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 Test/리뷰

어새신 크리드 3 [Assasin's Creed III] (2012)

giantroot2012. 11. 25. 17:23



(누설이 한가득 있습니다.)


폴라곰: 2년동안 찾지 않다가 다시 부르는 이유가 뭐에요.

큰뿌리: 뭐긴 뭐에요... 동어 반복 하다가 지쳐서 좀 색다르게 써볼려고 하는거지.

폴: 쯧쯧. 글쟁이 자격상실이네요. 하긴 최신 댓글 보면 알 수 있죠^^ 게다가 [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라던가 [제 3의 사나이] 같은 걸작 영화들은 제쳐두고 고작 어크3 리뷰 쓸려고 날 불렀나요? 별로 마음에 안드는 게임 가지고 떠드는거 귀찮단 말이에요. 됬고 겨울잠 좀 자게 좀 해줘요. (자리 펴고 눕는다.)

큰: 님 제발... 이 리뷰 못 쓰면 사람들이 절 뭘로 생각하겠어요. (대답 없음. 곧 비굴한 표정으로.)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럴께요 ㅜㅜ


폴: (한숨을 푹 쉬고) 다음엔 나 좀 잊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2년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사이) 모름지기 끝맺음은 항상 중요하다고 선현들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어새신 크리드 3] 결말은 그 선현들이 보면 에이그 쯧쯧쯧 거릴 결말이에요. 우선 그렇게 '3부작 완결! 데스몬드 이야기의 종결!' 뻥카를 줄창 쳐넣고는 결말이 뭐에요. 결말이.... 까놓고 말하죠. 큰뿌리님은 결말이 만족스러우셨나요?

큰: 아뇨.

폴: 거봐요. 이런 결말을 그냥 통과시켜준 제작진들은 무슨 생각을 한거래요?

큰: 아 그건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어크 시리즈에서 뭔가 짜임새 있는 결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에지오 이야기와 알테어 이야기가 끝나고 데스몬드가 다짐을 한 레벨레이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막상 플레이 해보면 그렇게 말이 안 되는 결말은 아닙니다. 과거편하고 의외로 연동되어 있기도 하고 게임이 추구했던 사상적인 일관성이 있다고 할까요. 데스몬드가 서 있는 '진영'이라면 선택할수 있는 결말이죠.


폴: 그건 그렇다고 쳐요. 뭐 다들 높게 평가하는 2편도 결말은 짜임새 있는 결말은 아니였으니깐요. 하지만 데스몬드의 마지막 선택이 정말 뜬금 없어요. 뭔가 심각하게 중간 과정을 빼먹은듯한 느낌이에요.

큰: 흠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만약 어새신 크리드가 선택을 중시하는 게임이였다면 이렇게 까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결말의 문제점은 데스몬드의 선택이 중점인데도 정작 데스몬드의 주체는 존재하지 않고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진행하니깐 받아들여라 강요하는 거죠.

폴: 하긴 어새신 크리드는 단선적인 플롯을 따라 영화적인 연출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임이니깐요. [매스 이펙트]나 [헤비 레인] 같은 게임이 아니니 선택을 넣을 수 없었겠죠. 그러니 좀 데스몬드 캐릭터 개발 좀 하지 그랬어.


큰: 그래도 아주 노력하지 않았던건 아닙니다. 데스몬드는 이번 편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나름의 드라마도 있습니다.

폴: 이번 편에서 데스몬드와 아버지 윌리엄 마일즈의 관계가 인스턴트식으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리버럴이여서 그런지 윌리엄의 주장에 데스몬드가 아버지 (=어새신) 말이 다 옳다는 헤벌레 따라가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큰: 그런건 없었죠.


폴: 네. 윌리엄은 분명 통솔력 있지만 자신의 단점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적인 결함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데스몬드도 대의를 선택하긴 했지만 윌리엄에 대한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묘사도 좋았고요. 다만 전 뭐랄까 윌리엄이 데스몬드의 과거를 포용하는 자세를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젊었을땐 다들 부모말이 듣기 싫어 탈선할수도 있지 뭐. 어새신의 아들이라고 반드시 일직선으로 가야 하남? 에지오는 어릴때부터 여자 후리고 다녀도 아빠가 되려 좋아하더만.

