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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룸 [Jalsaghar / The Music Room] (1958)

사티야지트 레이의 데뷔작인 아푸 삼부작은 네오 리얼리즘에 기반한 성장기였다면, 그 이후 영화들은 그 틀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로베르토 로셀리니를 비롯한 네오 리얼리즘 동료들이 그랬듯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을 붙들려는 영화적 시도와 개성을 정교하게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만든 네번째 영화 [뮤직 룸]은 루키노 비스콘티의 쇠락과 닮아간다. 이 영화는 아푸 삼부작처럼 네오 리얼리즘 영화라고 하기엔 형식적인 매혹이 어른거리며, 양식화된 비극이라고 하기엔 인도를 위시한 아시아의 근대화와 구세대의 몰락이라는 현지의 화두를 잡고 있다. 어느쪽이든 사티야지트는 [뮤직 룸]을 통해 평생을 추구할 독특한 미학을 구축하고 있다. [뮤직 룸]이라는 제목은 영화의 상징과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다...

Matthew Sweet - Girlfriend

제가 미국적인 음악을 꼽으라면 몇 가지 떠오르는 예가 있는데, 톰 페티 (고인의 명복을.)라던가 미국제 하드 록 전통과 건강한 코러스와 멜로디가 결합된 파워 팝. 지금 올라온 매튜 스위트가 매우 미국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드와이트 트왈리라던가 위저, 파운틴 오브 웨인 같은 뮤지션들을 떠오르게 한달까요. 버드와이저 맥주 까고 AM 라디오 틀고 막춤 추면 좋을법한 곡입니다. 긍정적인 의미로요. 근데 이 뮤직비디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놈들 참 이런 삘 좋아하는듯.

신들의 깊은 욕망 [神々の深き欲望 / The Profound Desire of the Gods] (1968)

[신들의 깊은 욕망]의 시작은 바다 생물들의 모습이다. 꿈틀거리는 이 생물들은 하나같이 위험천만해보인다. 이 위험천만한 생물들은 햇빛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겹친다. [나라야마 부시코]나 [우나기]가 그랬듯이 이마무라는 자연 근처에서 영화를 시작할때, 강렬한 생물 이미지에 매혹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마무라는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생명의 이미지를 잘게 쪼개 나열한 뒤 그 위에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를 배치한다. 그 다음 우마와 네키치로 대표되는 근친상간적인 관계를 등장시키면서, 도덕률을 어기고 본능에 따라 사랑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자연과 근친 상간이라는 두 이미지는 [신들의 깊은 욕망], 나아가 이마무라 쇼헤이를 이해하기 위한 단초다. 그 다음은 아이들 앞에서 신 남매의 ..

유랑극단 [Ο Θίασος / The Travelling Players] (1975)

2006/05/11 - [Deeper Into Movie/리뷰] - 영원과 하루 한 사람이 등장해 [양 치는 처녀 골포]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선언한다. 다음 샷.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역에 도착한다. 카메라는 그들이 역 앞에 오길 기다린다. 그리고 그들이 전부 멈춰 섰을때 카메라는 그들을 오랫동안 보여준다. 이 프레임이 친숙하다고 생각하다면, 정확하게 봤다. 테오 앙겔로풀로스는 이 등장인물들을 연극 무대에 선 배우처럼 다룬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뜬다. 1952년. "고참들이 있었고 젊은 배우가 있는" 이 유랑 극단은 옛날에 들렀던 마을 에이온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앙겔로풀로스는 유랑극단이 건물로 들어가고 난 뒤, 갑자기 유세 방송을 바꿔버린다. 파파고스 (로 위장한 그리스 독재자 요르요스 파파도풀로스)..

Ride - Twisterella

사실 라이드가 멜로디를 잘 쓰는 밴드이긴 합니다만, 아마 라이드의 멜로디가 가장 빛나는 곡 중 하나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거운 베이스라인 뒤에 나오는 맑고 명징하게 울리는 기타 훅은 슈퍼카나 일렉트릭 글래스 벌룬 같은 후배 슈게이징 팝을 위한 안내서가 된 게 분명합니다. 동시에 브릿팝과 슈게이징 간의 가교가 어땠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기도 하고요.

밀드레드 피어스 [Mildred Pierce] (1945)

제임스 M. 케인의 소설을 영화화한 [밀드레드 피어스]의 도입부는 전형적인 미스터리다. 시작하자마자 총을 맞은 남자의 입에서 밀드레드 피어스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다음에 한 여자가 위태하게 바닷가를 바라보다가 식당으로 간다. 여자의 이름은 밀드레드. 밀드레드는 식당에서 사업 동료이자 관심을 보이는 남자 윌리를 데리고 나간다. 달콤한 환상에 빠진 남자가 목격한건 사라진 밀드레드와 살인 현장. 한편 집에 돌아온 밀드레드는 두번째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불러가게 된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을 전 남편인 알버트 피어스로 단정지은 상태. 대체 알버트랑 이혼한 이유가 뭔지 물어보는 경찰들에게 밀드레드는 과거를 얘기하게 된다. [밀드레드 피어스]는 한마디로 여성 수난사라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밀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