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나의 사촌형 A 혹은 나는 어떻게 영국 대중 음악 빠가 되었는가

giantroot2009. 7. 24. 23:48

저번 아마존 인디록 베스트 포스트에서 언급한 '슬리터 키니를 듣는 사촌형' 기억하시는지요. 사실 그 분(앞으로 사촌형 A로 지칭하겠습니다.)은 제 음악 취향에 상당한 큰 영향을 끼친 분입니다. 자세한 신원은 공개하지 못하지만, 영국에서 음향 공부를 하고 지금은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분은 저를 대중 음악(특히 영국 팝)의 세계로 인도하신 분입니다. 이번 포스트는 그 분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여튼 A 사촌형은 독립하기 이전, 서울 큰집에서 살았고 사촌형이 머물던 방엔 컴퓨터가 있었기 때문에 집안일이 없을때마다 컴퓨터를 쓰러 그 방에 갔습니다. 종종 형한테 컴퓨터를 뺏기고 난 뒤, 할일이 없던 저는 방에 있는 LP(주로 클래식하고 헤비 메탈,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이 중심이였습니다.)하고 CD를 구경하면서(라고 적고 어지러뜨리면서라 읽는다.) 놀았습니다.

New Order - [Technique] (1989, Factory)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이름은 바로 뉴 오더New Order였습니다. A 사촌형은 뉴 오더의 모든 앨범을 구판 CD로 가지고 있었거든요. ([Get Ready] 앨범 까지는 봤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Low Life]하고 [Technique]였습니다. 그땐 앨범 커버 신기하네, 얘네들 뭐지?라는 생각만 들었고 들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땐 제가 너무 무지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Blur - [Blur] (1997, EMI)

오히려 그 당시 제가 관심을 가졌던 밴드는 바로 블러였습니다. 영화에 삽입된 'Song 2'를 듣고 오 멋지다! 라고 생각한 저는 앨범을 뒤적거리다가 이 곡이 들어있는 세임 타이틀 앨범을 보고 A형에게 부탁해 한번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이후 'Coffee & TV', 'Country House', 'Parklife', 'Out of Time'를 찾아들으면서 전 광희에 휩싸였습니다. 이야! 이 밴드 죽이는데! 그리고 그 이후 전 블러 빠가 됬습니다. 오아시스? 그거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굳이 블러나 뉴 오더 말고도 영국 팝 음악에 대한 사촌형의 식견은 대단했습니다. 물론 월플라워즈Wallflowers나 일즈Eels 같은 미국 밴드도 목록에 있었지만 매시브 어택, 오아시스, 펄프, 스웨이드 (뉴 오더 다음으로 많았음. 참고로 전 초기에 둘을 혼동했습니다.), 버브, 맨선, 라디오헤드, 트래비스, 펫 샵 보이즈, 뮤즈, 비요크 (아 비요크 여사님은 영국출신이 아니지),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포티쉐드, 제임스, 스톤 로지즈, 샬라탄즈 UK 같은 유명한 영국 뮤지션들이 저희 사촌형의 음반 목록에 있었습니다. 비록 그때는 이름만 간신히 안 경우가 부지기수였지만, 나중에 찾아들으면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아 정말 듣는 귀가 있으셨던 분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은 독립하셔서 그 방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지만 괜시리 들어가보게 됩니다.

요새는 음악이 아닌 광고 녹음 엔지니어로 일하신다고 들었는데 이 포스팅을 빌려 음악 듣는 즐거움을 알려 주신거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절 훌륭한 영국 대중음악 빠로 만들어준 것도 감사합니다. 

P.S. 지금 드는 생각인데, 조이 디비전 음반도 거기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