큰: 난 되려 일관성이 있다고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은 자기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의무를 중시하는 캐릭터에요. 리더로써는 훌륭하지만 인간으로써는 여유가 없는 캐릭터죠. 게다가 에지오 때와 달리 현재 어새신 상황이 말이 아니였잖아요? 다니엘 크로스가 깽판쳐서 망하기 일보진전이였는데다 지구 멸망 직전이니껜. 윌리엄 눈엔 인간적인 욕망을 찾고 싶어하는 데스몬드의 일탈과 반항이 같잖게 보인거죠. 아무튼 이 둘은 간단하지만 역동적인 관계고 제법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제공합니다. 아무튼 데스몬드 캐릭터 개발은 생각 외로 착실한 편입니다.


폴: 좋아요. 다 좋아요. 그런데 왜 그 마지막 선택은 왜 그런건지에 대답은 없잖아요?

큰: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던거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우선 선택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반전이 너무 막판에 나와요. 굉장히 의미심장한 드라마를 만들수 있는 딜레마인데 빠르게 처리되버리죠. 차라리 이걸 좀 앞당겨 동료들 간의 갈등을 만드는게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게다가 어새신 크리드 서술 구조는 데스몬드에게 불리할수 밖에 없죠. 심지어 표지조차 조상들이 차지하고 있는 마당이니깐. 자연히 캐릭터 입지가 희미해지죠. 기억 셔틀이라고 놀림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데스몬드만을 내세울수도 없는게 어새신 크리드의 역사적인 요소가 가져다주는 매력을 걸리죠. 각본가들이 엄청난 스턴트를 벌이고 있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이러면서도 망하지 않는게 신기하죠.

폴: 사정은 이해합니다만 결말은 더 나아질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스러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큰: 그렇긴 하죠.


폴:결말은 이 정도로 하더라도 크로스나 워렌은 참 허무하게 퇴장하는것도 좀 그렇습니다. 워렌은 어쩔수 없이 퇴장한다해도 크로스는 게임 출현이 이번이 처음인데 지나가는 깡패A 이상 이하도 아니에요. 라이벌 구도를 만들며 흥미진진한 사상적 대립을 지닌 드라마를 만들수도 있었는데.

큰: 크로스는 뭐.... 나중에 살아있다고 하면서 다시 등장시킬수도 있겠죠.


폴: 과거편 이야기를 해보죠. 이것도 전 마음에 안드는게 3편은 주인공 코너가 너무 늦게 나와요! 보통 어새신 크리드 오프닝은 주인공이 차지하지 않습니까? 이번 편은 그렇지도 않아요. 챕터 하나에서만 주인공인 하이담이 차지 하고 있습니다. 난 코너를 하고 싶지 하이담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고!

큰: 하지만 그 비정상적인 구조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특히 그 반전...

폴: 아 그건 저도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큰: 이 반전은 현대편의 막판 반전과 달리 효과가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을 영리하게 서술 트릭으로 써먹었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하이담이 템플러라는게 극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니깐요. 전편의 템플러였던 로드리고나 체자레는 흥미진진한 괴물이긴 했지만 결국 타자였죠. 하지만 우리는 하이담을 절대로 타자화시킬수 없습니다. 그는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 결과 혈육에 대한 애증과 사상적 대립으로 뒤얽히다가 파국을 맞이하는 코너와 하이담의 관계는 그리스 비극과 같은 장엄한 아름다움마저 풍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사상을 끝내 인정하지 않지만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서글픈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아버지 살해 모티브라는 점에서 1편의 알 무알림과 비슷하지만 결국 막판에 흉악하고 졸렬하게 몰락했던 알 무알림과 달리 그는 마지막에서도 품위 있습니다. 알 무알림 캐릭터가 형편없다는건 아닙니다만.


폴: 근데 보스와 중간보스가 좀 위치가 역전된 것 같지 않아요? 보통 플롯이라면 찰스 리가 중간보스로 퇴장을 하고 하이담의 대결이 방점에 찍힐것인데 이 게임은 반대입니다. 찰스가 최종 보스고, 하이담이 중간 보스입니다! 심지어 중간에 찰스 가 그 사건의 주모자가 아니라는게 드러났을때도 게임은 그 구조를 밀고 갑니다! 하면서 뭔가 뒤집혔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더라고요.

큰: 그 뒤집힘도 의도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 뒤집힘으로 인해 하이담과 찰스의 관계가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진짜 서로를 존중하고 희생할 줄 아는 사이입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모노톤 악역으로 보였던 찰스에게 깊이를 더해줬습니다. 하이담 사망 후 찰스가 코너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은 정말 인간적인 분노로 차 있습니다.

