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90

로건 [Logan] (2017)

2015/02/08 - [Go To Fly/만화] - 울버린 [Wolverine] (1981)2015/07/20 - [Deeper Into Movie/리뷰] - 더 울버린 [The Wolverine] (2013)이정표가 될 가지를 들고 그 발밑에 떨어뜨리자. 맞은편 언덕에 있는 아이가 헤매지 않도록. 작은 둥지를 만드는 이 날개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연결하기 위해 살아가자. -이시카와 치아키, 'Little Bird'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건]의 첫 샷은 차 안에 누워있는 로건의 얼굴을 하강하면서 보여준다. 이 샷은 밀폐 공간에 클로즈업으로 이뤄져 있기에 로건이 무언가에 짓눌듯한 인상을 준다. 가히 질식할듯한 이 미장센을 흔들어깨우는 건 외화면에서 깡패들이 때려부수는 소리다. 제임스 맨골드..

밤과 안개 [Nuit et brouillard / Night and Fog] (1956)

2009/08/19 - [Deeper Into Movie/리뷰] -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L'Annee Derniere A Marienbad / Last Year At Marienbad] (1961)2013/01/24 - [Deeper Into Movie/리뷰] -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Vous n'avez encore rien vu / You Haven't Seen Anything Yet] (2012) 알랭 레네는 경력의 시작을 몇 편의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했다. [밤과 안개]는 그 시절 레네에겐 가장 중요한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초창기 홀로코스트 다큐멘터리 중에서 논쟁적이고 도발적으로 역사와 기억을 물었고 그를 주목받게 만들었다. [밤과 안개]를 이해하기 위해서..

플레이타임 [Playtime] (1967)

2015/01/18 - [Deeper Into Movie/리뷰] - 나의 아저씨 [Mon Oncle / My Uncle] (1958)자크 타티의 [플레이타임]은 그 자체로 완결된 전설로 남은 작품이다. 왜 타티는 성공적이였던 [나의 아저씨] 후속작을 만들지 않고 8년동안 이 영화를 만들며 침묵을 지켜왔는가? 적어도 그가 반복하는걸 싫어했다는건 명백했다. 그래도 [플레이타임]은 성공을 믿고 만들어냈다고 하기엔 너무나 무모한 영화다. 타티가 [플레이타임]를 위해 만들려고 했던 장소는 건물 몇 개가 아닌, 그 자체로 완성된 도시였다. 하나의 세계를 그대로 담은 세트로 만든다는 시도는 도무지 정상적인 선택이 아니다. 아무리 비물질인 주제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영화는 물질로 구성된 세계를 설계해 담아야 하는 매체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2 the Movie / Patlabor 2: The Movie] (1993)

2016/11/20 - [Real Motion/리뷰] - 스카이 크롤러 [スカイ・クロラ / The Sky Crawlers] (2008) 1990년대를 수놓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테크노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로봇 활극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가 주목을 받고 인기를 받았다면, 그런 활극을 매우 일상적인 설정에서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를 만들어낸 유우키 마사미의 다른 대표작인 [철완 버디]가 우주 스케일을 넘나드는 얘기임에도 지독히도 일상적인 질감을 끌어냈듯이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리얼 로봇의 흐름에서도, 그것을 전쟁 같은 것에 연관짓지 않고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이였다. 군수산업 얘기가 등장하긴 하지만 도쿄 경시청이라는 '일상적' 요소가 어느새 '비일상적' 요소에 동화되었다고..

Real Motion/리뷰 2017.02.07

복수의 총성 [The Shooting] (1966)

2016/12/03 - [Deeper Into Movie/리뷰] - 바람 속의 질주 [Ride in the Whirlwind] (1966)[복수의 총성]에서 주인공 윌렛은 모래에 흔적을 남기면서 등장한다. 길을 잃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그의 모습은 그러나 무의미한 행동으로 판별난다. 윌렛이 친구 콜리를 만나게 되면서, 강력한 미스터리가 윌렛을 포박하기 때문이다. 공포에 떨고 있는 콜리는 윌렛에게 윌렛의 형이자 동행인이였던 코인과 리랜드가 마을에서 어떤 가족을 쏴 죽였으며, 코인이 볼일을 보러 떠난 뒤 리랜드가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한다. 앞뒤를 살펴보면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의 복수인게 분명하다. 하지만 대체 '누가' 리랜드를 쏴죽였단 말인가? 도입부의 미스터리가 제공하는 [복수의 총..

