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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즈 킹덤 [Moonrise Kingdom] (2012)

giantroot2013. 3. 24. 02:12




문라이즈 킹덤 (2013)

Moonrise Kingdom 
8.4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루스 윌리스,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프란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튼
정보
어드벤처 | 미국 | 94 분 | 2013-01-31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은 귀여운 영화다. 딱 이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귀여움은 G등급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귀여움이 아니다. 어머니는 경찰과 불륜을 하고 가위로 옆구리를 찌르고 개가 죽고 못 박힌 망치가 나오는 그런 귀여움이다. 즉 귀여운데 뭔가 무심한듯 시크하게 귀엽지 않은 걸 내보낸다. 하지만 그 귀엽지 않음조차도 결국엔 귀여움에 포함되어 묘한 맛을 만든다. 웨스 앤더슨 영화는 거기서 시작한다.


[문라이즈 킹덤]은 그러니깐 애들이 연애하는 내용이다. 부모가 없는 소년 샘은 어느날 외톨이 소녀 수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그 사랑을 용납하기엔 너무 피곤한데다 빡빡하고 샘과 수지는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한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발칵 뒤집히고 그들을 쫓기 시작한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가 그랬듯이 웨스 앤더슨은 서사 구조로 보자면 보수적인 감독이다. 시간은 그리 꼬지 않으며 그렇다고 도발적인 전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이야기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가 다른 감독들과 차별되는 것은 이야기 요소의 배합이다. 


[문라이즈 킹덤]은 웨스 앤더슨 필모 중에서도 좀 인공성이 강한 축에 속한다. 1960년대라는 시공간이지만 웨스 앤더슨은 이상할정도로 이 세계의 '역사적 맥락'을 재현하는데는 무관심하다. (어거지로 60년대에 흔했던 부모 세대간과 자식 세대간의 갈등 이런걸 뽑아낼수는 있겠지만...) 그는 그 시공간의 이미지만을 빌려와 영화를 만든다. 프랑소와즈 아르디, 행크 윌리엄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형형색색의 원색들과 패션들, 기막히게 이쁜 미국 북동부의 자연들... 물론 영화 줄거리 자체도 전작들에 비해 문학적인 모티브가 강하다는 것도 지적해야 되겠다. 마크 트웨인과 성서,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슨 같은 고풍스러운 영미 문학들의 전통이 느껴진다고 할까.


위에 언급한 그 기묘하게 귀여운 상태도 한 몫한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에서 볼 수 있어도 어두침침한 상황이 이어져도 심각한 감정에 빠지는게 아니라 외려 코메디화 되버리는 상황이 이어진다. 짐 자무시의 코메디가 그렇듯이 웨스 앤더슨의 코메디는 과장된 에너지가 싹 제거되어 있다. 카메라는 냉담하게 그들의 진지하게 우스꽝스러움을 잘 짜여진 미장센에 녹여내고 (웨스 앤더슨의 코메디는 전경 뿐만이 후경도 굉장히 중요하다. 샤프 소장과 로라가 진지하고 심각하게 불륜이 들통났다고 고민하는 가운데 월트가 바이크를 만지작거리는 시퀀스가 그렇다.) 작중 인물들은 이 모든 것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위트가 넘치는 대사를 서로에게 쏘아댄다.


이는 웨스 앤더슨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메세지하고도 연관이 있는데 그는 인생이 코메디도 비극도 아닌 그 중간의 무언가라고 보고 있다. 그 무언가에서 등장인물들은 불확실한 감정에 해메고 후회한다. 샘과 수지는 그 불확실한 무언가에서 탈출해 확실한 사랑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이 모험은 곧 불확실함 속에 머물고 있던 인물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된다.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지 않지만, 때론 코믹하면서도 쌉싸름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