폴: 왠지 그 부분 대사는 [아저씨]스럽던데요.


큰: 하하하^^ 그런 깊이를 제외하더라도 찰스 리는 좋은 악당이기도 해요. 위협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고 머리도 비상하죠.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아 정말 망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깐.

폴: 이번편의 템플러들은 확실히 감정 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들이더라고요. 심지어 가장 생각 없고 개찌질이처럼 보이는 토마스 힉키조차도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죠.

큰: 그런 철학이 어설픈 개똥철학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캐릭터의 존중심으로 나간다는 점이 3편 시나리오의 강점인듯 합니다.


폴: 근데 왜 결말은 왜 그렇게... 아니 그건 둘째치고 그렇게 보더라도 코너의 동기가 명확치 않은 것 같아요. 부족을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적인 복수도 있는 것 같고 대의명분 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보면서 잘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단적으로 복수할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코너는 악착같이 찰스에게 매달리죠. 그 집요함이 좀 무서울 정도입니다. 감정 이입 정도가 다른 편 주인공들에 비해 적다고 느껴졌습니다.

큰: 확실히 코너는 알테어나 에지오에 비해 감정 이입 정도가 늦게 걸리는 편이죠. 유머 감각도 적고 항상 진중하니깐요. 유들유들한 매력은 없는 정통적인 Bad Ass 캐릭터라고 할까요. 하지만 보기만큼 동기가 아주 흐릿한 것도 아닙니다. 동기가 여러개긴 하지만 그 동기들 대부분은 한쪽 방향으로 가르키고 있으니깐요. 전작 주인공들에 비해 좀 뭉뚱그려져 나타날 뿐이죠. 게다가 그런 뭉뚱그려짐이 캐릭터의 외로움을 배가시켰다면 어떨까요? 


폴: 그 부분에 대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큰: 코너는 지금까지 어크 주인공 중에서 가장 외로워보이는 주인공입니다. 일단 설정상 미국 형제단이 싸그리 몰락해서 동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동료의 존재감이 없어요. 오로지 이익 관계에 따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뿐이죠. 어머니는 일찍이 죽었고 스승인 아킬레스나 아버지 하이담, 친구인 카넨토콘은 마지막에 죽고 그나마 자신의 이상과 맞닿아있던 존경했던 조지 워싱턴은 사실....

폴: 미국애들이 그거 보면서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 뭐 마스터즈 오브 호러에서 나왔던 워싱턴이 식인종이였대!! 에피소드보다는 훨씬 예의바르죠. 워싱턴은 이상을 추구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죠. 여튼 이 점에서 어크3는 우리 으메리까가 최고여!! 하고 선을 명백하게 긋고 있습니다. 게임은 코너의 아메리카 원주민으로써 정체성과 역사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고 코너(와 숀)의 시선을 통해 미국 독립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사실 그들의 독립과 자유는 철저히 백인 남성 중심이였다는-과 우상파괴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폴: 근데 코너는 당시 시대 사람치고 너무 현대적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나요? 코너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현대적인 시민상"에 근거한 발언들은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나 [글래디에이터]에서 보였던 지나치게 시대를 앞질러가는, 현대적인 역사 인식의 개입이 도드라져보입니다. 에지오나 알테어 때도 느낀거지만 말이죠.

큰: 그래도 어떻게든 역사적 고증을 유지하려고 했던 리들리 스콧의 역사 영화들과 달리 이 쪽은 좀 자연스러워보이더라고요. 처음부터 팩션을 지향하고 나와서 그런걸지도요. 게다가 그런 '현대적'인 인식은 당대에 실패했다는걸 과거편 결말과 숀을 통해 확연히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코너는 모든 것을 잃고 이뤄질 수 없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 홀로 발악하는 캐릭터입니다. 아까 언급했던 동기의 뭉뚱그러짐은 그런 발악을 처절하게 만들어주고 있고요. 찰스 리하고 함께 하는 절정 부분라던가 ("하지만 그 누구도 하지 않으니깐!") 결말 부분 보세요. 'A Real Hero'라도 깔아줘야 할 판입니다.


폴: 둘이 서로 사이좋게 칼빵 놓는 부분이 참 레픈의 [드라이브] 스럽더라고요. 시기상 그럴리는 없지만 설마 각본가가 팬인가?

큰: 코너가 토마호크 대신 장도리를 들었다면 완벽했을지도요.

폴: 하하하하^^ 근데 황량한거로 따지자면 알테어 인생도 황량하지 않았나요?

