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한 쪼개기
영국 런던 출신의 핫 칩Hot Chip의 출세작 [The Warning]의 앨범 커버는 앨범의 음악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멤버인 오웬 클락이 디자인한, 판이 입체면을 '쪼개고' 있는 모습을 원색으로 담아낸 커버는 앨범에 담긴 쿨시크한 댄스 분위기와 글리치 비트를 암시하는 듯 합니다.
비록 댄스 음악의 최전위에 서 있는 DFA에 적을 두고 있고, 실제로도 비주류스럽다할 실험들도 거리낌없이 끌어다 쓰고 있지만 다행히도 이들은 사장님이신 LCD 사운드시스템처럼 청자들이 당황하지 않게 보험을 박아놓는 센스도 발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달달하게 진행하다가 갑자기 급변하는 'The Warning'의 간주 부분이라던가, 'Arrest Yourself'처럼 난데없는 아방가르드 색소폰 연주처럼 희한한 부분도 본래 있던 섬세한 감수성이나 재미를 해치는 방향으로는 엇나가지 않습니다.
[The Warning]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글리치 비트의 활용입니다. 이런 점은 '(Just Like We) Breakdown'나 'Tchaparian', 'The Warning'같은 트랙에서 볼 수 있는데, 하드코어한 쪼개기보단 세련되게 다듬은 노이즈 비트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세련된 노이즈 비트는 'Over and Over'에서 제대로 포텐셜이 터지는데, 다프트 펑크의 영향이 느껴지는 흥겨운 리듬 위에 쿨시크한 보컬과 로킹한 기타 디스토션이 노이즈 비트와 만나 멋들어지게 폭발하는 곡의 후반부는 분명 기억할만한 순간입니다.
앨범의 다른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렉트로닉 소울입니다. 'And I Was a Boy From School'나 'Colours', 'Look After Me', 'The Warning' 같은 곡들이 그렇죠. 이 점에서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실건데, 아무래도 핫 칩 쪽이 좀 더 흥겹습니다. 아무튼 일렉트로닉 소울의 면모로서도 합격점인데, 이 곡들에서 핫 칩은 꽤나 멋지게 '수줍은 소년의 멜랑콜리아'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And I Was a Boy From School'는 앨범의 두 방향이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좋은 싱글이고요.
[The Warning]은 DFA의 전성기를 대표할만한 좋은 일렉트로닉-댄스/소울 앨범입니다. 관습에서 탈피할정도로 실험적이면서도 대중들이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보편성도 획득한 앨범입니다.
P.S.1 2010년 2월 1일에 발매되는 신보 [One Life Stand] 발매 기념으로 써봤습니다. [Made In the Dark]도 구하면 써보도록 하죠.
P.S.2 [One Life Stand] 미리듣기가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공개되서 들어봤는데, 일단 [The Warning]보다 음반 단위로 사고하고 제작한 것 같더라고요. 'Over and Over'나 'Ready for the Floor'처럼 화끈하게 땡기는 곡은 줄었지만, 앨범 전반의 응집력이 늘었다고 할까요. 여튼 마음에 듭니다. 일단 'Thieves In the Night'나 'Take It In' (아마 잘하면 핫 칩이 내놓은 곡 중 'Over and Over' 버금가는 최고의 곡이 될 것 같습니다.), 'One Life Stand', 'Brother'가 귀에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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