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 Test/리뷰

스플린터 셀 / 스플린터 셀: 판도라 투모로우 [Tom Clancy's Splinter Cell / Tom Clancy's Splinter Cell: Pandora Tommorow] (2002; 2004)

giantroot2013. 1. 27. 22:52


(사실 1,2편은 그렇게까지 많이 차이나는 게임은 아니여서 1을 위주로 서술했습니다.)


스플린터 셀이 처음 나왔을때 여러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군바리 잠입 게임'엔 메탈 기어 솔리드가 먼저 선발 주자로 있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이번에 직접 플레이 해본 결과 뭐 소재의 비슷함이나 후발주자로 의식한건 있겠지만 서로 다른 게임이다...라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우선 레벨 디자인에서 스플린터 셀은 메탈 기어 솔리드하고 많이 다릅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의 레벨 디자인은  패미컴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탑뷰 형식의 느낌이 강합니다. 조작 캐릭터보다 어느 정도 스테이지를 조감을 해서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아이템이나 조작가능한 버튼 역시 그 시절 게임들처럼 조금 눈에 튀는, 인공적인 느낌으로 배치되어 있는게 많아요. 

반대로 스플린터 셀은 주인공 샘 피셔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카메라워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시야가 한정적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아이템이나 적 배치도 스테이지에 철저히 녹아든 형식을 취하고 있고요. 그 결과 탁 트인듯한 메기솔과 달리 스셀은 조금 폐쇄적인 느낌을 띄고 있습니다. 보통 메기솔보다 스셀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 폐쇄적인 분위기가 기여하는 바가 클듯 싶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스플린터 셀의 뿌리는 워렌 스펙터가 만든 [시프]라는 게임입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적에 비해 약해 정면 대결이 불가능하고 되도록 피해서 진행해야 하고 어둠과 빛, 소리의 개념이 잠입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은 [시프] 시리즈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죠. 1편은 상당히 그 공유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는데 우선 3인칭 시점에 워렌 스펙터 특유의 '읽을 거리'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아예 없는건 아닙니다.) 상대를 죽이거나 농락할 수 있는 방법이 늘었다는 점? 시프에 비해 액션 함량이 제법 높아졌습니다.

혼돈 이론과 달리 스텔스 점수가 없는지라 게임 디자인은 지금 보면 다소 단순하다는 인상입니다. 경고 제한이 걸려있긴 하지만 그 제약의 폭이 상당히 적어서 대충 다 때려잡아 숨겨놓고 진행해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적으면 왠지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디자인 자체가 착 달라붙는 매력이 있습니다. 정말 잠입만으로 다 해결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밀도 높은 디자인 위에서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게 매력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부분은 1편에서 CIA 미션 전체, '온도'로 키패드 암호를 알아내는 부분과 2편에서 빛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부분였습니다. 혼돈 이론에서 이런 매력이 극에 달하긴 했지만 이런 밑바탕이 있어서 다 가능했던 거겠죠.


유저 편의 부분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레벨 디자인이 잘 짜여져 있긴 하지만 목표 지점이 어디 있는지 잘 감이 안 잡히고 지도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데다 빛과 달리 소리 측정 바가 없어서 감으로 알아야 하고요. 이벤트 스킵이 안 되는 부분 판도라 투모로우에서는 휘파람 추가와 벽에 붙어 이동 등 사소하게 개선된 정도.


스토리는 둘 다 잘 흘러가는 편입니다. 물론 '미국의 평화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게 (애시당초 톰 클랜시 이름 달고 있으니 뭐.... 개인적으로 컨빅션을 선호하는 이유도 그 틀에서 벗어났다는 점 때문입니다.) 꽁기하긴 하지만-사실 제일 식겁했던 부분이 1편에 남의 나라 대통령궁에서 전 대통령에게 저격 날리는 부분... 미국의 내정 간섭을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써는 편하게 받아들일수 없더라고요.-뭐 어쩔수 없죠. 이건 북미 애들 시각에 맞춰져서 게임이 만들어졌으니. 첨언하자면 1편 시나리오가 지금 보면 좀 돋는게 실제로 조지아는 게임 발매 몇 년 후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


다만 2편의 노먼 소스 캐릭터가 낭비된데가 결말이 썰렁하다는게 아쉽더라고요. 좀 잘 쓸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건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파트로만 보면 2편 마지막이 훨씬 박력감이 있습니다만 스토리로 보면 오늘도 평화로운 미국에게 다소 냉소적인 조크를 날리는 샘을 보여주며 보여주는 1편 결말이 훨씬 좋습니다. 주인공인 샘 피셔는 이 시절에도 확실하게 컨셉이 잡혀있더라고요. 시니컬하고 현실적인 간지 중년... 아무튼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조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확고한 노선과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들이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거 안 하고 혼돈 이론 하려면 빡셉니다.


P.S. 2편 PC판은 빛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게임의 재미를 온전하게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패치도 없고 유비 쪽에서도 별 말이 없는걸 보면 제대로 즐기려면 HD리마스터판 밖에 답이 없는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