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여기는 스네이크, G.U.E.에 잠입했다' (...)
대략 내용은 A+에 사활을 건 어느 용자 이공대딩(눈이 쏟아지는 겨울에도 레포트를 위해 야심한 밤 학교에 잠입한 이 대딩의 이야기를 듣고 뱀병장님이 감동하셨다는 훈훈한 일화(?)가 있습니다.)이 자기 레포트 날려버린 러브크래프트 풍의 괴물을 킹 오브 하트로(...) 퇴치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 학교에 숨겨져(Lurking) 있는 음모와 비밀을 파헤치기도 하고, 간간히 귀여운 우리 괴물분들이 플레이어를 즐겁게 해주기도 합니다.
유머스럽게 적어놨지만, 실제 게임 분위기는 상당히 무섭습니다. 일단 텍스트 중심의 게임이라, 공포 묘사의 대부분이 텍스트로 나타나는데, 그 텍스트와 배경이 상당히 좋습니다. 어두침침한 캠퍼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지하실, 눈으로 뒤덮혀 쉽게 이동할 수 없는 바깥, 기분 나쁜 악의 소굴, 나무 밑에서 파낸 손... 그야말로 사람들이 실제 삶에서 공포를 느끼는 요소들을 훌륭하게 엮어 만들어낸 점이 좋았습니다. 물론 러브크래프트 풍의 괴물들도 빼놓으면 섭섭하고요. 전반적으로 좋은 공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충격도 상당부분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인터랙티브 픽션치고 드물게(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소리를 사용했는데 그 소리를 이용한 연출도 무섭습니다. 특히 첫 괴물이 등장하는 부분의 비명 소리는 저를 놀래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인터랙티브 픽션 게임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데, 상황을 텍스트로 던져주고 그 상황에 맞는 행동어를 치는 형식으로, 그래픽 없는 어드벤처 게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명가의 게임 답게 잘 짜여져 있습니다. (피오 기자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인포컴의 문장 해석기는 당대 최고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Bureaucracy처럼 명령어 잘못 쳤다고 페널티 주지 않아서 훨씬 수월하다는 느낌입니다. 여전히 언어의 장벽은 높긴 하지만 말입니다.
The Lurking Horror는 호러 게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우선 러브크래프트 풍의 스토리는 후대 어둠 속의 나홀로에게 영향을 미쳤고, GC 호러 게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이터널 다크니스는 게임의 한 장을 이 게임의 제목을 빌려 헌정했습니다. 다소 낡은 게임 구조를 적응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최상의 공포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PS. 놀랍게도 비스타에서 도스박스 없이 잘 됩니다! 소리도 나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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