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누설이 있습니다.)
데릭 시엔프랜스의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제법 긴 롱테이크로 루크가 방에서 나와 모터사이클 쇼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도입부만 봐도 이 영화는 전작의 감수성과 테크닉을 이어오면서도 스케일을 확장하겠다는 감독의 야심이 보인다. 그 야심과 도전이 모두 성공한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은 이 어려운 과제를 제법 그럴싸하게 성공해냈다.
말하자면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전작 [블루 발렌타인]의 주역이였던 뉴욕 주 하층민들을 주인공 삼아 벌어지는 그리스 비극이다. 집도 가정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루크는 어느날 뉴욕 주 스키넥터디로 돌아왔을때 하룻밤 동침했던 여인 로미나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곧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그 행복을 가지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자신과 자신의 아들 제이슨, 경찰 에이버리와 그의 아들 AJ까지 엮이게 되는 비극의 시발점이 된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빙글빙글 도는 모터사이클 쇼의 철창을 보여주면서 원형의 이미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이 원형의 이미지는 루크 파트에서 조금씩 변주해 등장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역시 관람차일것이다.) 영화의 전개에 대한 힌트를 던져준다. 이쯤되면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가 끊임없이 죄가 대물림되는 인간사의 악순환에 대한 통찰을 할 거라는게 눈에 보인다. 카톨릭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영화는 실제로 로미나 가족을 히스패닉 계열 카톨릭 교인으로 설정해 그 코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우선 기술적으로는 만족스럽다. 데릭 시엔프랭스는 카메라를 막 흔들며 액션을 찍는게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낭비하는 씬 없이 날렵하게 이끌고 간다. 가끔 등장하는 드라이브 씬에서 느껴지는 장중한 음악과 2.35:1 비율로 찍은 탁 트인 스키넥터디 자연 풍광은 어떤 로맨티시즘과 쾌감이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뛰어나기 그지 없다. 특히 루크 파트 마지막에 라이언 고슬링이 보여주는 연기는 왈칵하게 하는 진실함이 있다.
도입부인 루크의 파트는 매우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영화는 루크 같은 캐릭터가 딱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주면서도 어떤 미화없이 이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과 기막힌 마력馬力을 끌어내고 있다. 루크는 그리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주려고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끝내 자신의 죽음까지 부르게 된다. 무엇보다 루크에 함몰될 수 있던 영화의 시선을 다른 이들에게도 존중을 표하는 점도 좋았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른 남자를 선택했지만 여전히 루크를 좋아하며 동시에 상처받는 로미나, 이런 상황과 시점이라면 천하의 개쓰레기로 전락할법한 로미나의 새 남친 코피에게도 이해가 돋보인다고 할까.
루크의 뒤를 이어 등장하는 에이버리도 좋은 캐릭터이며 이 캐릭터가 끌고가는 이야기도 좋다. 죄책감과 죄의식 속에서 번민하며 조금씩 마모되고 타락해가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에이버리는 운명 비극에 어울리는 남자이며 도덕적 선택을 원동력으로 돌아가는 부패한 경찰 범죄물에도 잘 맞는다. 또 영화는 주인공이 바뀐다는 굉장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무리없이 그 과정을 수행해내며 동시에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다만 그 흥미진진함과는 별개로 에이버리 파트는 감독의 의도보다 조금 길어진듯한 느낌이 있다. 조금 번거롭게 돌아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시간을 건너뛰어 진행되는 AJ와 제이슨 파트는 영화 내내 지독한 악순환과 비극의 고리를 폭발시키며 동시에 거기서 벗어날수 있는 속죄를 열어젖히는 장인데 이 부분은 좀 미묘하다. 데인 드한의 연기가 강렬하고 캐릭터들의 묵직한 드라마도 잘 굴러가고 결말도 여운이 깊지만 그 과정이 좀 미진하다고 할까. 무엇보다 AJ와 제이슨의 애증어린 관계라던지 마지막에 제이슨과 에이버리의 대결 구도가 살짝 미진했다는게 아쉽다. 극의 구성상 모든 감정이 절정에 달하고 주제의식이 빛나야 할 부분이기에 이 아쉬움은 더 크다. 전반적으로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통제력을 놓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드]는 여전히 멋진 남성 드라마라 할만하며 데릭 시앤프랜스과 배우진들은 남자라면 한번쯤은 공감해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묵직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라이언 고슬링은 점점 앳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독특한 카리스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차근차근히 성장해나가는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P.S.1 찾아보니 데릭 시엔프랜스는 이 영화가 세번째 영화라 한다. 첫 영화를 15년전에 찍었다고.
P.S.2 특이하게 관객 중에 백인 할아버지가 있었다. 상황을 보면 분명 영어권 관객인게 분명한데 그 분은 어떻게 해서 여기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된 걸까... 잠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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