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AMN* Peter Bjorn and John - [Living Thing] (2009)

giantroot2009. 11. 29. 00:08


It Don't Move Me


쌔들(러)님이 요청하신, [Living Thing] 리뷰 올립니다. 

제 귀가 너무 옹야옹야 살아온 것 같아서 구린 음반 듣고 까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구린 음반 까기 프로젝트인 'Angry Music Nerd' (줄여서 <AMN>)를 시동 걸어볼까 합니다. 그 첫 타는 한때 제 블로그 이웃인 라이카님과 쌔들러님이 가루가 되도록 깠던 피터 비욘 앤 존의 2009년 신보 [Living Thing]로 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한때 보랏빛 레코드에서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제가 열불 냈던 음반입니다.

사실 피터 비욘 앤 존은 하도 OST에 들락날락거리는 바람에 국민 히트쏭이 된 것 같은 'Young Folks'와 일부 곡들을 들은게 전부입니다만, 'Young Folks'는 정말 뛰어났습니다. 적절한 베이스 그루브와 날카로운 휘파람, 우울하면서도 달콤한 남녀 듀엣 보컬, 송가같은 가사 ("우리는 나와 네가 말하는 것만 신경 쓸거야") 등이 꽤 인상적이였거든요. 물론 이후 들었던 'Amsterdam' 같은 싱글도 좋았지만, 'Young Folks'은 그들의 엑기스를 순도 높게 뽑아낸 싱글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하지만 새 앨범은 그 엑기스를 (흠흠) 쳐말아 먹었습니다.

오프닝 'The Feeling'은 그럭저럭 흥겨운 비트박스 리듬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그루브는 중반부의 어설픈 늘어뜨리기 때문에 다 날아가버리고 (보코더 떡칠라도 한건지) 뭉개져버린 보컬은 쓸때없이 지저분한데다 그다지 흥도 안납니다. 왠지 파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어지는 'It Don't Move Me'는 그 기운에 쐐기를 박아버립니다. 도입부의 전자음 층위는 그저 난삽할 뿐이고, 곡도 밍밍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나마 보컬 멜로디가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입니다. 본격 애니멀 콜렉티브 스타일의 사이킥-일렉트로닉 하겠다고 만든것 같은 'Just the Past'나 'Living Thing'은 의미없는 전자음 덤불만 남았고, 비교적 전자음을 줄인 편인 'I'm Losing My Mind'도 밋밋합니다.

그나마 이 앨범에서 조금이나마 생명력을 얻는 순간은 아이들의 합창으로 시작하는 'Nothing to Worry About'나 "Hey, Shut the Fuck up Boys"라고 욕을 외치며 흥겹게 시작하는 'Lay it Down'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곡들 역시 밋밋하긴 매한가지고, 이조차 거추장스러운 전자음 때문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후반부 역시 나아지지 않습니다. '4 Out of 5'는 JAMC 풍 슈게이징 다운템포 발라드를 시도하려고 한 것 같은데 JAMC나 슈게이징 팝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아름다움은 커녕 듣는거 자체가 고역입니다. 'Last Night'도 비슷하지만 그나마 낫습니다. 끝 곡이거든요.

좀 흥분하긴 했지만, 이 앨범의 패착은 분명합니다. 사운드가 곡을 압도하고 있어요. 설상가상으로 그 사운드 축조도 구려요. 음을 덕지덕지 쳐바른것 같습니다. 게다가 사운드와 더블 합체를 해야 할 송라이팅 역시 그 매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들을땐 귀에 거슬리는데다 심히 더부룩하고, 듣고 난 뒤에는 휙하고 날아가버립니다.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건 당연하고요. 그들의 매력이 재빠르면서도 간결한 리듬과 명징한 고전풍 멜로디들라는 걸 생각하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그들은 스웨덴의 애니멀 콜렉티브가 되고 싶었나 봅니다. 실제로도 몇몇 곡에선 그런 야망이 엿보이고요. ('Just the Past', 'Living Thing') 하지만 그들은 애니멀 콜렉티브처럼 전자음을 자신들의 세계에 어떻게 결합할지 몰랐던 것 같고, 그 결과는... 참담합니다. 오토튠을 깠던 이즘 필자는 애꿏은 오토튠 대신 이 앨범의 전자음을 까야 했습니다.

여튼 이 세 스웨덴 인들은 'Lay it Down' 뮤직 비디오에서 'Young Folks'를 틀다가 끊고 'Lay it Down'을 시작하는 연출을 통해 "'Young Folks'는 신경쓰지마. 여기 [Living Thing]이 있잖아!"라고 선언 했지만 정작 전 'Young Folks'를 다시 찾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아... 라이터스 블록이나 구해야 되겠습니다.

P.S.1 걸즈와 라이터스 블록에게 3.5점 주고 이 앨범에게 4점 준 롤링 스톤즈는 칼리토 라이더님의 킥을 맞읍시다.
P.S.2  (계속 한다면) 다음 AMN 대상은 아마 Prefuse 73의 신보 [Everything She Touched Turned Ampexian]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P.S.3 메타크릭의 어떤 유저는 'Young Folks' 같은 안전한 길을 포기한 대신 추상적인 (혹은 프로그레시브한) 음악 세계를 개척했고 높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 이 앨범을 변명하고 있더라고요. 이에 대해 전 '올해 나온 [Wolfgang Amadeus Phoenix]는 들어보고 하는 말이냐!'라고 반박하고 싶습니다. 그 앨범은 이 앨범보다 더 성공적으로 사운드 축조와 매력적인 송라이팅의 하모니를 이뤄냈습니다.
P.S.4 어 솔직히 전 저 앨범 커버가 좀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