큰: 에이 알테어는 그래도 잃은것도 많지만 얻은것도 많죠.


폴: 여튼 그런거 차치하더라도 3편은 이야기 스케일이 작아요... 2편의 20년동안 이어지는 장대한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외려 브라더후드 수준이에요. 그렇다고 치고빠지는 맛이 있냐 그런것도 아니고요. 명색이 정식 넘버링 타이틀인데....

큰: 에지오와 반대로 역사적 사건을 드라마의 끝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좀 끼워맞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다뤘다면 뭔가 균형이 맞지 않았을겁니다.


폴: 휴유 마침내 게임 디자인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게임 디자인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전 어새신 크리드를 도회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어크3는 도시의 매력이 별로 살아있지 않아요. 보스턴이나 뉴욕이나 별로 매력적인 도시는 아닙니다. 또 지붕 위를 파쿠르하며 달리며 느끼는 쾌감 같은게 많이 줄었어요.

큰: 역사적인 고증으로 하자면 어쩔수 없었을거에요. 당시 미국은 그야말로 척박한 곳이였으니깐요. 그래도 새로 도입된 집안 가로지르기라던가 같은 건 좋더라고요.

폴: 그 포인트 찾기 힘들어서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더라고요. 또 지도를 이용한 빠른 이동은 진짜 쾌거라 할만하지만 반대로 그 빠른 이동 포인트 발견하는걸 던전 탐색식으로 일일이 찾아다니게 한건 좀 호불호가 갈릴듯 합니다. 솔직히 전 불편했어요.


큰: 전 나름 RPG 생각나고 그래서 재미있더라고요. 뭐 도시의 매력이 줄어들었다는건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래도 자연 풍광은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폴: 난 그것도 좀 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 북부 산맥을 돌아다니는게 매력적이긴 합니다만 (캐나다 여행 갔던거 생각나고 그러더라고요.) 필드나 미션 구성이 [레드 데드 리뎀션] 베끼기 냄새가 너무 심해요. 그리고 나무 같은 건 아이디어가 좋았는데 뭔가 건물처럼 뛰어다니는 장쾌한 맛이 부족합니다. 흐름이 뚝 끊긴다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요.

큰: 그 쪽의 선구주자니깐 벤치 마킹은 당연한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도 레데리를 뛰어넘는 무언가는 없었다는 폴라곰 씨의 의견엔 동의합니다. 대신 해전 같은건 굉장합니다. 이번 편에서 가장 공들인 디자인이고 상당한 수확을 걷어들였다고 봅니다. 오픈 월드 최초로 구현된 해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가치가 있어요.

폴: 근데 옆에서 보니깐 교통 사고만 일으키던데요 ^^

큰: 인류 평화를 위해 운전 같은건 배우지 않기로 했거든요?


폴: 미션 디자인이나 UI은 솔직히 옥석이 뒤섞여 있더라고요.

큰: 메인 미션은 레벨/미션 디자인에 무리수를 둔 몇 개 정도 빼곤 퀄리티가 괜찮은 편입니다. 사실 다들 찰스 리가 어렵다고 했는데 외려 찰스 리보다는 토마스 힉키나 하이담이 어렵더라고요. 특히 하이담은 제법 애먹었습니다.

폴: 확실히 하이담 전은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한 연출을 넣기 위해 한건 알겠는데 핸디캡이 걸려서 빡치는데다 연출 포인트를 찾아 발동시키는게 너무 애매해요. 세이브 포인트는 히트맨 앱솔루션처럼 '다 했는데 들켜서 시작부터 다시 해야함' 정도로 괴랄하진 않지만 조금 불편하게 배치된 부분이 있습니다.


큰: 부가 미션 이야기를 해보자면 암살자 미션은 1편의 메인 미션 구조로 회귀-의뢰인이 원하는 의뢰를 해결한 뒤에 접근이 가능했던-했지만 미션 디자인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버그 문제가 있어서인지 좀 피곤했지만... 깃털에 대응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감은 좀 악랄해졌지만 재도전이 가능해서 그렇게까지 짜증스럽진 않습니다. 3편의 강점은 부가 미션에 세부 이야기를 부여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마을 미션은 마지막은 제법 찡하더라고요. 

