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아아트홀에서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총알 발레]를 보았습니다. 참고로 종로영화제 상영장입니다.
저는 30분 일찍 도착해서 표를 끊어 놓고 자리를 보러 갔습니다. 싼 표로 사서 그런지 무지하게 안 좋더군요. 순간 대단히 불편 하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남아서 영화제 포스터를 사고 극장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코아아트홀은 2관짜리 소극장인데, 극장이 지붕밑에 있는지 좌석 뒤쪽이 천장하고 닿을락 말락 했습니다. 대기실에는 예전에 개봉한 영화들의 포스터를 걸어 놨는데, 제가 본 영화도 여럿 됬습니다. 시간이 되서 다시 극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좌석이 꽉 차더군요.
영화는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는(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이 있습니다.)느낌이였습니다. 뭐랄까.. 전후무후한 경험이였습니다.
광고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고다(츠카모토 신야)는 어느날 애인이 자살하는 사건을 겪습니다. 상심한 그는 골목을 가다가 치사토와 그녀의 깡패 일당에게 두들겨 맞습니다. 이후 고다는 이상할리치 만큼 총에 집착합니다. 간신히 총을 구해 깡패 일당에게 겨누는 고다. 그러나 비웃음을 사고 다시 얻어 맞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진짜 총으로 다시 복수에 나서는 고다. 그러나 일은 엉뚱하게 꼬여서 패싸움을 하던 치사토를 구해주게 되고...
하도 영화가 휙휙 지나가서 영화가 끝난뒤에도 머리 속을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정리를 해보니 2가지의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총
보통 총은 남성성을 상징합니다.(보통이라고 말한것은 예외도 있었다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고다가 그렇게 총에 집착했던 것은 바로 남성성을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남성성이 무수한 사람들을 헤처 왔다고 감독은 말합니다.(애인의 자살과 중간중간의 몽타주, 권투선수 살해 씬 같이.)
중간에 프로이트의 거세 공포증같은 장면도 살짝 엿보이는데, 과대 해석같아서 안 적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도쿄
세계 거대 도시중 하나인 도쿄는 주인공들을 압박하는 곳입니다. 그 방식이 품위있던(고다는 광고 계약을 두고 치열히 경쟁해야 합니다.) 없던 (치사토는 뒷골목에서 상대 두목과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합니다. 그 속에서 고다와 치사토는 점점 지쳐 갑니다. 영화의 후반부, 치사토는 고다에게 울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죽는 것 보다 살아나는 게 더 무섭다."
죽으면 그것으로 경쟁은 끝납니다. 하지만 살아남으면 그 경쟁을 계속해야 합니다. 치사토는 그게 두려웠던 것 아닐까요?
영화의 마지막, 고다와 치사토는 다른 방향으로 뛰어갑니다. 상처를 입은 몸으로 처음엔 절뚝 거리지만 나중엔 환하게 웃으면서. 죽음과 폭력의 유혹에서 벗어난 것일까요? 아마 그들은 계속 경쟁을 이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이 밖에도 관료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 소통부재 등 여러가지 주제를 읽어 낼수 있습니다.)
위의 해석 다 건너뛰고, 1인 7역의 달인 츠카모토 신야의 경악스러운 영상세계를 즐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는 흑백 영상으로 총을 둘러싼 기괴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카메라는 계속 흔들리고 주인공들은 죽어라 뛰어다닙니다. 제가 본 영화중 가장 충격적인 몽타주도 들수 있겠군요. 전쟁 장면과 총 쏘는 장면을 교묘히 연결 시킨 몽타주 장면은 손가락에 꼽을 만 합니다.
이 영화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좀 불친절합니다. 하도 빠른 진행으로 인해 '그러니까, 무슨 말한거야?'라고 생각한게 수십번 됩니다. 그는 이미지 꿰 맞추기에는 달인이지만, 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는 무슨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한 소절 보여주기' 같습니다. 너무 인색한 것 같아요. 좀더 보여줄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가끔 가다 등장하는 난해한 장면도 여기에 한몫 거들고요.
하지만, 츠카모토 신야가 보여주는 판타지를 진정으로 경험하시려면 이런 불편함도 참아내시길, 그는 진정한 환각덩어리입니다. 정말이지.
추가:1.이번 영화를 본 코아아트홀이 있는 종각은 츠카모토 신야가 보여준 네오 도쿄의 이미지하고 많이 닮아있었어요. 참으로 희귀한 경험였습니다.
2. 튜브엔터테인먼트에서 수입을 했는데, 아마 지난 8월 말에 한 일본 뉴웨이브 영화제를 위해 수입한 것 같습니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지만.
3.츠카모토 신야, 참 근육질이더군요. [이치 더 킬러](도저히 보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지만.) 그의 전작들은 본 사람들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