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이 좀 그렇군요. 처음 부터 뻔한 칭찬을 늘어놓을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건조한 느낌였습니다. 사막을 걸어가다가 마지막에는 모래 폭풍까지 만난 격이라고 할까... 전혀 희망적이지 못했습니다.
병석과 재경(실명 출연이에요.)은 오랜 연인 사이입니다. 그들은 빚 떄문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병석은 카메라 살려고 진 빚을 갚기위해 결혼식 촬영, 고기집 숯불 갈이, 성인용품 등을 전전하지만 시원치 않습니다. 재경은 사무실에 취직한 지 하루만에 잘리고 설상가상으로 홈쇼핑 업체에 사기 당하고 맙니다.
위에 적힌 내용을 보듯 신문 사회면에 가끔 나오는 카드깡으로 인생 망쳤느니 뭐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신문 기사가 철저히 이들의 부주의를 탓하고 있다면 노동석 감독은 오히려 이들의 편에 서서 사회가 이들을 몰아 넣은 것 아니냐며 따집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할 말 없습니다. 카드깡으로 고생한 적이 없으니 원.. 그렇지만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그들을 벼랑 끝까지 몰아넣은 사회가 잘못된 것 아닐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2.
웃긴 장면도 더러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웃겼던 장면이 바로 재경이 "배"라고 여러번 말하면 배가 떨어진다는 장면이였습니다. 그런데 더 웃겼던 것은 그들이 가자마자 배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극장에서도 이장면을 보고 관객들이 막 웃더라고요.
그러나 그 장면 웃자고 넣은 건 아닐거에요. "배"를 "돈"으로 바꾸면 돌연 심각해지거든요. 그들이 "돈"이라고 수없이 외쳐도 "돈"은 떨어지지 않고, 그들이 그것을 포기할려는 순간 돈이 떨어진다는 정말이지 서글픈 장면이 되는 거죠. 이런 식이에요. 웃음과 싸늘함이 공존하는.(이 영화에서는 싸늘한 분위기가 주에요. 웃는 장면은 간간히 양념 정도로.)
3.
저는 과장이 없는 영화를 좋아합니다.(물론 과장 많은 영화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를 지켜라!]) 이런 면에서 마이 제너레이션은 제 마음에 드는 영화입니다. 과장이 전혀 없어요. 심지어 유머마저도 철저히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과장이 없는 것의 단점은 바로..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 영화는 유머는 재미있을지라도 영화 자체가 재미있을지는 의문이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발견이라는 말을 충분히 받을 만 합니다. 큰 영화들이 가지지 못한 미덕은 이 영화는 다 갖추고 있거든요. 따라서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재미 없는 건 감수 하셔야 되겠죠. 곧 막 내릴 것 같으니 보고 싶으신 분은 어서어서 보시길.
뱀다리
영화 포스터를 보면 이창동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고 적어 놨는데, 아마 녹음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하지만 녹음 상태는 안 좋더군요. 튀는 부분이 있어요. 대사를 알아듣는 건 문제가 아니였지만 말입니다.(제가 이런 영화를 만든 적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