폴: 세부 이야기 자체는 제법 양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연동해서 상호 작용 대화 이벤트도 상당히 공을 들인게 좋더라고요. 정작 마을 관리 자체는 아이템 만들기 파트와 수송대 보호하는게 미묘하게 짜증스럽지만... 반대로 암살자 미션은 그런 세부 이야기의 추가가 양면의 날이였다고 봅니다. 좀 번거롭다고 할까요. 암살자 팩션 자체도 매복 같은 혁신적인 행동 추가 같은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모집하기도 부르기도 쉽지 않게 된데다 암살자 능력 자체가 너프당한 느낌도 있어서 전투가 어려워졌습니다.


큰: 그것도 그거지만 전투 자체도 워리어 크리드라고 함부로 말 못하겠더라고요. 레벨레이션의 예니체리처럼 혈압 팍팍 올라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들 공평하게 세졌어요. 그 외 자잘한 행동들 난이도도 올라갔습니다. 엿듣기나 훔치기... 대신 벽에 기대서 은신하기 같은 '아 이건 왜 진작에 안들어갔지' 같은 행동이 추가됬더라고요.

폴: 엿듣기는 디자인은 그럴싸하지만 미묘하게 짜증납니다. 반대로 훔치기는 적절한 난이도로 조정된것 같습니다. 근데 진짜 벽에 기대 은신하기'는 왜 지금에서야 들어간거래요?


큰: UI 이야기를 하자면 전 한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말 부르는 휘파람이 왜 고정 버튼이 아니라 일일히 설정하게 됬는지 모르겠어요.

폴: 그러게 말입니다. 반대로 암살단 메뉴가 게임 내 스팟이 아닌 언제든지 부를수 있는 메뉴 형태로 변경된건 좋다고 봅니다. 레벨레이션에서는 좀 번거로웠죠. 폭탄 부분도 간결하게 쳐낸것도 좋아요.

큰: 폭탄은 확실히 쳐내니깐 보기 좋더라고요.


큰: 데스몬드 미션은 어떤가요?

폴: 아직까지는 현대전을 어떻게 만들건가 라는 고민이 담겨있는 시안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총을 이용한 전투는 괜찮았지만 딱 그 정도. 미션 디자인 자체가 과거 파트 판박이에요. 뭐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게임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겠지만.

큰: 불쌍한 데스몬드.


큰: 그래서 이번 어새신 크리드 3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면 기대한것치고는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았다는거군요.

폴: 제작진이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여러 도전을 많이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된 것 같더라... 그런 느낌이에요. 그리고 스토리 측면에서 뻥카쳐서 자멸한 부분도 없잖아 있고.


큰: 음 제작진은 [헤일로 3] 같이 웅장한 마무리와 동시에 후속편 제작 가능한 그런 결말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폴: 그거하고 그게 같나요. 작가의 '아 ! 이런 결말 내는 난 아티스트해!' 같은 자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선 [매스 이펙트 3]보단 낫긴 하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2012년 멸망 떡밥을 올해 가기 전에 써먹으려고 했다가 망한듯한 느낌입니다. 캐릭터 묘사 같은건 상당히 발전했다는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될 정도에요. 차라리 3부작 완결! 그런 말 하지 않았다면 나았을것 같습니다.


큰: 어쨌든 마무리는 지어졌고 후속작 예고는 했으니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노는 그냥 흑막으로만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폴: 찬성입니다. 걔가 직접 나서면 어새신 오브 워로 바뀌어야 할듯요.


큰: 아무튼 게임 자체는 괜찮은 요소들은 많습니다. 웅장한 스케일로 밀어붙이는 해전 같은건 진짜 게임사의 획을 그을만한 성취라 할만하고, 여전히 기본적인 재미도 보장해주니깐요. 레벨레이션처럼 조금 안이한 재탕이거나 1편처럼 미완성 프로토타입을 내놨다 그런건 아니에요. 여전히 제작진들은 열정적이고 창의적인데 다른 방향으로 실패했다고 봐야 할듯 합니다.

폴: 그건 맞습니다. 열의는 인정합니다만 좀 다듬어서 후속작이나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미국 혁명 끝났으니 프랑스 혁명이라던가 아니면 아예  미국 원주민=코너를 주인공으로 당대 백인들 대차게 까는 서부극([늑대와의 춤을]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시팅 불의 역사교습] 스타일로)라던가...


큰: 뭐가 나올지는 좀 봐야 되겠죠.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폴라곰 씨. 사죄의 의미로 다음엔 영화 리뷰나 한번 하죠. [키스 미 데들리]나 [제 3의 사나이] 라던가...

폴: 네 그러죠..


P.S. 큰: 멀티 플레이는...

폴: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야기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