향도 있긴 하지만-중얼거리며 내뱉는 몇몇 곡들의 창법은 확실히 리버틴즈에 감명받은듯한 부분이 있었습니다.-그것보다는 소위 시모키타자와계 적통을 잇는 밴드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기 시작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밝은 느낌에 진보적인 사운드메이킹에 집중했다면 앤디모리는 좀 더 나카무라 카즈요시나 엘리펀트 카시마시, 하츠코이노 아라시 쪽의 애절한 전통을 잇는 쪽에 가깝습니다. 묘한 뽕끼가 느껴지는 보컬 창법이라던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가사가 그렇습니다. 하츠코이노 아라시의 환생...이라고 하면 과장일지도 몰라도 첫 시작부터 쓸쓸한 서정성에 에네..

Hot Hot Heat - No, Not Now

핫 핫 히트는 댄스 펑크와 개러지 록 시절에 등장해 핫했던 밴드입니다. 뉴웨이브 시절 음악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까요. 첫 앨범 [Make Up the Breakdown]은 초창기 (특히 [Drums and Wires] 시절) XTC와 더 폴, 버즈콕스, 엘비스 코스텔로의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앨범인데, 프란츠 퍼디난드처럼 광적인 에너지와 패셔너블한 감수성이 눈에 띕니다. 물론 프란츠 퍼디난드하고는 다른 점도 있는데 컨셉이라던가 신경질적인 유머라던가 보컬 창법 같은건 프란츠 퍼디난드의 느긋한 섹시함과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날 선 분위기라고 할까요.그래봤자 이 앨범을 끝으로 단테 드카로가 빠져나가면서 이 밴드도 힘을 못 쓰고 있네요.... 여러모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