우리 손자 베스트 [Great Patrioteers] (2016)

[우리 손자 베스트]가 처음 공개되었을때,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소수의 호평 사이에 대다수의 거부감으로 나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불공정한 사람들의 패악질을 주인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개빻은 한남"인 어버이연합과 일베 이용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결과는 흥행 실패였다. 하지만 [우리 손자 베스트]가 정녕 그렇게 단순하게 내쳐야 하는 영화인가? 이 영화에 대한 비판들을 읽으면서 어딘가 핀트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현실을 반영했다고, 자동적으로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 믿음은 루카치의 순진한 믿음이나 다름없기도 하니깐. 하지만 [우리 손자 베스트]가 놀라운 점은 그동안 [잉투기]나 [불청..

미드나잇 스페셜 [Midnight Special] (2016)

2013/05/10 - [Deeper Into Movie/리뷰] -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2)2013/12/04 - [Deeper Into Movie/리뷰] - 머드 [Mud] (2012)제프 니콜스의 SF라는 얘기를 들었을때, [미드나잇 스페셜]이 어떤 영화가 될지 조금 상상이 안 가긴 했다. 2007년 [샷건 스토리즈]에서 출발한 제프 니콜스는 기본적으로 지역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카와세 나오미나 스와 노부히로, 아오야마 신지처럼 어떤 지역을 떠나면 성립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콜스는 테렌스 맬릭이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같은 희귀한 사례를 제외하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미국 중남부 서민-화이트 트래시들의 삶에 애정을 느끼고 거기서 출발한다. (심..

안녕하세요 [お早よう / Good Morning] (1959)

2012/10/19 - [Deeper Into Movie/리뷰] - 도쿄 이야기 [東京物語 / Tokyo Story] (1953)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는 노리코 삼부작이나 [동경 이야기]로 대표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즈 야스지로 영화하고는 조금 떨어져 있는 영화다. [동경 이야기]로 스타일의 완성한 오즈는 [이른 봄]부터 초기작들을 다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대놓고 [부초이야기]의 리메이크를 자처했던 [부초]랑 동시기인 [안녕하세요]는 전후에 만든 [태어나기는 했으나]에서 다뤘던 아이들로 다시 돌아온 영화다. (실제로 이 영화를 [태어나기는 했으나]의 느슨한 리메이크라 보는 사람들도 있다.) [안녕하세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당시로써는 최첨단 문물이었던 텔레비전이다. 이웃집 신식 문물을 ..

램스 [Hrutar / Rams] (2015)

아이슬란드의 가수인 비요크는 2008년 한국 음악 잡지랑 내한 인터뷰를 하던 도중, “아이슬란드에는 신선함이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곳의 풍경은 매우 삭막하고 솔직해요. 상당히 ‘구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복잡한 느낌은 없어요. 그래서 아이슬란드에는 아이러니가 별로 없죠.” 라고 말한 바 있다. 1년에 10편 정도의 영화가 나오고, 대부분의 영화계 종사자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아이슬란드 영화계가 간만에 배출한 [램스]는 그런 비요크의 말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설정은 단순하다. 40년 동안 말도 하지 않고 지내던 시골 양치기 형제가 양이 폐사될 위기에 처하자,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는 얘기다. 그리머 해커나르손의 연출 역시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잔 기교 없는 샷과 구도, 몽타쥬, 가끔 등장하..

사울의 아들 [Saul fia / Son of Saul] (2015)

라즐로 네메스의 [사울의 아들]은 2015년 칸 영화제의 센세이션 중 하나였다. 유대인 홀로코스트 중에서도 회색지대인 시체 처리반 ‘존더코만도’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비극을 재현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했다는 평가와 도덕 판단이 부재한 듯한 시선과 더불어 역사의 비극을 영화 연출의 첨단으로 나가기 위해 착취한것 아니냐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렇다면 [사울의 아들]은 어떤 식으로 홀로코스트를 재현하고 있는가? 그것은 이 영화가 현대 영화 중에서 어떤 전통에서 출발했는지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현대 영화는 역사의 비극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라는 논쟁에 휩싸였다. 무수한 영화들이 나왔지만 이 논쟁의 첨단에 있는 영화를 꼽으라면 알랭 레네의 [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