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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8

-박근혜 탄핵! 오 예 신 난 다-부모님은 큐슈 여행을 가신다고 하는데, 왠지 음반 쇼핑하러 다시 일본 가고 싶어지네요. 아 사고 싶어라 서니 데이 서비스 [도쿄] 박스셋.-형이 직장 취직 후 리얼하게 곶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일상에 찌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적나라해서 보기 힘들 정도.-나이를 먹으면서 죽음의 의미를 체감하게 됩니다. 특히 [로건] 보고 난 뒤 (예상하긴 했지만) 후유증이 심했습니다. 정말로 내가 알고 있던 어떤게 끝났구나 그런 느낌. 그 시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라는 느낌. 그런 생각을 할때마다 좀 두렵고 그렇습니다. 알고 있는게 전부 남아있지 않고 오로지 새로운 것만으로 채워진 세상이 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네요. 노인들이 과거에 매달리는 이유도 그거..

토니 에드만 [Toni Erdmann] (2016)

마렌 아데의 [토니 에드만]에 대한 정보를 처음 들었을때, 약간의 신랄함을 동반한 유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했을때 그 예감은 완전히 박살났다. 영화의 첫 샷은 문이다. 금방이라도 열릴것 같은 문은 예상과 달리 빨리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드디어 택배 기사가 나타나고 문이 열리지만, 분장하고 나타난 토니 에드만은 생뚱맞다. 유머는 빗나가고, 리듬과 리액션도 그렇게 활기차지 않다. 빈프리트/토니 에드만은 사람들이 웃길 바라지만 그를 대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는 관객은 무표정하게 그를 응시할 뿐이다. 결국 그는 허겁지겁 유머를 접을수 밖에 없다. 차라리 이 영화의 도입부는 초라하게 몰락한 히어로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임스 맨골드의 [로건]하고 닮아있다. 빈프리..

馬の骨 - 燃え殻

우마노 호네는 키린지에서 동생을 담당했던 (2013년쯤 탈퇴했습니다.) 호리고메 야스유키의 솔로 프로젝트입니다. 최근에 낸 솔로 앨범은 본인 명의로 낸듯 합니다만, 여튼 키린지로 활동한 시절엔 이 명의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은 첫 앨범 낼 당시 싱글이였고요.키린지의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로맨티시즘으로 가득한 스웜프 뮤직과 시티 팝, 70년대 SSW 음악의 블렌드겠죠. 이 앨범에도 그 감수성이 제대로 살아있습니다. 첫 트랙인 'My Stove's on Fire'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웜프/소울 뮤지션인 로버트 레스터 폴섬의 대표곡을 멋들어진 휭키 리듬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본인 곡들도 다들 훌륭하긴 하지만 역시 이 곡이 가장 최고인것 같아요. 뮤직 비디오에 떠다니는 조각배가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

붉은 거북 [La tortue rouge / The Red Turtle] (2016)

(누설이 있습니다.) 미카엘 두독 드 위트의 [아버지와 딸]은 그 자체로 걸작이었다. 삶과 죽음, 이별의 순환을 마음 아프게 그려낸 이 단편 애니메이션은 그전까지 조용하게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두독 드 위트의 명성을 단숨에 세계적인 위치로 올려준 작품이었다. 그에게 관심을 기울인 사람들 중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쪽 사람들도 있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구애가 여러차례 이어졌지만 이번에 리뷰할 [붉은 거북]이 나오기까지는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늦은 나이에 장편 데뷔하게 된 두독 드 위트의 장편은 어떻게 이뤄져 있는가? 두독 드 위트는 그동안 대사가 없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그의 드라마는 지극히 추상적이다. 인물들의 디테일은 최소화되어 있고, 어떤 행위 ([아버지와 딸]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는 기다림이..

Real Motion/리뷰 2017.03.21

サニーデイ・サービス - 桜 super love

좀 더 전통적인 [Sunny] 앨범도 좋았습니다만, [Dance to You] 앨범이 상당히 크리티컬이더라고요. [MUGEN]과 [Love Album]에서 더욱 심화하고 싶었던 드럼머신이 이끄는 매드체스터 팝, 밴드 중심 기타 록의 결합이 이 앨범에서 짧고 굵게 농축되었다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드러머인 마루야마 씨가 이번작에서는 비중이 줄었던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소카베 솔로작들의 팝적 감수성이 밴드라는 구성하고 잘 녹아있는 느낌입니다. 현지 평단에서도 대체적으로 호평인지라 재결성 이후 최고작으로 되는 듯 합니다. 특히 이 곡은 봄의 감각을 그대로 체화한듯한 아름다움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곡입니다. 삑삑거리는 전자음과 휭키한 기타가 상큼한 감수성이 인상적이라고 할까요. 본인들도 아는지 올 초에 EP로 내..

러빙 [Loving] (2016)

2013/05/10 - [Deeper Into Movie/리뷰] -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2013/12/04 - [Deeper Into Movie/리뷰] - 머드 [Mud] (2012)2017/01/13 - [Deeper Into Movie/리뷰] - 미드나잇 스페셜 [Midnight Special] (2016)"나 임신했어." 고요한 어둠 속 여자의 얼굴에 이 대사가 깔리면서 제프 니콜스의 [러빙]은 시작한다. [러빙]이 흥미로운 점은 이미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시작 부분이 없이 처음부터 전개 단계에 들어선다고 할까.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그런 이야기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니콜스는 생각한다. 아마 그들은 아..

울버린, 혹은 [로건]을 위한 사적인 플레이리스트

2015/02/08 - [Go To Fly/만화] - 울버린 [Wolverine] (1981)2015/07/20 - [Deeper Into Movie/리뷰] - 더 울버린 [The Wolverine] (2013)2017/03/12 - [Deeper Into Movie/리뷰] - 로건 [Logan] (2017)이 블로그 구독하시는 분이라면 알겠지만, 제가 울버린/로건을 좀 좋아합니다. 그래서 [로건] 개봉에 앞뒀을때 음반 사는게 아메리카나 뽕이 좀 쩔었습니다. 원래 포크나 컨트리, 스웜프 뮤직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로건] 개봉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음악만 듣고 싶어지더라고요. 집에 컨트리 음반도 없었던 것도 부채의식에 한 몫하기도 했고 심지어 [로건] 개봉 직전에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과 ..

로건 [Logan] (2017)

2015/02/08 - [Go To Fly/만화] - 울버린 [Wolverine] (1981)2015/07/20 - [Deeper Into Movie/리뷰] - 더 울버린 [The Wolverine] (2013)이정표가 될 가지를 들고 그 발밑에 떨어뜨리자. 맞은편 언덕에 있는 아이가 헤매지 않도록. 작은 둥지를 만드는 이 날개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연결하기 위해 살아가자. -이시카와 치아키, 'Little Bird'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건]의 첫 샷은 차 안에 누워있는 로건의 얼굴을 하강하면서 보여준다. 이 샷은 밀폐 공간에 클로즈업으로 이뤄져 있기에 로건이 무언가에 짓눌듯한 인상을 준다. 가히 질식할듯한 이 미장센을 흔들어깨우는 건 외화면에서 깡패들이 때려부수는 소리다. 제임스 맨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