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리뷰

얼굴 없는 눈 [Les Yeux Sans Visage / Eyes Without A Face] (1960)

giantroot2012. 11. 4. 15:59



얼굴 없는 눈

Eyes Without a Face 
9
감독
조르주 프랑주
출연
피에르 브라소어, 아리다 발리, 쥘리에뜨 마이니엘, 에디스 스콥, 프랑수아 구에린
정보
드라마, 공포, 스릴러 | 프랑스, 이탈리아 | 88 분 | -


장 르동의 소설 (현기증 원작으로 유명한 프랑스 2인조 추리 소설가 브왈로-나르스자크가 각색했다)을 원작으로 한 조르주 프랑주의 [얼굴 없는 눈]의 시작은 별다른 설명없이 중년 여자의 시체 유기로 시작한다. 그 사이 관객은 제네시안 박사의 피부 이식에 대한 강의를 보게 된다. 별로 연관 관계 없어보이는 이 두 인물은 중년 여자가 유기한 시체를 제네시안 박사가 확인 요청을 받으면서 슬쩍 엮이기 시작하더니 시체의 장례식장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미스테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제네시안 박사와 루이즈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바로 영화의 제목하고 연관관계가 있다. 바로 사고로 화상으로 얼굴을 잃고 눈 부분만이 남은 제네시안 박사의 딸 크리스티안이다. 그들은 크리스티안을 위해 여자들을 납치해 피부 이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미스테리를 벗고 새로운 장르로 들어간다. 바로 피부 이식을 소재로 한 호러 영화다.


[얼굴 없는 눈]이 호러 장르 역사에 남은 이유 역시 피부 이식 장면의 악명높음 때문이다. 수위 자체는 시대 한계상 아주 세진 않지만 크로넨버그 영화들의 고어 장면들이 그렇듯이 조르주 프랑주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그 과정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눈을 뗄 수 없는 굉장한 공력을 지니고 있다. 그 서늘하고도 끈질긴 묘사가 가져다주는 불쾌함은 시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불쾌함이 만들어내는 시적 효과는 피부 이식을 했건만 가면을 쓸때보다도 더 죽어있는 크리스티안의 표정과 부패하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화의 불쾌하지만 아름다운 미학은 장르 법칙상 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크리스티안이라는 기묘한 캐릭터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그렇듯이, 크리스티안은 관객이 관객들이 쉽사리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캐릭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 존재를 알릴 수 없고, 거울과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다, 자신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주변인들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혐오하며 점점 죽어간다. 


그런 크리스티안이 천천히 말라가는 과정을 프랑주 감독은 표정없는 가면 뒤에 숨겨진 눈에 집중해 보여주고 있는데 (실제로도 눈을 클로즈업한 컷들이 굉장히 자주 나온다), 크리스티안이 겪는 두근거림, 절망, 혐오, 좌절 같은 깊숙한 감정들이 효과적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프랑주 감독이 발굴한 에디트 스코브는 얼굴 근육을 쓰지 못한다는 작 중 핸디캡을 훌륭한 극복해내고 있다. 게다가 영화는 흑백 영화만이 가능한 영역을 탐구하고 있는데 흑백이라는 미학 속에서 무채색으로 표현되는 크리스티안은 정말 아름답다.


그렇다고 크리스티안의 반대쪽에 서 있는 제네시안 박사와 루이즈가 평면화된 악당이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분명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만 제네시안 박사의 딸에 대한 애정은 진짜이며 평상시엔 동료와 환자에게 다정다감한 좋은 남자다. 거기에 루이즈는 제네시안의 도움을 통해 새 삶을 얻을 수 있었고 진심으로 크리스티안이 자신처럼 새 삶을 얻기를 기원하고 있다. 크리스티안이 그렇듯이 이들도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우연히 이어진 잘못된 선택과 고뇌 속에서 망가져간다.


영화는 이를 위해 제네시안과 루이즈, 크리스티안의 죄의식과 비밀로 점철된 유사 가족적인 관계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고 그들이 겪는 입체적인 고뇌와 망가지는 과정을 어떤 코멘트 없이 냉철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 때문에 영화는 종종 범죄물처럼 보인다. 특히 결말의 파국은 분명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권선징악이지만 외려 필름 느와르 특유의 운명적인 파탄에 빠진 인물들을 바라보는 우울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결말엔 우울함 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움도 있다. 모든 것을 잃고 새들과 동물들을 풀어주는 크리스티안의 모습은 쓸쓸하지만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런 불가해한 아름다움 때문에 [얼굴 없는 눈]은 판타지와 공포 속에서 어두운 로맨티시즘을 추구했던 에드가 앨런 포우 같은 공포 장르의 전통으로 돌아간다.


[얼굴 없는 눈]은 불쾌함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야 하는가를 알고 있는 호러 영화다. 그 불가해한 아름다움은 50년이 지났지만 그렇게 닳지 않았다. 진정으로 클래식이라 불러야 마땅한 영화다.

'Deeper Into Movie >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침 [The Shout] (1978)  (0) 2012.11.06
붉은 사막 [Il Deserto Rosso / Red Desert] (1964)  (0) 2012.11.05
네이키드 [Naked] (1994)  (0) 2012.10.30
브루드 [The Brood] (1979)  (0) 2012.10.28
드라이브 [Drive] (2011)  (0) 2012.10.26